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선 부자로 성공하고 싶지 않다
[줄리아 투자노트]
하지만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보고 '착한 부자'에 대한 환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실제로 세상을 살펴보면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만들어 돈을 긁어모은 '나쁜 부자'가 너무나 많다. 나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아픔을 도외시한다는 뜻이다. 남이야 피해를 입든 말든 나만 이익을 얻고 잘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나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며 우리 사회 지도층에 참 나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체육관에서 라면을 먹었던 교육부 장관이 그렇다. 장관이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어서 문제가 아니다. 옥이야 금이야 키운 자식이 지금 차디찬 바다에서 어떻게 됐는지 몰라 가슴에 피멍이 든 채,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실종자 가족들을 옆에 둔 채 라면을 먹었다는 것, 그 라면이 넘어갔다는 것, 그 하나의 행위가 장관이 실종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극한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증거하기에 문제라는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라고 말한 청와대 대변인도 지금 실종자 가족과 그 가족에 자신을 투영해 함께 아파하는 국민들의 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안다"고 반박할지 모르겠지만 고통을 같은 입장에서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입장에서 그 고통을 바라보며 객관적으로 "안다"고 생각할 뿐이다. 최근 서점가에서 잘 나가는 인문학 작가로 손꼽히는 강신주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가운데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감수성, 정호 '이정집''편을 보면 우리 사회 나쁜 부자들과 지도층의 공감 부족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중국 북송 중기의 유학자 정호는 '이정집'에서 "의학서적에서는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면 '불인(不仁)하다'고 표현한다. 이것은 인(仁)이란 명칭의 형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인자는 천지만물을 한 몸이라고 여기므로 어떤 것도 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이 없다." 다리가 마비돼 고통을 못 느끼면 불인(不仁)이듯 남의 고통을 함께 느끼지 못하면 인(仁)하지 못한 것이다. 강신주는 "고통에 빠진 타인을 보았을 때 그와 비슷하게 고통을 느낀다면 그 사람은 나의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도 타자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강신주는 정호의 스승 주돈이의 일화를 통해 인(仁), 즉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수성이 어디까지 뻗칠 수 있는지도 소개했다. 주돈이는 창 앞의 잡초를 뽑지 않고 내버려 뒀다. 정호가 왜 잡초를 뽑지 않냐고 묻자 주돈이는 "내 뜻과 같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정호는 훗날 스승의 그 대답이 잔혹하게 뽑히는 잡초의 고통에도 공감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같은 라면을 먹어도 아픔을 처절히 경험할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신문기사(중앙일보 4월24일자)를 통해 소개한다. 진도 상황실에서 중학생 딸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컵라면을 먹고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는 장면이다. ""이 사진 좀 봐, 네 오빠 참 멋있다. 그치?" "응, 이 라면 오빠가 진짜 좋아하는 건데..." 딸은 젓가락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근데 엄마, 오빠 정말 죽은 거야?" 스마트폰 위로 굵은 눈물이 떨어진다." 일제시대 때 일본 형무소에서 2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윤동주 시인은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고 노래했다. 하늘을 우러러, 어른으로서 살아있음이 부끄러워지는 요즘, 부자가 되기보다, 사회 지도층으로 성공한 인물이 되기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와할줄 아는, 남의 아픔에 공감하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으로 숨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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