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레이·CT 찍어도 이상 없다는데···앉아있기 힘든 허리통증, 왜?

내부 변형·섬유륜 찢어진
'디스크 내장증' 의심해봐야
생활습관·작은 외상으로도 생겨
바른 자세 갖고 틈틈이 스트레칭
걷기 등으로 근육 강화하면 좋아

연세바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가 디스크 내장증 환자에게 질환의 원인과 증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연세바른병원


[서울경제] 회사원 최모(42)씨는 극심한 허리 통증 때문에 10분도 앉아 있지 못한다. 그나마 걷거나 몸을 움직일 때는 허리 통증이 덜하다. X선·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을 받아봤지만 ‘이상이 없다’는 진단만 받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허리 통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런 경우라면 ‘디스크(추간판) 내장증’이 아닐까 의심해볼 수 있다. 디스크 내장증은 디스크 내부에서 고장이 났다는 의미다. 질환에 대한 개념이나 진단 기준이 확립돼 있지는 않지만 디스크 변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디스크의 노화·변성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디스크 내장증은 디스크가 척추신경 쪽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데도 허리 깊은 곳에서 심한 통증(요통)을 느낀다.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가 척추신경이 있는 공간을 침범,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일으키는 증상과는 다르다.

서 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것이 더 힘들고 몸을 구부리거나 물건을 들려고 할 때는 통증이 견딜 수 없이 심해진다. 상당수의 환자는 통증이 허리·엉덩이·허벅지 등으로 돌아다니고 통증의 강도도 바뀐다고 호소한다. 손상된 염증 부위에서 생기는 통증 유발 물질이 변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엉덩이 통증을 제외하고 하지 증상은 드물다. 심한 경우 허리 디스크처럼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허리 디스크와 달리 감각 마비, 근력 약화 등의 신경 증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디스크 내장증은 디스크 내부에 수분·단백질이 부족해 탄력이 떨어지거나 디스크를 감싸고 있는 막(섬유륜)이 지속적인 하중이나 교통사고 같은 갑작스러운 외상·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져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면서 허리를 삐끗하는 것 같은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사소한 외상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디스크 내장증은 근육통과 달리 휴식을 취해도 나아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기도 한다. 누워서 쉬거나 걷는 것을 제외하고 일상적인 활동이나 운동은 요통을 더 악화시킨다. 20~50대 연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며 요통이 자주 재발하거나 만성화하는 경우가 많다. 급성 요통 환자의 10%가량이 만성 요통 환자가 되고 이들의 약 40%에서 디스크 내장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디스크 내장증은 X선·CT 검사나 척수조영술로는 별다른 이상을 찾기 어렵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디스크에 약물을 주입하는 추간판 조영술을 해봐야 확인할 수 있다. 추간판 조영술은 가장 신뢰성이 높은 검사로 알려져 있지만 디스크에 손상을 주는 검사법이므로 수술을 고려하는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디스크 내장증의 경우 MRI 검사를 하면 디스크 돌출 소견이나 신경 압박은 보이지 않는 대신 디스크가 검게 나온다. 중심부가 하얗게 나타나는 허리 디스크와 다르다.

치료는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하동원 연세바른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대부분의 디스크 내장증은 지속적인 운동으로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등 비수술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평지에서 걷기, 수영, 고정식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을 6개월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테니스처럼 몸을 비틀거나 축구·농구·줄넘기처럼 뛰거나 허리에 충격이 가해지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을 버리고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붙이고 허리를 곧게 펴는 등 올바른 자세도 중요하다.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을 삼가고 자주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면 디스크 내장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요통이 주증상인 병에서는 가급적 비수술적 치료를 충분히 시도하는 것이 좋다.

급성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나 운동요법 등이 사용된다. 최우성 자생한방병원 의무원장은 “한방에서는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허리 근육 강화 운동 처방을 하고 추나·침·한약·약침·부항·뜸 치료 등의 비수술 치료법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침·부항은 뭉쳐 있는 근육을 풀어주고 염증을 없애준다. 한약은 손상된 디스크·섬유륜의 회복, 근막·인대 강화에 도움을 준다. 약침은 염증 제거, 통증 완화를 돕는다. 뜸·약찜은 기혈의 순환과 손상 부위의 회복을 촉진한다.

이런 치료의 효과가 없으면 고주파 열, 미세 현미경 레이저로 디스크 안의 압력을 낮추고 찢어진 섬유륜의 틈새를 메워주는 시술이나 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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