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에서 골퍼 된 '長打 고질라'

입력 : 2017.05.10 03:04

[전설의 장타 골퍼 제이슨 주백, 국내 전문가들에게 비법 전수]

지역 대회 참가하며 꿈 키워… 1년에 100회, 전세계서 장타쇼
"나이 들수록 유연성이 관건… 난 일주일에 40시간 운동해"

한눈에도 힘깨나 쓸 것 같은 중년 남자(177㎝, 99㎏)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악수를 하는데 의외로 손을 쥐다 말듯 아주 가볍게 쥐었다. 그 이유는 헤어지면서 알게 됐다. 골프질라(골프+고질라)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전설적인 장타자 제이슨 주백(캐나다·47) 이야기다. 스코어를 따지는 골프계의 황제가 타이거 우즈라면, 거리를 따지는 장타(長打) 골프계의 황제는 주백이다. 그는 우즈가 프로 골프에 등장했던 1996년부터 장타 대회인 '월드 롱드라이브 챔피언십'에서 4연패를 한 것을 포함해 모두 5차례 우승했다. 2년 전에는 시니어(45세 이상) 롱드라이브 챔피언십에서 또 우승한 현역이다.

골프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그가 왜 '골프 고질라'인지 설명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주백은 파 5홀(기준 타수가 5타인 홀)을 드라이버로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사나이다. 보통 주말 골퍼는 3번에 공을 그린에 올리면 잘한다고 한다. 파 5홀에서 '1온 1퍼트'로 알바트로스(기준 타수보다 3타 적게 치는 것)를 8번 기록했다고 한다. 보통 드라이버 비거리가 400야드이고 마음먹고 때리면 500야드 넘게 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공인 최고 기록은 468야드. 그의 장타 전용 드라이버는 일반 드라이버보다 7~8㎝ 더 길다.
제이슨 주백에게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고 10~20야드 더 보낼 방법은 없는가?” 묻자, “백스윙 때 왼발 뒤꿈치를 살짝 들면 몸통 회전이 커져 장타를 치기 쉽다”고 했다.
제이슨 주백에게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고 10~20야드 더 보낼 방법은 없는가?” 묻자, “백스윙 때 왼발 뒤꿈치를 살짝 들면 몸통 회전이 커져 장타를 치기 쉽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TPI(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 인스티튜트) 세미나에서 한국의 골프 전문가들에게 장타 비법을 전수하던 주백을 만났다. 그는 "장타는 모든 골퍼의 꿈이지만 한국 골퍼들의 장타에 대한 관심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백은 "나도 어릴 때 아버지랑 처음 골프를 치러 나가면서부터 장타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했다. 원래 주백은 약사 출신이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했고 틈틈이 미니 투어(지역 골프대회)를 뛰며 골퍼의 꿈을 키웠다. 1995년 앨버타 오픈 골프 대회를 준비하는데 까마득하게 공을 멀리치는 주백을 보고 동료 골퍼들이 한마디씩 했다. "자네처럼 멀리 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차라리 장타 대회에 나가보는 게 어때?"
1995년 지역 장타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1년 뒤 월드 롱드라이브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얼마 뒤 약사를 그만두었다. 1년에 100차례 넘게 전 세계로 장타쇼 공연을 하러 다녔다. 장타 비결? 그는 "장타는 힘자랑이 아니라 사실 과학이에요. 헤드 스피드와 임팩트의 정확성, 공이 출발하는 각도(론치 앵글)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아이스하키를 했던 게 임팩트 감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우즈보다 더 장타자였는데 투어 대회에 대한 꿈은 없었을까? 그는 "투어 프로는 전혀 다른 세계다.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선 거리 컨트롤도 정확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는 TPI 설립자 그렉 로즈 박사(의학)가 "세계 톱랭커들은 대부분 장타자이고, 정확성만 높은 골퍼들은 대부분 투어 카드를 잃는다"고 귀띔하자 주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몇 해 전 영국에서 퍼터로 티샷을 해 300야드짜리 짧은 파4홀에서 원 온을 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비거리를 향상시키는 즉효약은 유연성"이라고 했다. "지금도 1주일에 40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데 유연성을 기르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했다. 팔씨름을 한번 해보자고 했다. 그는 "정말 미안한데 얼마 전 팔씨름하던 상대의 뼈가 부러져서 다시는 안 한다"고 했다. 작별 인사를 하는데 또 살며시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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