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의 핵심, 항암제 내성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Newsweek 한국판 2014/07/22 16:00


항암


암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라 생각된 병이었지만 의학의 발달로 이제는 대부분의 암이 조기 발견 시 완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항암 치료는 안고 가야 하는 수많은 부작용들을 가지고 있다. 암의 크기를 줄이고 재발 및 전이를 막는 효과가 있지만 탈모를 비롯한 각종 부작용들은 환자에게 양날의 검이다. 항암제가 발전할수록 암세포의 내성 역시 강해지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항암제의 내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무어스암센터에서 암세포의 항암제 내성 발달 과정을 연구 중이던 과학자들은 최근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폐암, 유방암, 췌장암에 널리 사용되는 최신 항암제들이 실은 암세포의 항암제 내성을 강화하고 종양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이었다. 수용체 티로신인산화효소(RTK) 억제제로 분류되는 이 항암제들은 암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이 소식은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동시에 암세포 치료 연구에 있어 긍정적인 소식을 가지고 오기도 했다.


 


RTK 항암 치료제


연구자들은 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엘로티닙과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라파티닙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이지만 결국에는 암세포에 항암제 내성을 길러줄 뿐 아니라 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암세포가 원래 항암제에 맞서 내성을 키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항암제가 실제로 종양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은 처음 밝혀졌다.” 데이비드 체레시 무어스 암센터 병리학과 부회장은 말했다. 체레시는 이번 연구의 총책임자다.

체레시의 연구팀은 암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을 갖기 전과 후를 연구한 결과 실험 대상이 된 종양 표면에서 종양 전이를 유발하는 분자 CD61을 발견했다. 체레시에 따르면 이 분자는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강화하고 종양 세포 성장을 촉진한다. 그로 인해 암세포는 더욱 억세질 뿐 아니라 줄기세포와 같은 형질을 획득해 체내 거의 어디에서나 생존이 가능해진다.

“CD61을 종양 표면으로 가져와 그런 결과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RTK”라고 체레시는 말했다. RTK 계열 항암제들은 인류가 DNA와 분자신호전달기전을 더 깊이 이해하면서 만들어진 신종 약물이다. 주로 알약 형태로 경구 투여하는 이 분자생물학적 항암제는 특정 암을 보다 선별적으로 치료하고 건강한 세포가 입는 피해는 줄여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체레시는 거의 25종에 달하는 RTK 억제제가 승인됐거나 임상 실험중이며 특히 엘로티닙과 라파티닙은 최근 몇 년 새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엘로티닙 약품 브랜드 타르베바를 판매하는 진텍의 홍보담당자 나딘 피넬에 따르면 타르베바는 2013년 전세계에서 14억 달러 매출을 올렸으며, 미국에선 6억5000만 달러어치가 팔렸다. 라파티닙 약품 브랜드 타이커브를 판매하는 글락소스미스 클라인의 홍보담당자 버나뎃 킹은 타이커브가 2013년 전세계 3억2300만 달러, 미국 8600만 달러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밝혔다.



항암 치료제


항암제 개발에 빨간 불이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환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무어스암센터에서 폐암과 뇌암 환자를 치료하는 하팀 후세인 박사는 말했다. RTK 억제제의 효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암세포를 강화하는 부작용을 제거하는 방법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많은 암 환자들에겐 RTK 억제제를 통한 치료가 세포독성 화학치료 항암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RTK 억제제가 결과적으로 암세포의 항암제 내성을 증진시키고 암세포를 강화한다는 사실은 이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복용을 고려하는 환자들에게 분명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그러나 체레시는 좋은 소식이 나쁜 소식을 덮어버리고도 남는다는 후세인의 주장에 동의한다. “우리는 RTK 억제제의 암세포 강화 작용을 중단시켜 이 약이 다시 사랑받게 만들 방법을 발견했다”고 체레시는 말했다.

체레시의 연구팀은 암세포를 줄기세포로 진화시키고 항암제 내성을 증진시키는 분자연결 통로를 밝혀냈다. 그로써 시중에 나와 있는 항암제 중 이 분자연결 통로를 활용하는 약들을 식별할 수 있었다. “다른 약을 추가로 투약하면 기존의 약을 다시 정상화할 수 있다”고 체레시는 말했다. 


그가 연구에서 활용한 추가 약물은 보르테조밉이다. 제약사 밀레니엄의 벨케이드, 비너스의 사이토밉 등이 대표적인 보르테조밉 약품이다. 현재 보르테조밉은 골수종이나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용으로 허가가 나 있다. 체레시는 RTK 억제제로 인해 내성이 강화된 종양에 보르테조밉을 투여했더니 종양의 유사 줄기세포 형질이 뒤바뀌면서 종양이 “이미 내성을 길렀던 항암제에 다시 취약해지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항암제


화학치료와 분자표적치료에 모두 내성을 가진 암세포는 암환자에게 큰 위협이다. 치료를 할 때마다 약효가 떨어진다. 4월 20일 잡지 네이처 세포생물학 온라인판에 소개된 이 연구는 폭넓은 종류의 암에서 항암제 내성을 무력화시킬 새 치료법이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체레시는 말했다.

“만약 우리가 임상실험에서 성공한다면 일부 암 치료에서 완치의 개념이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 우리 연구소가 내놓은 연구 결과에 RTK 항암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겁을 먹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반사적으로 복용을 중단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RTK 항암제는 일정 기간 동안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서도 우선 복용해둘 필요가 있다.”

이 연구 결과를 보고 치료계획을 재검토하려는 암 환자나 의사들도 있겠지만 체레시는 RTK 항암제를 개선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상실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새 치료법으로 폐암, 유방암, 췌장암 환자들이 훨씬 큰 차도를 보이길 바란다.” 체레시는 말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2차 약물치료 후 폐암, 유방암, 췌장암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쥐들은 몇 달에 걸쳐서 계속 생존했다.” 암 연구자들이 다들 그렇듯이 체레시 역시 자신의 발견이 암 완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겐 열의가 넘쳤다. 다음 목표는 혈액검사를 통해 환자가 어느 시점에 약물에 내성을 갖고 추가 약물을 잘 받아들일지를 판정하는 것이다.

“환자의 종양이 내성을 보이기 시작하는 초기 증상을 순환종양세포 발견으로 보고 있다”고 체레시는 말했다. “임상실험에선 이 단계부터 두 가지 약이 모두 사용되기 시작한다.”



항암


스캇 립먼 무어스암센터 이사는 현재 무어스암센터가 “이 중요한 발견을 임상실험으로 확인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항암 치료의 주요 과제다.”후세인은 이번 임상실험이 문제가 되는 분자연결 통로를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실험은 엘로티닙으로 인해 암 진전과 항암제 내성을 경험한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올해 안에 실시된다. 환자들은 내성이 발견되는 즉시 보르테조밉을 투여받을 예정이다.

“만약 임상실험이 항암제 내성을 방지하거나 늦추는 데 성공한다면 아주 큰 성과”라고 후세인은 말했다. “우리의 발견이 실험으로 증명됨으로써 항암제 내성을 막는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암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미시건대 종합암센터 이사를 맡고 있는 종양학자 맥스 위처는 이 연구를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평했다. “벨케이드처럼 현존하는 약들이 다양한 항암제 내성 극복을 가능케 할지도 모른다.” 위처는 말했다. “임상실험을 해봐야 알겠지만 매우 전망이 촉진되는 발견이다. 좋은 소식 한 가지는 이런 약들이 이미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임살실험을 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없다. 부작용도 가볍다.”

진텍의 나딘 피넬은 이 발견에 대해 견해를 밝히길 거부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버나뎃 킹은 “방법론과 결과를 포함한 연구 전체 내용을 보지 않고선 정확한 견해 표명이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항암제 내성 분야는 종양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주된 과제였으며 여전히 복잡한 문제로 남아 있다. 본래 항암치료에 내성을 가진 암세포가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내성을 획득하는 암 세포도 있다. 우리가 제조하는 약과 관련된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이 연구 역시 결과물이 간행되면 검토할 계획이다.”

후세인은 현재 연구팀이 초기단계 항암제 내성을 판정하는 비침투식 혈액검사를 고안 중이라고 말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를 조율하기 위해서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의 순환종양세포 발현 정도를 측정한다. 그러면 종양 발현을 최대한 빨리 발견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후세인은 임상실험이 결국 내성을 갖춘 종양 세포의 유전자염기서열 결정으로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염기서열이 결정된 이후엔 “임상실험 하에 개별 환자에게 맞는 항암제 조합을 제안할 것이다.

체레시는 이번 발견과 실험이 “이런 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암 세포의 술수를 점점 익혀나가고 있다. 왜 그동안 항암 치료의 효과가 단발성에 그쳤는지 말이다. 그 술수를 역으로 활용해 암 세포를 제압하겠다.”



사진출처: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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