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AI콘텐츠로 30대처럼 세계무대 누비겠다"

엑스포에 AI·VR 접목 나서…中·태국에는 박물관 수출
"美실리콘밸리에 법인 세워 교육콘텐츠 유통마켓 열것"
중동 건설업서 종잣돈 벌어…88올림픽 레이저쇼로 주목
"흙수저와 금수저, 돈 아닌 열정과 도전이 가른다"

  • 안병준 기자
  • 입력 : 2018.01.21 17:51:14   수정 : 2018.01.21 20: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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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선구자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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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박기석 시공테크 회장이 '공간 VR'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센서가 장착된 슈트와 신발, VR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 5일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판교 톨게이트를 지나 10분쯤 달리자 시공테크 본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기석 회장(70)은 만나자마자 "회사의 미래를 보여주겠다"며 지하 사무실로 이끌었다. 지하에 의외로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회사 미래라고 하더니 천장에 카메라와 센서가 달린 것 외에는 그저 빈 공간이었다.
박 회장은 슈트와 신발, 그리고 총을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곧 새로운 세상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가상현실(VR) 안경을 쓰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리면서 순식간에 총 게임의 주인공이 됐다. 단순히 서서 총을 쏘는 게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길을 따라 직접 걸으면서 게임이 진행됐고, 실제로 옆에 있는 것처럼 착각할 만큼 실감 나는 괴물들을 피해 정신없이 총을 쐈다. 뗏목을 타고 물살을 가를 때는 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출입문을 열기 위해서는 열쇠를 넣어 직접 여는 등 현실과 다름없었다.

"글로벌 콘텐츠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다음달 여기 2층에 3D 스튜디오를 열 겁니다. 시공테크는 그동안 쌓아온 전시문화산업 기술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접목시켜 교육·엔터테인먼트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 VR를 세계에 내놓을 겁니다." 박 회장은 시공테크를 또다시 진화시키고 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시공테크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익숙하다. 박물관, 엑스포, 테마파크 등 각종 전시 공간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시문화산업을 한국에 최초로 도입했다. 또 대한민국 박물관에 최초로 첨단영상과 컴퓨터시스템을 적용한 사람도 시공테크 박 회장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63빌딩의 54개층을 스크린화해 국내 첫 레이저 영상 쇼를 연출한 주인공이다. 지난해 영국·독일 등과 경쟁해 900억원 규모의 카자흐스탄 엑스포를 수주했다. 한국 최초의 전시산업 수출이다. 이외에 여수세계박람회, 상하이세계엑스포 등 수많은 전시 프로젝트가 시공테크의 손길을 거쳤다.

"63빌딩 건물 전체를 스크린화할 때는 모든 전문가가 우리를 보고 거짓말쟁이라고 했죠. 하지만 고층 청소 전문가들에게 63빌딩 유리에 종이를 붙이게 해서 보란 듯이 성공시켰습니다. 시공테크의 DNA는 창조와 도전이에요. 특허 등 지식재산권만 240개가 넘죠."

이런 시공테크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공간 VR, 3D 애니메이션 등 체험형 콘텐츠여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박 회장은 VR, 증강현실(AR), 3D 애니메이션, 미디어아트 조형물 등의 제작을 목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3D 스튜디오를 다음달 본사에 구축한다고 소개했다. 이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교육용 3D, VR, AR 콘텐츠는 해외 교육 콘텐츠 시장에 집중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테마파크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센터를 단독 또는 공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창조적 콘텐츠로 글로벌 무대를 누빌 겁니다."

시공테크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 태국, 카자흐스탄 등지에 박물관과 과학관을 설계·설치하는 등 해외 사업 호조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만 1409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전년도 매출액인 807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박 회장이 이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마르지 않는 도전의식과 열정 덕분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흙수저'라고 자처했다. 전남 벌교 출신인 그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최악의 빈곤 집안이었고 지금도 아버지 얼굴은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자기가 어떤 집에서 태어났느냐가 인생의 핑계가 되어선 안 됩니다. 흙수저와 금수저의 구분은 돈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열정과 도전의 유무로 구분해야 합니다."

그의 인생 자체에 오롯이 열정과 도전이 깊게 새겨져 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1977년 율산실업에 입사해 중동 주재원으로 무역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얼마 안 돼 회사가 부도나 실업자 신세가 됐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되자 아예 중동에서 건자재를 다루는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중동 건설 붐이 일면서 1980년대 당시 직장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30억원을 모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허전함은 채울 수 없었다.

"해외에 있을 때 시간이 나면 유니버설스튜디오, 과학관, 박물관을 빠짐없이 갔는데 그때마다 영상과 기술에 시선을 빼앗겼죠. 한국에 돌아와서 1988년 그 돈으로 시공테크를 설립했는데 몇 년도 안 돼 돈을 다 날렸어요."

만약 그 돈으로 사업을 안 하고 부동산을 샀다면 더 큰 부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그는 크게 웃었다.

올해로 일흔이 된 그는 사업에 있어서는 여전히 청춘이다. 박 회장은 특히 세계 최고의 교육 전용 인공지능(AI)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는 "지금도 자고 나면 새로운 꿈이 생긴다. 읽는 것을 좋아하고 창조적인 생각과 도전을 좋아한다"며 "올해 교육 전용 AI를 만들기 위해 30대처럼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그의 목표 달성을 위한 사전작업은 10여 년 전부터 진행돼왔다. 디지털교육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2000년부터 디지털교육 사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영상, 사진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 것.

"10년 동안 돈 벌 생각은 하지 않고 디지털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에 집중 투자했고, 현재는 영상과 사진을 포함해 230만개 콘텐츠를 구축했죠. 당시에는 주위에서 쓸데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우리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됐습니다. 지금 모으려고 하면 엄청난 돈이 들 겁니다.
"

시공테크는 초등 교사용 서비스를 하는 시공미디어와 초·중학생 서비스를 위한 아이스크림에듀, 유아교육 서비스를 하는 피디엠(PDM) 등 교육사업 관련 계열사를 3개 갖고 있다. 교육사업 부문의 해외 진출과 수출도 올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는 유아교육 합작 서비스를 시작하고, 유아용 코딩교육시스템인 '큐비코'는 싱가포르와 핀란드에 수출을 시작해 곧 매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세우고 전 세계 누구든 교육 콘텐츠를 올려 사고파는 글로벌 교육 전용 유통마켓도 열 계획이다.

He is…

△1948년 전남 보성 출생 △순천고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1977~1978년 율산실업 △1988년 시공테크 설립 △1995~2008년 한국전시문화산업협동조합 이사장 △2004~2007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05~2007년 코스닥협회 회장 △2008~2009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2007년~ 시공미디어 대표이사 회장 △2013년~ 시공교육 대표이사 회장 △1989년 대통령 표창 △2014년 금탑산업훈장 수훈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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