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대한민국, 박근혜가 책임져라"

[현장] 깃발마다 노란 리본…시청까지 행진 후 합동 분향

최하얀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5.01 1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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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지 말고 분노하고 행동하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124주년 노동절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와 분노'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1일 오후에는 서울역 앞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깃대 끝과 가슴 한쪽에 노란 리본을 매달고 있었다. 

'침몰하는 대한민국, 박근혜가 책임져라',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 '지금 우리가 침묵하면 세월호는 계속된다', '무능한 박근혜, 아이들을 살려내라'와 같은 구호를 담은 현수막과 피켓 또한 곳곳에서 보였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4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정부와 자본의 무능과 탐욕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희생된 국민들의 분노를 대변한다"고 결정한 후 이날 집회를 준비했다. 

민주노총은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가 총체적으로 합산된 결과물"이라며 5대 요구를 내놨다. △ 대통령 직접 책임 △ 희생자·실종자 가족에 대한 재난유급 휴가제 시행 △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운 규제 완화-민영화 정책 즉각 중단 △ 중대재해 및 대형사고 사업주 처벌 강화와 기업살인법 즉각 제정 △ 상시고용업무 비정규직 사용금지입법 시행 등이다. 

▲ 1일 오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노동절 대회가 서울역 앞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 1일 오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노동절 대회가 서울역 앞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어느 곳보다도 '억울한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겪는 곳이 민주노총 등 노동계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매년 2400명이 업무 중 재해로 사망한다. 하루에 6~7명꼴이다. 당장 현대중공업에서만 최근 두 달 사이 하청 노동자 8명이 숨졌다. 삼성 등 국내 반도체·전자산업에서 직업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는 92명(지난 3월 기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추산)에 달한다.  

해고, 노조 탄압, 수억에서 수백억 대 손배·가압류 등에 절망해 또는 이에 항거해 숨지는 노동자들의 수도 해를 거듭할 때마다 늘어나고 있다.  집회가 열린 이 날 오전엔 2년여 전 다니던 버스 회사에서 해고된 전북 지역 조합원이 자결을 기도했단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달 28일에는 명예퇴직 태풍이 불었던 KT에서 한 명이 투신해 숨졌고 그로부터 닷새 전엔 쌍용차 해고자가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대회사에서 "세월호 참사로 죽거나 실종된 억울한 목숨이 302명, 이들 대부분이 (인근 공단의) 노동자 자식이거나 형제·자매"라며 "노동자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죽는다"고 애통해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정권과 자본의 '학살'이라고 규정한다. 신 위원장은 "이번 참사는 낡은 배를 사게 하고 적재량 세 배의 짐을 싣게 한 규제 완화가 만든 학살이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구성되기까지 만 하루, 객실에 진입하기까지 닷새가 걸린 허술한 재난 대응 체계가 몰고 온 학살"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선원 대다수가 비정규직이었단 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신 위원장은 "아마도 이들은 스스로를 1년짜리 승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며 "이윤을 위해 안전과 책임 의식도 내팽개치는 자본의 탐욕이 이번 참사를 불렀다"고 했다. 

화마에 휩싸인 후 생사를 오가다 끝내 숨진 뇌병변 중증 장애인 송국현 씨의 이야기도 이날 재차 회자됐다. 고인은 27년간 장애인 생활 시설에서 지내다 자립하려 했으나 장애 3등급이라는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 등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홀로 있던 자택에 불이 나 전신3도의 화상을 입고 17일 숨졌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고 그를 기리는 분향소는 서울 시청 옆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설치돼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께 서울역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서울 시청 방향으로 1시간여 행진한 후 시청 앞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조문했다. 신 위원장은 "세계 노동절은 죽음으로 항거한 미국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생겨났다"며 "민주노총은 권력과 자본의 탐욕과 횡포로부터 노동자와 민중의 목숨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124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이 주최한 올해 노동자 대회는 1일 전국 12개 지역, 전날엔 전북·전남·광주 3개 지역에서 일제히 개최됐다. 서울역 앞에서는 집회를 마친 후 행진을 시작하려던 장애인 단체를 경찰이 제지하다 충돌이 발생,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관련 기사 보기 : 노동절 대회 초반부터 충돌…2명 병원 이송) 

▲ 이날 서울역 앞 대회에는 상복을 입은 조합원들도 다수 참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서울역 앞 대회에는 상복을 입은 조합원들도 다수 참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 프레시안(최형락)

▲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노동절 대회에 참여한 한 대학생이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노동절 대회에 참여한 한 대학생이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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