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2030 미래를 가다] [5·끝] 하이브리카는 가라, 초소형 태양광 자동차 상용화 시대

입력 : 2010.03.19 03:14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미래가 달려온다.
일본 도카이대 태양광 자동차 연구실
차 무게 160㎏까지 줄여 휘발유 연비로 환산하면
L당 5630㎞ 달릴 수 있어…

호주의 북부 다윈. 널빤지처럼 생긴 자동차가 출발 10초 만에 시속 100㎞가 넘는 가속력으로 질주한다.최고 시속은 약 160㎞. 검은 연기를 내뿜는 600마력의 거대 자동차 로드트레인(road train)을 추월해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한 지평선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간다. 사막의 거친 강풍을 뚫고 남부 애들레이드까지 평균 시속 100.54㎞. 연료 소모 0. 이산화탄소 배출 0. 오직 태양빛만 흡수하며 무섭게 대륙을 종단했다.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2009년 10월 24일 호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솔라카(태양광 자동차) 레이스 '글로벌 그린 챌린지(Global Green Challenge)'에 참전한 일본 도카이(東海)대 '도카이 챌린저(Tokai Challenger)'는 이렇게 3000㎞를 달려 나흘 만에 1위로 골인했다. 자동차 길이 4m98, 폭 1m64. 하지만 중량은 보통 자동차 10분의 1 수준인 160㎏. 널찍한 차체 위에 붙어 있는 77×39㎜ 크기의 태양전지 2176장이 기묘하게 빛난다.

승부를 가른 것은 사막바람이 휘몰아친 이틀째. 일조량이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드라이버 시노즈카 겐지로는 자갈길을 달리는 듯한 거친 진동을 느꼈다. "이대론 전지가 바닥난다." 함께 달리던 경쟁자들이 일제히 시속 80㎞로 속도를 줄였다. 그때 무전기에서 기무라 히데키(木村英樹) 공학부 교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린 능력이 다르다. 속도를 줄이지 말고 시속 97㎞를 유지하라." 이틀째 레이스를 마감했을 때 2위와 1시간 차. 뒤따르던 경쟁자들은 지평선 밖으로 사라졌다. 독주 체제였다.

일본 도카이대가 개발한 최고 시속 160㎞의 태양광 자동차‘도카이 챌린저’가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태양광 자동차 경주대회‘글로벌 그린 챌린지’가 열린 호주의 초원을 질주하고 있다. 도카이 챌린저는 이 대회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 도카이대 제공
3개월 전 기무라 교수는 전자업체 샤프로부터 박스 10개 분량의 선물을 받았다. 만지면 부러질 듯한 두께 0.2㎜의 화합물(化合物) 태양전지였다. 2009년 1월 일본 다네가지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인공위성 '이부키'의 에너지원(源)으로도 장착된 것이었다.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교환 효율은 30%. 게르마늄 등 3종류의 화합물로 자외선과 적외선 에너지도 흡수할 수 있도록 고안한 이 태양전지는 일반 가정용 태양전지의 2배 능력을 실현했다. "우승은 확실하다." 박스를 열어본 기무라 교수는 확신했다.

레이스를 통해 지상에서의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었던 샤프의 하마노 도시시게(濱野稔重) 부사장은 대회가 끝난 뒤 "솔라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현재 샤프가 개발한 태양전지의 교환 효율은 35.8%.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샤프의 다카모토 다쓰야(高本達也) 차세대 요소기술개발센터 실장은 "2020년엔 교환효율 4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솔라카 실용화의 장애물인 차체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력이다.

도카이대에서 13년 동안 솔라카를 개발하고 이번 '도카이 챌린저' 제작을 총지휘한 기무라 교수. 그의 '라이트 파워 프로젝트팀'이 2008년 제작한 솔라카(solar car·태양광 자동차) '도카이 팔콘(Tokai Falcon)은 남아프리카에서 열린 '사우스 아프리칸 솔라 챌린지'에서 4200㎞를 평균 시속 70㎞로 달려 역시 1위를 차지했다. 도카이대 솔라카의 기반인 전기자동차 '패러데이 매직(Faraday Magic)'은 일본의 친환경 레이스인 '월드 이코노 무브(World Econo Move)'에서 2004년부터 5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휘발유 연비로 환산해 1L당 5630㎞를 실현한 경이적 효율이었다.

그는 "지금도 솔라카가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행 시간을 하루 3시간 정도로 줄이면 사람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유선형 모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량생산을 하면 차량 가격이 1000만엔(약 1억2000만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30년 솔라카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20년 전 사람들은 윈도(컴퓨터 프로그램)가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말했다. 20년 후 솔라카의 진보 속도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2030년 '말과 솔라카 중에 어느 것을 탈래?'하고 강요된다면 당신은 말을 타겠습니까?"

그는 "솔라카가 거리를 달리는 미래는 행복한 신세계가 아닐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의 산업화로 석유가 바닥나고 지구온난화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미래가 아닙니다. 2030년 인간에겐 말과 솔라카만 탈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는 잘빠진 세단형 솔라카를 미래의 자동차로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고 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태양전지와 모터의 효율을 극대화해도 무게를 300㎏까지 줄여야 합니다. 차체도 최소화하고 바퀴도 최소화해야지요. 판상(板狀)형 모양을 실용적으로 탈 수 있는 유선형으로 바꾸면 공기 저항이 3배까지 늘어납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몇 시간에 국한될 수도 있지요. 비가 내려 날씨가 궂은 장마철에는 주차장에 모셔두고 하늘만 바라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날은 말을 타고 달릴 수밖에 없나요? 차체가 300㎏이 넘으면 안되니 멋진 세단에 한 가족이 타고 레저를 떠나는 지금 같은 단란한 시대는 영영 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시죠. 왜 사람들은 지금처럼 매일, 하루종일 자동차를 타고 달려야 하는 것일까요? 2030년 솔라카가 거리를 달리는 날, 인간의 라이프 스타일은 크게 바뀔 것입니다. 바뀔 수밖에 없겠지요. 석유를 펑펑 쓰는 지금이 인간에겐 가장 윤택한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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