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아닌 북-미 군사연습이다

김종대 2013.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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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_01.jpg » 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풍군 북녘 .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자료 사진.


전쟁의 유령이 배회하는 한반도 위기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치군사 게임이 진행중이다. 과거에는 미국과 북한 중 어느 한쪽이 무력시위를 하면 상대방은 긴장해서 방어태세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의 군사행동에 즉각 반응하면서 매우 신속하고 짜임새 있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의 전개과정은 이러하다. 3월 중순에 미국이 북한을 초토화할 수 있는 비(B)-52 폭격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키자 북한은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미사일을 40기 보유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비-52 폭격기의 추가훈련을 취소하고 대신 스텔스 비-2 폭격기와 에프(F)-22 전투기를 출동시켰고, 핵잠수함을 배치하면서 “이번에는 어쩔래?”라며 북한에 공을 넘겼다. 그러자 북한은 스텔스기가 출격하는 “괌, 하와이, 미 본토 공군기지를 타격하겠다”고 응수하며 전략로켓군에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했다. 중장거리 미사일로 응수하겠다는 뜻이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하는 해상배치 엑스(X)밴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시키고 괌 기지에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배치하였다. 이에 열받은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달은 실제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이나 다름없는 각본을 만들어 서로를 시험해보는 ‘도상 전쟁’ 기간이었다.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어지는 군사적 대응을 통해 미국과 북한은 지난 20년간 제각기 발전시켜온 전쟁 프로그램을 가동해보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난 한달 동안 한-미 군사연습이란 것은 없었다. 있었다면 북한과 미국이 서로 대항군으로 편성되어 상대방의 의도와 능력을 시험해보는 전쟁게임, 곧 북-미 군사연습이 있었을 뿐이다.

먼저 미국은 2001년에 작성된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제시된 과제, 곧 한반도 비상사태 발생 때 얼마나 신속히 한반도에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전략과제의 수행능력을 점검하게 되었다. 미 전략사령부의 개념계획 8022가 바로 그것으로, 그 핵심은 “한반도 유사시 8시간 이내 핵 옵션 수행”이다. 지표 관통형 핵폭탄을 탑재한 비-2 폭격기는 그 백미라고 할 수 있고, 핵잠수함의 트라이던트 미사일, 항모 탑재 전투기의 핵폭탄 등이 이를 보완하게 된다. 미국이 최근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는 핵심 무기들은 바로 한반도 핵우산의 효용성을 검증하고 북한에 이를 확신시키려 한다.

반면 북한도 역시 1990년대부터 발전시켜온 ‘판갈이 속전속결 전략’의 성과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핵으로 협박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는 경보병부대와 기계화사단을 핵심으로 하고, 나머지 비효율적인 군사력은 제거하는 지난 20년간의 군사력 재편의 성과를 이번 기회에 검증하고자 한다. 김정은이 3월 중순에 말한 “우리식 전면전 태세”와 “3일 전쟁 계획”, 3월말의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의 “핵무장과 경제건설의 병진” 노선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북한은 이번 기회에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북한군 최고사령부에서 일선부대에 이르는 모든 전투단위를 체험하면서 전쟁지도 리더십도 확립하고 합리적인 군사력 재편도 도모하는 기회를 포착했다.

이런 군사정세에서의 변화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 대한 자신감의 결과인지, 좌절감의 결과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전쟁연습에 몰입함으로써 각자 어느 정도 위신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경제로 눈을 돌릴 때다.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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