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위험은 별도 관리 대상 아니야… 전략의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

  • 이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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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2.21 03:05

    7 Questions 위기관리 컨설팅 전문 올리버와이만社 존 드리직 회장
    기업의 최대 위험 신호는 - 핵심제품 시장 점유율 하락… 주가 내려가는 것보다 나빠
    리스크는 어디서 오나 - 유연성 없고 경직된 조직… 외부 위험이 닥치면 훨씬 큰 위기로 발전

    삼성전자, BMW, 스페인 정부.

    이 세 조직의 공통점은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올리버와이만(Oliver Wyman)의 고객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존 드리직 올리버와이만 회장은“저성장 시대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늘 존재했다”며“기업이라면 연간 40%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연정 객원기자
    지난 10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존 드리직 올리버와이만 회장은“저성장 시대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늘 존재했다”며“기업이라면 연간 40%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연정 객원기자
    이 회사는 금융과 위험 관리 분야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다른 선도 컨설팅 회사들과 차별화된다. 스페인 정부가 지난해 유로존 재정 위기로 여건이 나빠진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대응 능력 평가)를 맡긴 곳도 올리버와이만이다.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을 맞는 올리버와이만은 직원 4800명으로 매출 17억달러(2012년)를 올렸다.

    올리버와이만의 9번째 직원으로 입사한 존 드리직(Drizik·51) 회장은 2000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왔다. 최근 방한한 그는 위클리비즈와 만나 "위험관리와 전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위험은 별도로 관리할 대상이 아니라 전략의 가장 중요한 참고 자료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컨설팅을 하면서 정말 불행이라고 생각해온 점이 있다면, 기업이 위험관리는 전략을 보완해 주는 보완재로만 생각하고, 전략 그 자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언제 위험이 찾아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드리직 회장에게 일곱 가지 질문을 던졌다.

    존 드리직 회장이 말 하는 기업이 위험에 대처하는 여섯 가지
    ①최근 한국에서 여러 중견 기업이 무너졌다. 한국 기업의 위험관리에 대해 조언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우리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위험이 무엇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정말 자신을 망하게 할 수 있는 요인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반드시 CEO가 결정할 일이다. 기업은 자신에 맞는 리스크 성향(risk appetite)을 선택해야 한다. 리스크가 제로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규모의 리스크를 선택해야 할지, 어떤 리스크를 감수하고, 어떤 리스크를 버려야 할지를 최고경영진 선에서 정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리스크도 공유돼야 한다. 만약 리스크를 경영진이 솔직하게 공유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팀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분석만 하고 전략과 연결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2014년에도 기업은 정말 많은 리스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리스크 관리가 조직에서 우대를 받아야 하며, 그것을 시스템화할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져야 하며, 큰 리스크가 나타날 때 확실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

    ②기업이 위험에 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신호가 단 하나 있다면?

    "핵심 제품의 시장점유율 감소다. 이는 주가가 내려가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 시장점유율 감소는 제품의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것이고, 경쟁자가 당신을 이미 대체한다는 신호다. 그러나 기업은 보통 그런 신호를 무시한다. 30%이던 시장점유율이 26%로 떨어져도 '우리는 여전히 선도 업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 몇 년 만에 급격하게 상황이 바뀐다. 어느 순간 치고 들어온 경쟁자의 존재가 너무 커져 버린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그러면 그 경쟁자를 인수해서 상황을 만회하기도 버거워진다.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데도 매출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감소를 그냥 두면 안 된다."

    ③최근 만나본 글로벌 CEO들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

    "모든 CEO의 톱 어젠다는 성장이다. 기업은 비용 절감을 통해서도 이익을 늘릴 수 있지만, 그렇게 돈을 버는 건 패자들의 행동이다. 다시 말하지만,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CEO들의 또 다른 고민은 규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산업 규제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사업이 타격을 입기 전에 어떻게 규제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④세계경제 저성장이 오래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 그리고 장기 저성장 상황에서 승자가 되려면?

    "우린 벌써 5년간 저성장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회복 과정을 보지 못했다. 최소한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가 급격하게 나아지리라는 신호는 전혀 없다. 앞으로도 10년간은 저성장할 것으로 본다.

    저성장 상황에서 승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급격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다. 경제가 2~3% 성장할 때도 그런 기업은 늘 존재했다. 패자는 고수해온 기존 사업만 붙잡는 기업이다. 또 국가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우리 사업 성장률을 맞춰보자는 식의 기업이다. 그러나 그럴 땐 경제성장률 수준의 성장은 고사하고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기업은 연간 40%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⑤기술 변화가 심할수록 기업은 '이중 베팅(double betting)'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대표적인 사례로 IBM이 있다. 과거 첨단 기술 산업에서 핵심 산업은 메인 프레임, 미니 컴퓨터, PC 순이었다. 그런데 현재 메인 프레임과 미니 컴퓨터를 만들었던 회사 중 유일하게 생존하는 회사가 IBM이다. IBM 이외의 다른 동종 산업 경쟁자는 모두 망했다.

    IBM은 과거 PC 시장이 너무나 작을 때부터 강력하게 베팅하기 시작했다. 그 베팅이 점점 성공하자 경쟁자들도 PC에 뛰어들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이 중 베팅이라는 것은 이처럼 기업이 경쟁자로부터 위협을 당할 경우 그것을 무시하고 기존 사업에만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치고 들어오는 그 경쟁자의 사업에도 뛰어드는 것이다.

    보통 시장 선도자를 위협하는 경쟁자는 매우 작고 하찮게 보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더블 베팅하는 기업은 시장점유율이 98%나 되고 나머지 2%를 새로운 경쟁자가 차지할 때도 그걸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2%가 언젠가는 98%가 될 것이라는 경각심을 갖고 2%에도 확실히 베팅한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이 '2%는 실패할 것이며, 2%는 단기간에 사라질 것이니 없던 일로 하자'고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주위 사람들이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때는 경우에 따라 더블 베팅이 아니라 트리플 베팅도 필요하다."

    ⑥더블 베팅을 할 때 자원을 어느 정도 투입해야 하나?

    "더 큰 실수는 보통 '오버 베팅(over betting·과대 베팅)'보다 '언더 베팅(under betting·과소 베팅)'을 할 때 발생한다. 언더 베팅은 사실 하나 마나 한 베팅이다. 결과적으로는 기존 주력 사업에 충실한 편이 낫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기업을 수도 없이 봤다.

    넷플릭스(비디오 배달 업체)와 블록버스터(비디오 대여 업체)를 보자.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가 다가오는 걸 봤다. 처음에 넷플릭스는 너무너무 작았다. 그러나 조금씩, 정말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시장점유율을 늘려갔다. 넷플릭스가 작았을 때 블록버스터가 인수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사업을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걸 거부했다. 블록버스터가 때는 이미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 이미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뒤였다. 리스크라는 것은 언제나 전략적이어야 한다. 더블 베팅을 한다면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⑦기업에 리스크는 보통 내부에서 오는가, 아니면 외부에서 오는가?

    "둘 중 하나에서만 오지는 않는다. 리스크는 항상 내부와 외부 문제가 동반해서 찾아온다. 기업은 외부 경쟁자에게 위협을 받는다.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취향이 달라지는 것도 외부 문제다.

    그런데 내 경험에 비춰 보면 외부 위험을 겪는 기업은 내부에도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유연성이 없고 경직된 조직에 외부 위험이 닥치면 훨씬 큰 위기로 발전한다. 반대로 유연하고 융통성이 뛰어난 조직은 외부의 위험에 대해서도 발 빠르게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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