사람과 성공 / 더블유인사이츠 김미경 대표
돈보다는 폼이 우선이죠!
** 요새 TV 아침방송에 나타나서 남녀 관계에 대해 속 시원한 얘기를 들려주는 김미경. '웬 수더분한 아줌마가 말도 참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이미 기업 교육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유명 강사다. 오늘날 국내 최고 강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그녀가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은 그야말로 돈보다는 폼을 좇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
"우와, 나도 이제부터 강연을 해야겠어!"
400명이나 되는 청중 속에서 강연을 듣던 김미경은 속으로 외쳤다. 20대 후반에 음악학원을 운영하다 한 강연장에 참석하게 된 그녀는 전율했다.
직업인의 프로정신에 대한 그 강연을 들으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하면 최소한 저것보다 열 배는 더 잘할 수 있어.'
김미경은 곧바로 강사가 되는 길을 찾아 나섰다. 중앙대에 산업전문지도자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등록하여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강의 준비를 했다. 책을 읽고 뼈대를 세우고 강의 내용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랬다고 해서 누가 선뜻 강의하러 오라고 할 리는 없었다. 강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다. 김미경은 일단 증권거래소 상장 업체가 든 책자를 구했다. 그리고 일일이 전화해서 기업교육 담당자를 알아내서는, 자신을 소개하는 전단을 발송했다. 천 곳도 넘게 발송하느라, 우표 값만 150만 원가량 들었다.
하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강사 경력이 전혀 없는 젊은 여성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있을 리가 없었다. 1년이 지났을 때, 마침내 처음 연락이 왔다. 대우자동차였다.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김미경은 강의할 내용을 준비해서 달달 외웠다. 저녁이면 남편과 아들을 소파에 앉혀 놓고 모의 강연을 했다. 처음에는 내심 진지하게 들어주던 가족들도 매일 밤 듣다 보니 지루하고 졸려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그러면 깨워서 다시 앉혀 놓고, 한 번만 더 들어 달라고 사정하면서 연습을 거듭했다. 열흘가량 거의 잠도 자지 못하고 강의 준비를 했다.
그렇게 준비해서 나선 강연장. 너무 당황해서 청중이 누가 와 있는지도 보이지 않고 어떻게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떨렸다. 오늘날 좌중을 휘어잡는 김미경의 첫 강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완벽하지 않으면 나가지 않는다
김미경은 지금 기업 강사로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는 강사 중 한 명이다. 올해 방송을 타면서부터는 전국 곳곳의 시청자들이 그녀의 모습과 말소리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녀는 청중을 웃고 울리고 감동을 주고 마구 뒤흔들어 놓는다. 11월 초부터는 SBS 라디오 방송도 시작했다. 그녀가 만든 회사 더블유인사이츠는 여성심리마케팅에 관련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서비스한다. 또 전문 강사를 육성하여 기업 교육에 내보내고 있다. 회사 직원이 어느덧 스무 명이나 된다.
산업교육 명강사인 그녀의 전공은 엉뚱하게도 음악이다. 연세대 음대 작곡과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 광고 회사에서 잠깐 있다가 음악 학원을 차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장들이 모여 강연을 듣는 자리에 갔다가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스물아홉 나이에 강사의 길로 접어든 김미경은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적성을 발견한 양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다양한 책을 읽고, 자료를 수집하고, 강의 주제를 정하고, 뼈대를 구성하고, 사례로 살을 붙였다. 어렵게 생각할 게 없었다. 무조건 '강의야말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었다. 그렇게 해서 고객 만족이나 서비스에 대한 강연을 해나갔다. 마침 당시 1990년대 초반에는 기업에서 고객 서비스에 대한 붐이 일어 강의 수요가 많았다
.
김미경이 강연을 하면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그렇게 많은 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말이다. 그것은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다. 예를 들면, 백화점 판매 여사원들에게 강연하게 되면 김미경은 미리 아무 백화점이나 찾아가서 판매 여사원들을 만난다.
비싼 밥을 사 주면서,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자세히 듣는다. 거기서 들은 내용을 토대로 강연장에 나가서 청중들의 아쉬운 부분을 긁어 주는 것이다. 간혹 그 분야에서만 쓰는 전문용어를 사용하기라도 하면 강의 효과는 매우 커진다. 이런 식으로 보험 설계사, 은행 창구 여사원 등 강연을 하게 될 대상을 미리 만나고 다녔다. 때로는 미리 만나면서 밥 사 주는 비용이 강연료보다 더 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동안 맺어 둔 인맥이 워낙 탄탄해서 강의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매우 많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꼈던 강연도 있었다. 어느 투자증권사에 강연을 나갔을 때다. 그때도 미리 투자증권사 직원들을 만나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강연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몇 시간 강연을 하는데, 아무리 해도 청중을 사로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벽의 실체는 연륜이었다. 김미경은 그 강연장에서 제일 나이가 어렸던 것이다.
아무리 미리 정보를 수집한다고 하지만 연륜의 벽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한 달 동안 강연 요청을 다 거절하고 쉬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아무리 돈이 되는 강연이라고 할지라도 100퍼센트 혹은 150퍼센트가 준비되지 않은 강의는 절대 받지 말아야겠다." 그때 그녀는 진짜 겸손을 배웠다.
* "난 폼을 구기는 강의는 안 할 거야!"
처음에는 조금씩 했던 강의가 3년차부터는 부쩍 늘었다. 그런데 그녀는 어느 순간 서비스 교육에 대한 강의는 접기로 결심했다.
"몇 번 해봤는데, 한마디로 폼이 안 나서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제 성질에 그런 강의는 시쳇말로 쪽팔려서 할 수 없는 거예요.
그건 강사가 아니에요, 교관이지.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폼 나는 강의를 하고 싶었어요. 서비스 강의는 저 말고도 할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로는 주로 마인드에 관련한 강의를 많이 했다. 서비스 강의보다 어려웠지만, 강의를 하는 보람은 더 컸다. 이처럼 자신의 강의에 폼을 세우는 원칙은 계속 이어진다.
한번은 어느 유명한 보험회사에 더는 강의할 수 없다고 김미경은 못을 박았다. 그 회사는 그 몇 년 전부터 강의를 해오고 있던 곳이었다. 무려 그 회사 교육의 40퍼센트를 자신이 처리했다. 그런데 언젠가 그 회사에서 사내교육을 하는 강사의 등급을 매기는데, 교수는 1등급, 일반 강사는 2등급에 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미경은 2등급이었다.
"정말 돌아 버릴 지경이었어요. 당장 그 회사에 전화했어요. 다시는 부르지 마라. 내가 왜 B등급이냐. 난 죽어도 거기는 안 나간다. 내가 그 회사를 위해서 수많은 설계사를 만나서 통계를 내고, 할까 말까 하는 사람들 정착시켜 주는 교육을 몇 년 했는데, 어째 이따위로 하느냐. 저의 강사료는 변함이 없었지만, B등급이라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었어요. 연락이 몇 번 왔는데도 안 갔어요."
"내 콘텐츠에 대해 정확히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김미경의 원칙이었다. 5년이 지나고 나서 김미경은 다시 그 회사에 강연을 하러 나가기 시작했다.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으면서 말이다. 그때 그 회사를 거부하지 않았다면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김미경은 말한다.
폼을 중시하는 김미경은 강연을 의뢰하는 회사의 자세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강사를 내려다보는 회사에는 절대로 강연하러 나가지 않는다. 회사와 강사는 갑을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전국에서 강연료가
높기로 유명해요. 우리에게 강의를 의뢰하는 회사는 중요한 고객사임은 분명해요. 그런데 교육 담당자가 "누구를 데려다 썼는데 어쩌고저쩌고"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저는 직원들에게 말합니다. "가지 마!"라고 말이죠."
평소에도 김미경은 강연을 하는 직원들에게 말한다. "돈을 포기할래, 폼을 포기할래?"
"항상 돈을 먼저 포기하라고 얘기해요. 폼을 세우려고 노력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붙는다고요. 그게 딱딱 맞아떨어지죠. 내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려고 애쓰고, 수준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거에요. 돈 몇 푼 벌려고 완성도 안 된 콘텐츠 들고나가고, 자신 없는데 강의하러 가고, 콘텐츠에 대한 존경심 없는 사람에게 얘기하는 걸 하지 말라고 합니다."
회사를 차린 것도 폼을 위해서였다. 아무리 인기가 높은 강사라고 해도 혼자 뛰어다니는 것은 도무지 폼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혼자서 하다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것이었다. 아파서 6개월 동안 쉬면서 이런 점을 크게 느꼈다. 아주 작은 위험에도 무너지는 것은 직업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회사에 있는 후배 강사들과 콘텐츠 개발팀이 그녀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 강의 준비는 마치 작곡을 하듯이
강의 준비는 쉽지 않다. 강연할 내용을 한 글자도 빼 놓지 않고 원고로 작성하고, 그걸 달달 외운다. 먼저 큰 제목을 정하고, 그 밑에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제목을 넣는다. 거기에는 사례가 풍부하게 들어가야 한다. 마치 작곡을 하듯 섬세하게 원고를 구성해 나간다.
두 시간 강의 분량은 A4 용지로 딱 스물일곱 장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말할 내용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서 들어가지 않으면, 분위기에 휩쓸려 강의 내용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도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 회사에 강의법을 배우겠다고 들어오는 사람은 그 과정을 꼭 거치게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지껄이지 못하게 합니다.
원래 아는 게 많아서 무슨 말을 해도 청중이 감동할 거라는 생각은 오만입니다. 자기가 할 말을 꼭 적어 봐야 합니다. 강의는 수학처럼 치밀해야 합니다."
더블유인사이츠에는 강의하는 법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 하지만 김미경은 당장 받지 않고 일단 두고 본다. 그 사람이 그전에 하던 일도 그만두지 못하게 한다. 매주 한 번씩 출근하게 하고, 3개월에 한 번씩 발표하게 하면서 계속 두고 본다. 1년이 지나서 '괜찮다'는 판단이 서야 비로소 채용한다. 그렇게 신중하고 엄격하게 채용하기 때문에, 한번 들어오면 나가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강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재능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진심으로 사람을 위하고 움직일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저는 '내가 강의 이만하면 되겠다' 하고 생각하게 된 게 7년째부터입니다. 그전에 내 강의에 감동했던 사람한테는 미안했어요. '별것도 아닌 강의에 그랬구나' 하고요."
강의하기 10분 전에는 늘 화장실에 앉아서 '오늘 강의에 실수가 없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때로는 사전에 들은 것과 달리 청중에 예상치 못한 부류가 섞여 있기도 한데, 그러면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다시 감정몰입을 해야 한다. 강연하다가 당황할 때는 노래도 한다. 강산에의 '할 수 있을 거야'라든가 김수희의 '애모'를 불러 주면 분위기도 확 풀어진다고 한다.
음대 시절 노래도 곧잘 했다는 김미경은 "노래를 해주면 사오십대 아저씨들이 다 죽는다"며 웃는다.
"강의는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1대 1000의 통로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제 강의가 지나가야 할 거 아니에요? 그 통로를 따라 감정 교류가 수없이 지나갑니다. 수백 개의 포인트가 두 시간 강의 동안 지나가는 거죠. 그 통로를 10분 안에 뚫어야 합니다. 안 되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뚫어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강의를) 망치는 겁니다."
* "강사는 그냥 강사가 아닙니다"
김미경은 더블유인사이츠 직원 가운데서도 강의를 나가는 직원은 특히 혹독하게 가르친다고 했다. 강의를 완벽하게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으면 아예 내보내지 않는다. 미숙한 상태에서 나가려고 하면,
지금 나가서 영원히 못 할래, 6개월 더 준비해서 계속 할래? 하고 묻는다. 하루에 네 시간 이상은 자지도 못하게 한다. 새벽 네 시에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확인하게 하는 그녀다.
"사명감에 가까운 직업관을 가져야 사람을 가르칠 자격이 됩니다. 지식 전달자가 아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하는데, 그러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 혹독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결코 가볍게 떠들고 다니는 직업이 아닙니다. 직업 이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더블유인사이츠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강의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매년 대여섯 가지의 강연 콘텐츠가 새로 나와 기업의 요구에 부응한다. 최근에는 '갭 리더십'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강연에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여성심리마케팅에 대한 콘텐츠도 만들어 기업에 서비스해 주고 있다.
그녀의 강의를 듣고 삶을 다시 살게 되었다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큰 힘이 된다. 어떤 학생은 외국인과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살면서 방황을 많이 했는데 김미경의 강의를 듣고 다시 삶의 희망을 찾았다고 했다. 그녀의 강의 내용을 적용해서 삶과 일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제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가, 그 사람들을 변화시킬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고 말이에요. 그래서 강사라는 직업이 말만 잘하는 직업이 아니에요. 굉장히 힘들고 무서운 직업이에요. 자기가 못 지키면 말하기 어렵거든요. 가슴이 뜨끔해서요."
글_조원기(wk@sp4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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