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위비 라운지] 세계최고 '수퍼 甲' 2社… 두뇌형 기업 ARM vs 손발형 기업 TSMC

  •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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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3.15 03:06

    [극과 극 기업 해부]
    반도체 설계에 특화 'ARM'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AP 설계만 해주고 로열티 받아
    공장하나 없이 매출 1조3000억 영업이익률 49% 경이적 기록
    반도체 外注생산 전문 'TSMC'
    더 싸게, 더 빨리 대량으로… 의뢰받은 제품 생산에 전념
    삼성·애플도 위탁생산 의뢰 세계 파운드리시장 46% 점유

    스마트폰 시장 최강자인 애플과 삼성. 그러나 대체 불가능할 만큼의 완벽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아이폰이 없어지면 무척 아쉽겠지만,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 안드로이드폰이나 윈도폰으로 못할 것은 별로 없다. 갤럭시폰이 없어진다면 어떨까? 냉정히 말해 화웨이나 소니가 대체 못할 이유도 없다.

    ARM의 사이먼 시거스(왼쪽) 사장과 TSMC의 모리스 창 회장. / 블룸버그
    ARM의 사이먼 시거스(왼쪽) 사장과 TSMC의 모리스 창 회장. / 블룸버그
    그러나 모바일 제조업계에는 대체 불가능한 '울트라 수퍼 갑(甲)'이 두 곳 존재한다. 영국의 ARM과 대만의 TSMC라는 회사다. 두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극과 극이다. ARM이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원천 설계 기술을 개발하며 자체 생산 없이 전부 외주를 맡기는 '두뇌형 기업'이라면, TSMC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포함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각종 반도체 칩의 외주 생산을 도맡아 하는 '손발형 기업'의 전형이다.

    공통점은 전 세계 어떤 업체도 이 두 기업의 도움 없이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인텔이 PC에 들어가는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의 지배자였다면, ARM은 '모바일 업계의 인텔'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스마트폰·태블릿PC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95% 이상은 ARM의 설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매출의 대부분은 스마트폰·태블릿PC 메이커들에 설계 기술을 제공해 주고받는 라이선스비와 해당 제품이 팔릴 때마다 받는 로열티에서 나온다. 직원 수는 2800명에 불과하지만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24% 증가한 1조3000억원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9%였다. 시장 자체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만 유지해도 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ARM이 인텔과 다른 점은 인텔이 PC용 CPU의 설계부터 생산·판매까지 내부에서 담당하는 자사 완결주의를 고집한 것과 달리 오로지 설계에만 특화한다는 점이다.

    ARM이 1990년 설립 때부터 자체 공장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고객사들의 프로세서 설계만 대신 해주는 전략을 펼친 것은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를 우군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자체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완성품 시장에서 고객사와 부딪칠 일이 없다는 것은 ARM이 더 많은 고객사를 끌어들일 수 있는 큰 장점이었다.

    ARM과는 반대로 TSMC는 고객사에서 외주를 받아 반도체를 생산해 주는 파운드리(Foundry) 업계의 절대 강자. 이 회사의 경쟁력은 고객사가 원하는 반도체를 결함 없이, 더 싸게, 더 빨리 대량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앞서 '손발형 기업'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이 회사는 다른 회사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포항제철이나 삼성전자·현대차가 문을 닫아도 전 세계 경제에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TSMC의 대만 타이중(臺中) 공장에 지진이 나 생산 라인이 1인치만 흔들리면 전 세계 반도체 수급에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최근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하도급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자사 기기에 들어가는 일부 반도체를 TSMC에 위탁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는 작년 초 삼성·애플의 특허전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양사간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TSMC"라며 "스마트폰 한 대가 팔릴 때마다 7달러씩 벌어들인다"고 보도했다.

    ARM과 TSMC 두 회사는 고객사의 머리나 손발이 되어줄 뿐 절대 고객사와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고객사를 늘려나가는 '윈-윈 전략'을 쓴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외주 생산을 하지만(애플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도 위탁 생산한다), TSMC와 삼성전자의 결정적인 차이는 외주 생산에 특화됐는지 여부다. TSMC는 오로지 외주 생산만 하기 때문에 최종 메이커와 시장에서 부딪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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