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스님 5천명 "4대강 반대" 시국선언…사상 최대 규모 /프레시안

나무사랑 | 2010.07.13 08:27 목록 크게

조계종 스님 5천명 "4대강 반대" 시국선언…사상 최대 규모

총무부장 영담 스님 '갈지자' 행보도 논란

기사입력 2010-07-08 오후 6:10:37

조계종 소속 스님 1만여 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12명의 스님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승려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는 사회 문제와 관련해 불교계가 발표한 시국선언 중 사상 최대 규모다.

8일 오후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불교연대)'는 문수 스님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문수 스님 추모와 4대강 개발 중단을 위한 조계종 스님 4812인의 생명 평화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조계종 입법 기구인 중앙종회 의원 81명이 전원 참여했으며, 전국 선원에서 수행 중인 수좌 스님들을 비롯해 24개 교구 본사의 스님들이 광범위하게 이름을 올렸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불교연대 측은 이번 선언을 "한국 불교의 현대사를 돌이켜볼 때 사상 최대 규모의 선언"이라고 보고 있다. 조계종 스님들이 사회 문제와 관련해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6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시국선언(1500명 참여)과, 1987년 6월 항쟁 당시의 시국선언(750명)이 있다.

또 이번 시국선언은 지난 5월 천주교 사제·수도자 5005명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발표한 '전국 사제·수도자 선언'에 이은 것으로, 종교계는 물론 시민사회의 4대강 사업 저지 운동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 스님(왼쪽)이 8일 승려 시국선언의 경과와 취지를 발표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이날 조계종 전 교육원장 청화 스님은 "이명박 정부는 흐르는 강에서 돈을 얻으려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는 그 강에서 돈보다 더 귀한 생명들을 일시에 잃게 될 것"이라며 "그 진리를 일찍부터 알고 계셨던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燒身供養·부처에게 공양하고자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행위)에 이제 온 불교계가 나서 화답할 것"이라고 본격적인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시사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 스님은 "애초 시국선언은 3300명을 목표로 진행했으나, 불과 일주일 만에 5000명 남짓의 스님들이 참가해주셨다"며 "지금도 스님들의 서명 용지가 계속해서 도착하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불교계 전체의 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연대는 이날 시국선언에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정신 계승 및 선양 △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등을 천명하고, "4대강 사업 전체 구간 중 한 곳을 시범적으로 지정해 사업을 진행하고, 이후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해보자"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수 스님 추모위원장' 영담 스님, '4대강 찬성' 밝혀 논란

한편, 이날 승려 시국선언을 앞두고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 스님과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이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영담 스님은 조계종단을 중심으로 결성된 '문수 스님 소신공양 추모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 같은 행보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오전 영담 스님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종교인도지원위원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대강 사업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종교인지도위원회는 대통령 자문 기구인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10개의 전문 분과위원회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현재 4대강 사업은 평균 21%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므로, 현 상황에서 사업의 중단은 더욱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일축했다.

총 46명의 상임위원 가운데 일부는 이 같은 호소문 채택에 이견을 보여, 상임위원 가운데 41명만이 호소문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수 스님 추모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영담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4대강 사업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여론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조계종은 그간 조계종환경위원회와 중앙종회 상임분과위원회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 5월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이후에는 종단 차원에서 추모 사업과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영담 스님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퇴휴 스님은 "다양한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오늘의 시국선언이 보여주는 것처럼 대다수 조계종 승려들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불교연대는 문수 스님의 49재 막재일인 오는 17일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추모 행사를 여는 등, 이번 시국선언을 기점으로 광범위한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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