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알뜰폰이 또"..어떻게 이런 요금제가?

SBS | 유성재 기자 | 입력 2016.01.05. 16:05 | 수정 2016.01.05. 21:05

정부는 지난 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0.7%로 역대 최저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이 수치를 직접 실감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인데요, 여기에 가족 가운데 통신 이용자 두 명만 있어도 10만 원은 쉽게 나오는 통신 요금의 영향이 크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더 싸고 '쓸만한' 통신 요금에 대한 갈증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가 어제(4일) 우체국 알뜰폰 요금을 새롭게 개편하면서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았습니다. 8뉴스를 (▶ '기본료 없앤 알뜰폰' 돌풍…통신시장 지각변동)를 통해 전해드린 바 있지만, 가장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알뜰폰 사업자 에넥스텔레콤의 '제로' 요금제입니다.

기본료가 무료인데다 한 달에 50분까지 음성통화를 제공하기 때문에 전화 통화가 거의 없거나 주로 '받는 용도'로 사용하는 분들이 크게 호응했습니다. 평소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는 약 5백~6백 명 수준인데요, 우정사업본부가 집계를 해 보니 어제 하루만 8천 7백 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고, 이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4천 8백 명이 '제로' 요금제에 가입했습니다. 
 

물론 한 달에 발신전화를 50분 안쪽으로 쓰는 것은 개인의 사용 패턴에 따라 가능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50 분을 채 못 쓰고 한 달을 보낸다면 통신요금(단말기 분납금이 있다면 별도로 내야 합니다)을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는 것 뿐입니다.

그러면 50 분을 넘으면 어떻게 될까요? 초과분에 대한 요금은 초당 1.8 원으로 알뜰폰 요금 가운데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듭니다. 초당 1.8 원이면 5 초에 9 원이고, 1 분을 통화하면 108 원입니다. 공중전화로 일반전화에 전화를 거는 요금이 3 분에 70 원이고, 이동전화에 걸면 40여 초에 70 원 수준이니까 월 50 분 이용한도를 초과한 '제로' 요금제의 알뜰폰으로 이동전화에 건다고 가정하면 공중전화보다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위에서 보신 사진의 아래쪽에 있는 EG모바일의 'EG 데이터선택 10G 399'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이 많은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요금제입니다. 부가세를 포함해 4만 3천 890 원을 내면 음성, 문자 무제한에 데이터도 10 GB를 쓸 수 있습니다. 이동통신 3사의 10G 요금제와 비교하면 대략 2만 2천 원 정도가 싸니 데이터를 많이 쓰는 이용자라면 고려해 볼 만한 요금제입니다.

이지요금제
이지요금제

다만, 단말기 가격은 포함되지 않았으니 본인이 쓰던 기존 단말기를 해지한 뒤(이 경우 약정에 따라 위약금을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재가입하거나, 보관하던 공기계를 써야 단말기 값을 줄일 수 있겠지요.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가입할 수도 있는데, 제공하는 단말기가 갤럭시 노트3나 갤럭시 S5로 상대적으로 구형이라는 게 단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어제 하루 가입도 257 건에 그쳤습니다. 관심에 비하면 그다지 눈에 띄는 수치는 아닙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알뜰폰(MVNO)이 이렇게 새해 벽두 첫 월요일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역시 파격적인 요금제의 영향입니다. 어떻게 알뜰폰 요금제는 이렇게 저렴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망 구축을 직접 하지 않고, 이통 3사가 구축해 놓은 망을 빌려 쓰기 때문입니다. 물론 망 사용료는 지불하지만 네트워크 기지국이나 장비에 대한 유지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요금을 싸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계 통신비 절감을 주요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정부의 의지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알뜰폰 업계를 위해 전파 사용료를 감면해 주고, 추가로 도매대가 인하, 온라인 판로 지원, 수익배분 비율 조정 등의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난 해 영업 손실 예상액이 6백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는 것은 '알뜰폰 업체가 고사할 때까지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지원책은 궁극적으로는 여전히 통신 이용자 90%가 가입한 이동통신 빅3의 요금체계를 아래쪽으로, 다시 말해 좀 더 싼 쪽으로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뜰폰 업체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존 이통 3사가 갖고 있는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깨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방송-통신-인터넷 상품을 '약정'으로 두루 옭아매는 '결합 판매', 알뜰폰에는 불리한 '멤버십 운영'이나 '해외 로밍' 체계 등, 꼼꼼히 들여다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시장에 차고 넘칩니다.    

유성재 기자ven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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