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점원’ 등장… 유통 공룡들 ‘AI혁명’에 드라이브 [4차 산업혁명 - 신년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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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쇼핑객 개개인 알아보고 인사 / 상품 추천에서 결제까지 원스톱 해결 / 고객 쇼핑형태 분석하는 영상 솔루션 / 동선·상품·쇼핑 시간 등 자동 분석 / 롯데, 제조·운송·유통 전과정 스마트화 / 이마트, 계산대 아닌 매대 앞에서 결제 / CU, SKT와 함께 센서로 재고 관리 추진 / 현대百,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 매장’ 연구

#1. 마트에 들어서니 로봇이 알아보고 인사한다. “어제 두부를 사신 손님이군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로봇에 고추장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로봇 화면에 고추장 상품이 뜬다. 상품을 고른 후 로봇에 손바닥을 대니 결제가 완료됐다.

#2. 슈퍼마켓 점주 A씨는 라면 판매가 줄어들어 고민하던 중 고객 쇼핑 형태를 분석하는 영상 인식 솔루션 ‘ARA’를 도입했다. 이 솔루션은 고객 동선, 상품별 쇼핑시간, 관심 상품 등을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상품을 쉽게 파악하고, 최적의 진열을 통해 판매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세계일보

현재 유통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유통산업이 정보기술(IT)과 만나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백화점, 쇼핑, 마트 등 여러 분야에서 유통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유통AI 혁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롯데그룹 계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정보화 전략 세미나를 열고 제조·물류·유통에 걸친 기술 83종을 공개했다. 이번 세미나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최신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로, 롯데그룹의 디지털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제조부터 운송, 유통까지 전 과정을 스마트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개했다. 제조 공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이 많았다. 스케줄링 솔루션은 제조 공정 시간, 동선 등을 분석해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이송 로봇은 바닥에 내장된 센서를 인식하고 정해진 경로를 자동으로 다니며 제품을 운반해 효율성을 높인다.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유통이다. 백화점 쇼핑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몰 등 여러 유통사업을 전개하는 롯데가 신속하게 디지털 혁신을 이루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분야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50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온라인 사업과 유통·식품에 AI 도입 등을 비롯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다.

롯데정보통신이 독자 개발한 ‘영상 인식 플랫폼 ARA’는 고객의 동선, 상품별 쇼핑 시간, 행동을 분석해 마케팅을 돕는 솔루션이다. 고객이 어떤 상품을 집었는지, 상품 겉면의 어떤 부분을 봤는지 등을 알려줘 소비자 정보를 판매자에게 전달한다.

‘외국인 쇼핑 도우미 AI’는 상품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면 자국 언어로 번역해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기술이다. 가격과 제품명뿐 아니라 맛과 특징도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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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경쟁사인 신세계도 IT가 집약된 점포를 선보였다. 이마트는 지난달 13일 ‘세상에 없는 미래형 오프라인 할인점’을 콘셉트로 의왕점을 오픈했다. 이마트가 차세대 스마트 기술로 내세운 것은 전자가격표시다. 매장 내 모든 진열 상품에 대해 종이 가격표 대신 디지털 장치를 활용해 상품의 가격과 정보를 클릭 한번으로 바꾸는 것이다. 실제로 전자가격표시에 QR코드를 넣어 스마트폰으로 고객이 스캔을 하면 상품 특성이나 상세설명 및 고객들의 상품평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계산대가 아니라 매대 앞에서 즉시 결제도 가능하게 해 쇼핑의 편리함을 높였다.

미래형 점포 개발을 위해 통신사와 편의점도 손잡았다. SK텔레콤과 국내 편의점 1위 ‘CU(씨유)’ 투자회사인 BGF가 손잡고 ICT를 도입한 ‘미래형 유통 서비스’를 선보인다. 양사는 AI, 사물인터넷(IoT) 등을 도입한 미래형 점포를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양사는 이르면 2019년 상반기중 이런 기술을 적용한 편의점 혹은 일반 오프라인 매장을 구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점포 내에서 SK텔레콤 인공지능 ‘누구’가 고객을 응대하고 생체 인식, 영상 보안 등을 적용해 고객을 인지하는 식이다. 센서로 재고를 관리하는 ‘스마트 선반’ 등이 이용된다. 양사는 이외에도 온·오프라인 연계 커머스, 멤버십과 간편결제 등 분야에서 협력해 미래형 유통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백화점업계 ‘빅3’ 중 하나인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유통매장’ 연구에 나선다. 오는 2020년 하반기 오픈 예정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에 아마존의 첨단기술을 대거 적용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세계 최초 무인 자동화 매장인 ‘아마존 고’의 ‘저스트 워크 아웃(소비자가 쇼핑한 뒤 그냥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것)’ 기술을 활용한 무인 슈퍼마켓, 드론을 활용한 야외 매장 내 식음료 배달, 아마존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무인 안내 시스템 구축 등을 공동 연구할 예정이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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