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매출 20% 이상 성장 ‘진격의 아마존’…성공비결은 노마진 전략과 끊임없는 변신

  • 강승태 기자
  • 입력 : 2016.04.22 14:31:50   수정 : 2016.04.25 10: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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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기업.’

아마존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인이 뽑은 존경받는 기업 1위였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아마존은 그야말로 천사와 같다. 아마존은 흑자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착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많은 소비자가 아마존을 좋아하는 이유다.

한편으로 아마존은 악마와 같은 기업이다. 만약 미국 내에서 ‘일하기 힘든 기업’을 꼽는다면 아마존은 무조건 3위 안에 든다. 제프 베조스(이하 베조스) 아마존 설립자는 직원 고혈을 짜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엔 협력업체에 지나치게 낮은 공급가를 강요한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았다.

지난해 글로벌 유통업계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월마트를 넘어선 것. 이를 두고 유통가는 “온라인 유통이 오프라인을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란 평가를 내린다.

1990년 이후, 글로벌 IT 업계에는 기라성 같은 기업이 많이 생겨났다. 스타 CEO로 발돋움한 인물도 많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등. 하지만 아마존과 베조스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다소 비껴 서 있지만 사실 아마존은 굉장히 흥미 있는 기업이다. 구글은 검색 시장 최대 라이벌로 ‘아마존’을 지목한다. 사용자가 구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아마존에 접속해서 쇼핑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통 기업 월마트나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 입장에서도 아마존은 강력한 경쟁 상대다. HP나 IBM 등 서버를 제공하는 기업에도 아마존은 골칫거리다. 세계 주요 IT 기업은 모두 아마존을 경쟁 상대로 지목하고 두려워한다.

여러 견제에도 아마존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아마존은 매년 20~30%씩(2014년만 19.5%) 성장했다. 처음엔 책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 보석, 의류, 자동차용품 등 취급하지 않는 제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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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아마존의 경영철학

▶빠른 성장 모토로 한 ‘박리다매’ 주효

1994년.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잘나가는 투자자로 활약했던 베조스는 한 잡지에 실린 기사에 눈을 번쩍 뜬다. 인터넷 시장 규모가 한 해 2300% 성장했다는 소식. 베조스는 인터넷으로 팔면 어떤 품목이 괜찮을지 고민한다. 사무용품, 의류, 음반 등. 이 중 베조스는 책을 선택한다. 출간되는 책의 종류는 수없이 많고 이를 모두 갖춘 오프라인 매장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마존이 탄생한 배경이다.

베조스 CEO가 회사 이름을 ‘아마존’으로 결정한 이유도 흥미롭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넓고 수량이 많은 강이다. 두 번째 강보다 몇 배 더 크다. 아마존이란 이름에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가 되겠다는 베조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아마존의 ‘로고’를 살펴보면 ‘amazon’이란 글자에서 a와 z 사이에 화살표가 있다. ‘a부터 z까지’ 즉, ‘세상의 모든 물건을 팔겠다는 의미’가 들어 있는 로고다.

베조스는 아마존 설립 후 ‘빨리 성장해라(Get Big Fast)’를 모토로 삼았다. 책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1998년부터 음반, 영상물 등 다양한 미디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엔 의류, 전자제품, 장난감, 게임 등 콘텐츠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이제 아마존은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 없을 정도의 종합 전자상거래업체로 발돋움했다.

1995년 아마존의 매출은 51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1000억달러로 20년 만에 매출이 20만배 늘었다.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지나칠 정도로 ‘고객 가치’에 중점을 뒀다는 점이다. 베조스의 인터뷰를 보면 고객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소매상이 있다. 하나는 더 높게 가격을 매기는 방법을 연구한다. 다른 쪽에서는 어떻게든 낮게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아마존은 후자다.”

빠른 배송과 반품 서비스는 아마존이 처음 구축한 시스템이다. 아마존은 2001년부터 2007년 킨들 출시 전까지 TV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 ‘입소문’이야말로 진정한 마케팅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 돈은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사용했다. 무료 배송 등이 대표적이다. ‘묻지마 반송’ 시스템도 일찍부터 구축했다. 모두 지금은 당연한 서비스지만 당시만 해도 매우 생소했다.

또 아마존은 소비자가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보다 쉬운 결제 시스템을 갖추는 데 노력했다. 1999년 아마존은 미국 특허청에 ‘원클릭’이란 이름의 특허를 등록한다. 원클릭은 버튼 한 번으로 주문과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 사용자가 아마존 계정에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해놓으면 바로 원클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철저한 ‘박리다매’ 전략도 아마존의 경영철학 중 하나다. 기업의 설립 목적은 ‘이윤 추구’다. 아마존에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다. ‘이익 남기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때론 막대한 손해도 감수했다. “사람들은 아마존이 곧 망할 것이라 생각했다. 원가 구조가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끝내 망하지 않고 최고 기업 반열에 올랐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아마존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저 수준이다. 대부분 IT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20~30%대로 높다. 아마존은 평균 1~3%에 그친다. 경쟁사인 이베이 영업이익률이 20%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다. 이는 베조스의 고도의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시장 지배력만 있으면 낮은 영업이익률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애플은 수익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선에서 아이폰 가격을 책정했다. 애플의 고수익은 역설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IT 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몰아넣었다. 마진이 낮으면 경쟁 정도가 훨씬 덜하다. 아마존이 처음부터 저마진 전략을 추구했던 이유다.” 한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지독하게 일하는 조직 문화’도 아마존의 성공 요인이다. 베조스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그는 아마존 설립 초기부터 ‘직원들은 회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믿음을 표방했다. 때문에 베조스는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혁신가’라는 평가와 동시에 ‘직원 희생을 강요한 폭군’이란 이름을 얻었다.

베조스는 자신의 비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가차 없이 해고하는 걸로 유명하다. 아마존 물류와 유통 담당 직원들이 낮은 임금과 형편없는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게 한두 차례가 아니다. 2014년 국제노조총연맹은 세계 최악의 CEO로 베조스를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5년 아마존의 ‘잔혹한 근무환경’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아마존의 업무 스타일을 한 줄로 표현하면 이렇다고 한다. ‘똑똑하게 일하며, 열심히 일하고, 오래 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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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AWS

▶남는 서버 활용해 사업 다각화 성공

블랙프라이데이(미국 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와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연휴 이후의 첫 월요일). 미국을 대표하는 쇼핑 시즌이다.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이 시기에 홈페이지 트래픽이 급상승한다. 만약 이때 서버가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존 입장에선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아마존은 설립 이후 꾸준히 서버 규모를 확장했다.

그러나 쇼핑 시즌이 끝나면 이 서버는 대부분 무용지물이 된다. 평소엔 100만큼의 서버만 있어도 된다. 하지만 아마존은 쇼핑 시즌만을 위해 1000만큼 서버를 확보했다. 여기서 베조스는 기막힌 생각을 한다. 평소에 남는 서버를 다른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이후 아마존은 4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새로운 공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AWS를 이용하는 기업은 클릭 몇 번으로 서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홈페이지 관리자는 트래픽 증가 조짐이 보이면 AWS에 접속해 클릭 한 번만으로 서버 규모를 늘린다. 반대의 경우면 다시 줄이면 된다.

AWS는 B2B 시장에서 그야말로 충격적인 서비스였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은 서버 용량을 늘리기 위해 물리적으로 서버를 설치해야 했다. 그러나 AWS의 등장으로 필요한 만큼 서버 자원을 늘리고 줄이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기업은 막대한 유지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현재 AWS는 세계 190개 국가에 걸쳐 자신의 서버를 공급 중이다. 대기업부터 공공기관, 스타트업까지 AWS 고객사만 100만개가 넘는다. AWS의 지난해 매출은 79억달러에 이른다. AWS의 성장 속도는 본업인 온라인 쇼핑보다 빠르다. 2006년 AWS를 설립한 엔디 제시 부사장은 최근 CEO로 승진했다. 그만큼 AWS는 아마존 내에서 한 축을 이루는 중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아마존 한국 사업은

▶아직은 클라우드 서비스만…

국내 시장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아마존이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해 있긴 하다. 다만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 사업이 아닌, AWS사업부만 있다. 2012년 AWS코리아를 설립한 아마존은 일찌감치 국내 클라우드 서버 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부터는 구글코리아 지사장 출신 염동훈 대표가 AWS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AWS는 서울에도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이미 AWS는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장악 중이다. 삼성전자, 넥슨, 넷마블, 미래에셋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이 AWS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AWS코리아 관계자는 “수천 개 국내 고객사가 AWS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IT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AWS코리아는 고객사가 기술적으로 불편함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조언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반면 아마존의 핵심 서비스인 온라인 유통 사업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가 해외직구를 통해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도다.

아마존의 국내 온라인 시장 진출은 지난 몇 년간 유통가에서 끊임없이 화제를 모은 이슈다. 2014년 아마존은 국내에 아마존서비시즈코리아를 설립했다. 이를 두고 아마존이 국내 유통 시장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아마존서비시즈코리아는 한국 판매자를 모집해 아마존에 한국 상품을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국내 온라인 시장 진출과 전혀 관련이 없다.

관련 업계는 당분간 아마존이 직접적으로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에 진출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인터넷 규제가 심한 데다 글로벌 유통 사업자가 자리 잡기 만만찮다. 그루폰 등 글로벌 기업이 섣불리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고배를 마신 사례도 있다. 다만 아마존의 강점인 디지털 콘텐츠 유통 사업은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 염동훈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대표

삼성·LG 등 국내 굴지의 기업 모두가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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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아마존웹서비스코리아 제공>
Q AWS코리아 대표로 온 지 2년이 지났다.

A 아마존과 AWS의 가장 큰 특징은 직원 스스로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WS는 다른 기업과 달리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아마존과 AWS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 ‘고객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려 애쓴다. 물론 많은 기업이 고객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실천하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반면 AWS는 새로 선보이는 서비스의 90% 이상이 고객의 요구에 의해 개발된다. AWS는 출범 이후 51회나 가격을 인하했다. 경쟁사 압력이 아닌, 자체적으로 진행한 가격 인하다. 고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혁신으로 발생한 이익으로 고객사에 돌려주는 기업은 단연코 우리밖에 없다.

Q 일반인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만 알고 있다. AWS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데 간단히 소개를 해달라.

A AWS는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컴퓨팅사업부다. 일반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6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한국에는 2012년 처음 사무실을 열고 AWS 클라우드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삼성전자, LG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부터 시작해 SM엔터테인먼트, 미래에셋, 넥슨 등 다양한 분야에 우리 고객이 있다. AWS코리아는 고객사가 기술적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IT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엔지니어를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과 세미나도 진행 중이다.

Q AWS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장점은 무엇인가. 아울러 AWS가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은 비결이 궁금하다.

A AWS 클라우드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탄력적이면서도 민첩하게 서비스를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사들은 자신이 원할 때 몇 분 만에 언제든 서비스를 늘릴 수 있다. AWS를 이용하면 굳이 시설 유지를 위해 과잉투자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는 비용 절감이다. 이전에는 서버를 설치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필요했다. AWS가 등장하면서 고객사는 이런 수고로움을 덜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는 다양한 기능이다. AWS는 다른 어떤 플랫폼보다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많이 내놓는다. AWS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것도 이런 장점 덕분이다.
AWS 클라우드가 등장하기 전엔 개발자들이 많은 제약을 받았다. 각종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서버에 대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AWS가 등장하면서 개발자들은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에어비앤비 등 스타트업이 보다 많이 늘어난 것도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 덕분이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54호 (2016.04.20~04.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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