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중단하라” 조계종 스님 분신 사망

등록 :2010-05-31 20:01수정 :2010-06-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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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 스님
문수 스님
문수 스님 경북 군위 하천둔치서 불에 탄채 발견
승복안에 “가난한 사람 위해 최선을” 유서 남겨
조계종의 한 수도승이 4대강 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분신해 목숨을 끊었다.

31일 오후 3시께 경북 군위군 군위읍 사직리 위천잠수교 앞 하천 둔치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ㅈ사에서 수행중이던 문수 스님(47)이 숨져 있는 것을 인근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승복 안에서는 ‘유서’라는 제목 아래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문수” 등의 글이 적힌 수첩과 승려증이 발견됐다. 또 “도반들에게 죄송합니다. 후일을 기약합시다”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날 아침 7시20분께 문수 스님이 군위군에 있는 주유소에서 직접 휘발유를 사간 것이 확인됐다”며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분신자살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인과 동기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스님의 법구는 군위 삼성병원에 안치돼 있다. 문수 스님은 1986년 시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사미계와 구족계를 수지했다. 2006∼2007년 경북 청도 대산사 주지를 역임했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소식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조계종은 이날 저녁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 퇴휴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현각 스님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총무원 관계자는 “통도사, 해인사, 묘관음사 등 선방에서 참선 정진만 해오던 수좌였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라며 “문수 스님은 근래엔 수행에만 전념해 불교계 내에서도 이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98년 중앙승가대 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상당한 사회의식을 갖고 사회와 불교의 개혁을 주장했던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벌여온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도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소식을 듣고, 서울 조계사 부근에 임시로 개설한 서울선원에서 수경 스님 등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불교계 4대강운하개발사업 저지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포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은 “문수 스님이 4대강 반대 운동에 표면적으로 나선 적이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불교계에선 스님의 분신을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에 언급된 것처럼 자신의 육신을 부처에게 공양을 올리는 소신공양으로 본다. 세계적으로는 1963년 베트남전 와중에 틱꽝득 스님이 자신의 몸에 가솔린을 뿌리고 가부좌를 튼 채 소신공양해 서양의 무기에도 굴하지 않는 영혼을 보여주여 서양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우리나라에선 태고종 승정인 충담 스님이 1998년 6월27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호명산 감로사에서 분단조국 통일과 생로병사 중생 제도, 불교계 화합흥륭 등 세 가지 대원력을 세우고 소신공양한 전례가 있다.

한편 불교계는 31일 밤 조계사 경내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불교계는 1일 아침 7시 ‘문수 스님 소신공양 대책 불교단체연석회의’를 열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은 “4대강에서 죽어가는 만생명을 살리기 위한 원력으로 소신공양을 감행한 만큼 영결식은 조계종단 차원에서 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조현 종교전문기자, 사진 조계종 총무원 제공 ylpak@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23406.html#csidx318d874474c745da4021e1b26175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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