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관제구역인데…사고 전 교신기록 비공개, 왜?

등록 : 2014.04.18 20:17수정 : 2014.04.18 22:30

[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사고지점은 진도관제센터 관할
원인 밝힐 기록 보유 가능성 큰데
자료요청에 “제공할 수 없다” 거부

“선장에 탈출명령 지시도 안내려”
해경 초기대응 실패 책임론 일어

세월호 침몰 당시 관제 책임을 지고 있던 목포 해경이 사고 발생 뒤 사흘이 되도록 사고 직전 세월호와 관제센터 간 교신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고 지점이 해경 관제 관할인데도 정작 사고 신고는 관제 범위가 다른 제주관제센터로 접수됐다는 점 역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대목이다.

18일 항해사들의 단체인 한국해기사협회 누리집에 올라 있는 ‘진도 연안VTS(Vessel Traffic Services) 관제범위도’를 보면, 세월호가 급선회를 한 진도군 병풍도 부근은 진도관제센터 관할이다. 모든 선박은 운항 도중 해당 해역을 관리하는 관제센터와 교신하며, 관제센터는 속도와 위치 등 운항 정보를 송신받아 선박의 상황을 추적한다.

따라서 진도관제센터의 관제 범위를 고려하면,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역에 들어온 뒤 사고를 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전 8~9시에 교신은 진도관제센터와 이뤄졌으며,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신 기록도 진도관제센터가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고 지점인 맹골수도는 해도상 선박이 반드시 관제센터와 교신하도록 지정돼 있는 곳이다. 맹골수도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거센 곳이다. 김세원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도를 보면 맹골수도로 들어올 때 관제센터에 통보를 하도록 되어 있다. 교신 기록이 진도관제센터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기록을 해경이 확보하고 있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해경은 교신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진도관제센터 관계자는 “병풍도 쪽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교신 기록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교신 기록 보유 여부와 세월호가 관제구역에 들어온 시각에 대한 자료 요청에,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당장 제공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사고를 당한 지점이 진도관제센터 관할 구역이었는데도 사고를 접수한 곳은 제주관제센터라는 점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 대목이다. 공개된 교신 기록은 제주관제센터가 사고 접수 이후 세월호와 교신한 내용뿐이다.

세월호는 사고 뒤 ‘VHF 채널12’를 통해 긴급 구조 요청을 했고, 사고 구역에서 48마일(77㎞) 떨어져 있는 제주해양관리단 산하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신호를 잡아내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 세월호는 8시56분에 “지금 배가 많이 넘어갔습니다.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빨리 도와주십시오”라고 했고, 해상교통관제센터가 해경 신고 전화를 연결해 사실을 알리면서 사고 수습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해경 등의 신속한 초기 대응 실패가 피해가 커진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검찰 관계자는 “선장의 과실은 뻔한 것이다. 교신 기록을 보면 나올 텐데, 문제는 (사고 이후) 이준석 선장한테 사람들을 빨리 탈출시키라고 지시한 사람이 없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수부 산하 기관 등에서 잘못이 있었다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가 침몰 직전에 진도관제센터가 아니라 행선지인 제주의 관제센터에 사고 순간을 알린 이유도 조사하고 있다.

세종/김경무 선임기자, 광주/안관옥 기자

진명선 노현웅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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