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링크드인 명사 특강] '브레이크 포인트' 펴낸 제프 스티벨 던앤브래드스트리트社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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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21 03:05

벽에 적어 놓은 직원들 온갖 실패담… 그 고백이 모이면 최고 성과 낳는다
실패를 인정하고 나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까지… 실패 사실 잊게 만들어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도리어 능력을 기르고… 빨리 혁신할 수 있게 도와

2년 전 어느 날 나는 비서와 함께 텅 빈 사무실에 몰래 들어갔다. 그리고 화이트보드로 만든 한쪽 벽에 '실패'를 다룬 유명인들의 명언을 적었다.

윈스턴 처칠의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이란 말이나, 소피아 로렌의 '실수란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내야 하는 일종의 과외비' 같은 문구가 그것이다. 비서를 먼저 보낸 뒤 나는 내 생애 가장 부끄러운 실수를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이후 직원들은 사무실이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츰 회사 직원과 거래처 직원, 직원들 가족도 하나 둘 스스로의 실패담을 벽에 적기 시작했다.

이것이 화제가 되면서 LA타임스와 미국 공영라디오(NPR)에서도 취재를 왔다. NPR은 그 일을 계기로 온라인 실패담 코너를 만들어 운영했다. 우리의 실패담은 계속 이어졌다. 이렇게 실패 이야기가 2년 동안 쌓이면서 얻은 교훈은 뭘까.

던앤브래드스트리트 신용평가회사 한쪽에 마련된‘실패의 벽.’직원들이 직접 쓴 실패담으로 가득하다. / 던앤브래드스트리트 신용평가회사 제공
던앤브래드스트리트 신용평가회사 한쪽에 마련된‘실패의 벽.’직원들이 직접 쓴 실패담으로 가득하다. / 던앤브래드스트리트 신용평가회사 제공
1. 기업 문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나만 실패담을 썼다. 그런데 며칠 뒤 누군가 펜을 집어들었다. 6~7개 실패담이 더해지자 빠르게 벽이 채워졌다. 실수를 고백해도 괜찮다는 판단이 서자 다양한 실패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산술급수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벽은 공간 없이 빽빽이 채워졌다.

2. 과거의 실패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실패의 벽'에 쓰인 실패담들이 몇 달 뒤면 자연히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잉크가 바래기 때문이다. 몇 달이 지나면 서서히 색이 바래서 아홉 달 정도 지나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면 다른 실수담이 공간을 채운다.

화이트보드용 펜 회사 고객센터에 항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펜에 쓰여 있는 '영구적'이란 단어가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패담이 사라지는 방식은 우리 마음에서 실패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실패를 인정하고 나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 기억에서도 실패했다는 사실이 잊힌다. 그러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곪아 터진다. 실패를 잊으려면 고백하라.

3. 실패는 사실 큰 문젯거리가 아니다

'실패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처음 몇 주 동안 직원들은 매일 아침 새롭게 쓰인 실패 얘기가 없는지 열심히 확인했다. 그러나 지금은 갓 들어 온 신입사원과 손님들만 눈길을 준다.

실패담 프로젝트에 익숙한 직원들에겐 새로운 실패 이야기가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누군가 실패하고, 그것을 벽에 적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

실패는 사실 큰 문젯거리가 아니다. 직원들은 때로 회사에 수십만달러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까지 고백했는데, 그 일로 누구도 곤경에 처하진 않았다.

나는 직원들이 실패의 벽에 기록하는 실패는 CEO로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아무리 비싼 것이라고 말이다.

실패의 벽에 기록됐다면, 쓴 사람은 이미 실패를 인정하고, 교훈을 얻었고, 아마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패는 누구나 알지만 말하기를 꺼리는 '안방에 누운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와 같다. 그러나 실패의 벽은 비난받거나 낙인 찍히지 않고도 실패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누군가 회의 시간에 회사에 아주 위험한 발상을 떠올린다면, 옆에 있던 사람이 "실패담에 쓸 이야기가 하나 더 생기겠군"이라고 농담할 것이다. 실패를 인정할 수 있게 된 덕에, 우리 직원들은 서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위험을 계산할 수 있게 됐다.

4. 실패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업무에서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도리어 능력을 기르고 빨리 혁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우리가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길 수 있게 됐다는 게 자랑스럽다. 우리가 수많은 실패담을 적어가는 동안, 이 벽 자체가 우리가 이룬 최고의 성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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