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블랙리스트 앞두고 대리점 ‘고민’..왜?

파이낸셜 | 기사전송 2012/02/13 16:17

오는 5월 휴대폰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을 앞두고 그 동안 휴대폰 구매 주요 창구였던 대리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휴대폰 개통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던 대리점들의 수익 하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보조금, 약정할인 등 복잡한 휴대폰 판매 구조상 블랙리스트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13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근처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 중인 정 모씨(37세)를 만나 블랙리스트제도 운용에 대해 묻자 그는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유통망을 통해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기존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매출은 떨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제조사들은 휴대폰 판매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이통사들이 제공하던 보조금이나 약정할인 혜택이 없는 대신 자사의 다른 제품과 묶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상품 구성을 다양화할 가능성이 많다.

정 모씨는 "롱텀에볼루션(LTE)이 돌풍이라고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에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개통 실적은 점점 떨어지거나 제자리 걸음"이라며 "새학기 시즌 등 1년에 1~2개 시기를 제외하고 휴대폰 판매 실적은 최악인데, 유통점 밥줄이 끊어지는 제도들이 시행된다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리점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이용자들은 일반 가전 대리점 등지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뒤 이용하던 유심(가입자 식별카드; USIM)칩을 바뀌 끼는 것으로 개통이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리점의 개통 고객수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전국 대리점 숫자는 SK텔레콤 약 2800개, KT 약 3000개, LG U 약 2000개 정도이다. 여기에 이동통신 3사의 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 숫자는 약 2만5000개에서 3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매장에 평균 5명이 근무한다고 가정해도 약 15만명 이상이 관련 업계에 발을 대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이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단 제도 시행까지 약 3개월의 여유가 있는 데다 시장에 어떻게 자리잡을 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인근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42세)는 "블랙리스트 제도 얘기는 들었는데, 아직은 별다른 대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국내 이동통신 요금제는 매우 복잡하다. 보조금, 약정할인 등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어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들이 수차례 설명을 해줘야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단말기 대금을 전액 내고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고가 단말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활성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박 모씨는 "대리점이 판매점의 직원들은 통신사 요금 구조에 대해 통신사 직원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며 "또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이 고가의 단말기를 약정할인 없이 구매해야 하는데, 수 십만원의 비용을 한번에 낼 사람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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