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카카오 없이는 못 살아’ 전략, 뱅크 결제 택시 쇼핑 선물…

문어발식 영토 확장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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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2014년 11월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를 출시했다. 당시 ‘제1호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결합)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지만 2년 만에 접었다. 송금서비스를 제공하던 은행들이 서비스 유료화를 요구하면서 생긴 갈등 등이 원인이었다. 다시 2년이 흐른 지금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필두로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공룡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와의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변화의 물결은 금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카카오의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에는 약 4000만명이 가입해 있다. 어떤 서비스를 출시하든 잠재 고객이 4000만명이라는 게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권력이다. 카카오는 플랫폼의 힘을 바탕으로 국민 생활 전반에서 무한대로 성장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새 경험과 혁신을 제공한다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사건마저 벌어졌다.

이젠 카카오가 관여하지 않는 생활 서비스를 찾는 게 더 어려운 시대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카오 없이는 못 살아’라는 전략을 추구한다”며 “소비자가 무엇을 하든 카카오가 필요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은 카카오뱅크로 은행 업무를 보고, 쇼핑을 한 뒤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한다. 카카오페이 거래 금액 규모는 올해 3분기 5조3000억원으로 1년 만에 5배 늘었다.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부르고, 곧바로 결제를 한다. 카카오톡으로 쇼핑을 하고 음식을 주문하며 친구에게 선물도 보낸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거래액은 지난해 1조원을 넘겼다.

카카오는 지난 1일 쇼핑 서비스 법인인 카카오커머스를 신설하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공략도 본격 선언했다. 카카오맵, 카카오내비, 카카오버스, 카카오지하철 등 기존 교통안내 서비스에도 카카오가 진출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기술 업체에 투자 중이다.

문화콘텐츠 시장에서도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카카오페이지는 4년간 매출액이 62배 증가했다. 카카오페이로 캐시를 충전한 후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해 ‘페이 서비스’와 ‘콘텐츠 서비스’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카카오페이지 연재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배급한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는 10,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랫폼 업체의 등장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던 기존 업체에 거센 도전이다. ‘소비자-업체-기술’ 순서로 제공되던 서비스는 ‘소비자-기술-업체’ 구조로 바뀌고 있다.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소비자와 직접 접촉한다. 기존 업체들 사이에선 플랫폼 업체와의 경쟁에 밀려 사라지거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진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때문에 일어난 택시기사 분신 사망 사건은 이런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소상공인들의 카카오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0월 “카카오가 전방위적으로 골목상권 침탈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 드라이버로 대리운전 업계를 뒤흔들고 배달시장, 외식업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노림수”라고 꼬집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지적이 단골소재다.

카카오페이가 금융투자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금융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카카오페이는 P2P(개인간)대출 서비스를 카카오톡을 통해 판매한다. P2P대출 업체의 상품을 광고해주는데, 소비자들은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상품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사인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업 진출도 선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카카오를 금융 당국이 실시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된다면 대상에 포함시킬지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톡을 활용해 지인인 것처럼 속여 금품을 뜯어내는 금융사기가 빈번해지자 ‘카카오피싱’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나기도 했다.

대형 플랫폼의 거침없는 확장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카카오의 성장세에는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통과되면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됐다. 플랫폼 업체가 자율주행차, 음성인식 시스템 등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면 파괴력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플랫폼 업체의 ‘문어발식 시장잠식’이라고 고깝게 보기만 할 일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플랫폼 업체의 성장 과정에 불공정이나 특혜가 있다면 엄벌해야 하지만, 디지털화는 전 세계적 흐름”이라며 “소비자 이익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쪽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서비스가 출현하는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경쟁은 장려하되 기존 재벌처럼 하청업체들을 쥐어짜고 확장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면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플랫폼 업체의 등장에 따른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카카오 카풀 사태에서도 정부가 제대로 된 중재를 하지 못해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극한 대립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플랫폼으로의 서비스 변화는 이용자에게 편하지만 네트워크에 들어가지 못한 기업이나 사람에게는 기회 박탈의 문제를 낳는다”며 “민간의 이윤 추구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45732&code=11151400&sid1=eco&cp=n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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