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경험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약물이나 도박, 섹스와 관련되는 보상중추와 같다는 연구 결과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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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들이 설교를 듣거나 종교적인 영상을 보며 영적인 체험을 할 때 그들의 뇌 활동을 fMRI로 촬영했다.

독실한 신자가 종교적 체험을 한다고 말할 때 뇌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보상중추가 활성화된다. 미국 유타대학 생명공학과, 하버드대학 뇌과학센터,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신경과 공동연구팀은 영적·종교적 체험이 실제로는 뇌의 보상중추가 과잉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 논문을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소셜 뉴로사이언스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특히 이 같은 종교적 체험은 뇌의 보상중추가 자극되면서 나타나는 사랑이나 도박, 음악, 약물에 중독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스캐너로 그들의 뇌를 촬영한 결과 영적 체험을 느끼는 1~3초간 보상중추가 밝게 빛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쾌감중추라고도 불리는 보상중추가 자극되면 도파민 분비가 증가해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적 체험을 쉽게 느끼는 이들은 신이나 최후의 심판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 쉽게 자극 받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논문 저자들은 종교와 뇌의 보상중추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면 종교적 급진화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선교사를 지낸 예수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모르몬교) 신자 19명을 대상으로 ‘영적 감정’으로 흔히 일컬어지는 종교적 체험을 할 때 그들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참가자들은 6분 동안 교회와 관련된 시청각 자료를 본 뒤 8분 동안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 그 다음 8분 동안 경전을 소리 내어 읽고 12분 동안 종교적 체험을 한 사람들의 간증을 시청한 뒤 8분 동안 경전의 다른 부분을 독송했다. 그 도중에 연구팀은 그들에게 “영적 교감(성령)을 느끼는 중인가?”라고 질문해 ‘느끼지 못한다’ 부터 ‘매우 강하게 느낀다’까지 그들의 반응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영적인 체험 순간이라고 느꼈다면 버튼을 누르라고 했고 그들이 버튼을 누를 때면 MRI 스캔과 호흡과 심장 박동을 기록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평화롭고 아늑한 감정을 느낀다고 대답했고 어떤 이는 자극을 위해 제공된 종교 영상을 볼 때 영적 감정이 최고조에 달해 실험이 끝날 때쯤 눈물까지 흘렸다. 측정 결과 참가자들이 신과 가까이 있다고 느꼈을 때 그들 뇌의 측위 신경핵(nucleus accumbens)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역은 보상중추라고 불리는 부위로 사랑에 빠지고 섹스를 하고 약물을 하고 도박할 때도 활성화된다. 활성화 반응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은 버튼을 누르기 1~2초 전이었다. 참가자들은 숨도 크게 내쉬고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한편 영적인 체험은 전전두엽피질도 활성화시켰는데 이는 가치평가, 판단, 도덕적 추론과 관련된 영역이다. 또 영적인 체험의 순간에는 집중력 관련 두뇌영역도 활성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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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영적 체험을 한다고 느낄 때 그들 뇌의 여러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관련 논문 저자인 제프리 앤더슨 유타대학 교수는 “우리는 특정 종교의 신자들이 영적이거나 신성하거나 초월적이라고 해석하는 경험에서 뇌가 어떻게 참여하는지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같은 서구 종교에서 영적 체험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뇌가 정서적·인지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영혼이라고 하는 정신적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지난 몇 년 동안 뇌 촬영 기술이 성숙하면서 우리는 이제 수천 년 동안 가졌던 의문의 답에 근접하고 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우리 모두에게 좋든 나쁘든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때 종교적 체험이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 결정에 기여하려면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앙심이 그리 높지 않은 사람은 종교가 아닌 다른 것으로부터 같은 보상중추가 자극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애국적인 이미지나 평화로운 자연, 과학적 아이디어 등이다. 이런 점에서 뭔가에 열광할 때 뇌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앤더슨 교수는 사상의 급진화와 극단주의에서도 뇌에서 같은 신경회로가 관련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잘못 적용되는 종교적 체험도 같은 자극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그는 스스로 답했다. 예를 들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 종교적 폭력의 음모를 꾸미는 것 같은 종교적 극단주의 행동에 뇌의 똑같은 신경회로가 관련될 수 있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 옥스퍼드대학 신경과학자 카티야 비에치 교수는 신앙이란 연구하기에 아주 어렵고 복잡한 주제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보상체계와 극단주의가 관련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 연구의 주제는 아주 복잡한 체험이다. 종교적 체험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물으면 수많은 답이 쏟아진다. 그런 종교적 체험을 하는 사람의 뇌를 촬영할 때 우리가 보는 것은 특이한 것이 아니다. 그때 활성화되는 부위는 다른 많은 기능과도 관련된 곳이다. 그중 어느 하나를 두고 ‘신과 관련된 부위’라고 말할 수 없다.”

비에치 교수는 극단주의 행동을 일으키는 개별적인 동기와 동인을 이해하는 것이 종교적 체험 연구에서 활성화되는 뇌의 보상중추와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것보다 더 유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극단주의는 아주 다양한 요인이 동기가 될 수 있다. 테러리스트의 공격 동기는 보상 측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비에치 교수는 종교적 급진화의 과학적 이해를 위해선 이런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종교적 체험을 하면 의식의 변화된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행동 양식이 바뀐다. 따라서 극단주의 이면의 신경생물학을 이해하면 사람들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지에 관해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마사 헨리케스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