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에 아날로그 감성 담는 게 진짜 혁신”
기사입력 2014.09.18 15:16

서울 천호동 동신중학교 정문에 있는 이 건물은 겉모습이 마치, 아파트 견본 주택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건물 내 설비에는 최첨단 IT기술이 모두 적용돼 있다. 가령, 2층 아파트 거실을 꾸며 놓은 공간에는 소파가 놓여 있고, 그 앞에 벽걸이형 TV가 걸려 있다. 신기한 것은 소파 앞 탁자다. 터치 스크린 방식의 대형 TV 디스플레이를 부착한 이 첨단 탁자로는 e-북이나 e-신문 등을 읽는 것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주방 가구에도 구현돼 있다. 식탁 위에서 각자의 웹브라우저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자유롭게 켤 수 있다. 이러한 양방향 멀티터치(Multi-Touch) 기술은 유치원, 학교 등 교육 시설과 병원, 일반 점포에서 제품 홍보 용도로 활용하기 알맞다. 가령, 디스플레이 화면에 피아노 건반을 띄운 뒤, 누르면 실제 피아노와 똑같이 소리가 난다. 

아이카이스트는 카이스트(KAIST)가 출자해 세운 국내 1호 벤처기업이다. 카이스트가 자회사 형태로 세운 기업은 현재, 아이카이스트가 유일무이하다. 카이스트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것은 물론, 학교 로고 및 브랜드를 사용토록 허락한 것도 아이카이스트가 처음이다.

특히, 정전용량(손가락 정전기를 감지해 반응하는 방식) 대형 멀티 터치 패널 분야에서 아이카이스트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 김성진 대표는 “종전까지 정전용량 멀티터치 기술은 10인치까지만 구현이 가능했지만 우리가 드라이버 칩, 컨트롤러, 센서 등을 개발하면서 대형화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아이카이스트는 지난 2013년 가전박람회 ‘CES 2013’에서 세계 최초로 65인치 정전용량 터치 스크린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천호동 서울 사옥에 마련된 미래 교실의 스마트 칠판은 84인치다. 현재 아이카이스트는 100인치 정전용량 터치 스크린 기술도 갖고 있다. 유리 대신 플라스틱을 이용해 ‘휘는 터치 패널’을 만든 것도 아이카이스트가 세계 최초다. 국내외 특허 출원한 기술만 50개가 넘는다. 대형 터치 패널을 월 10만 대 이상씩 생산하는 것은 세계를 통틀어 아이카이스트가 유일하다.


-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상상 속의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미래 가치)를 현실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기업’이 아이카이스트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가 세운 1호 벤처기업
이런 이유로 최근 아이카이스트와 이 회사 김성진 대표는 국내외 언론 및 관련 기관으로부터 각각 ‘한국형 강소기업’, ‘30대 혁신 CEO’로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IT 분야에서 이미 예전부터 두각을 나타낸 기대주다. 대학 졸업 후 지난 2008년 처음 세운 벤처기업 ‘휴모션’도 김 대표의 혁신적인 성향을 잘 말해준다. 특히 휴모션이 개발한 ‘생각으로 가는 자동차’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된 이 기술은 사람의 생각에 따라 혈류의 양과 속도가 바뀐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김 대표는 3년 후 모 대기업에 200억원가량 기술 이전비를 받고 관련 기술을 넘겼다. 그 다음에 세운 회사가 바로 아이카이스트다. 아이카이스트에서 김 대표와 카이스트의 지분은 각각 51%, 49%다.

흔히 IT기업을 구분할 때 많이 사용하는 것이 소프트웨어를 만드느냐, 하드웨어를 만드느냐다. 이러한 이분법적 기준으로 볼 때 아이카이스트는 어떤 기업으로 구분해야 할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는 소프트웨어 기업도, 그렇다고 하드웨어 기업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아이카이스트의 정체성은 ‘상상 속의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미래 가치)를 현실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기업’이다. 이를 한 단어로 설명하면 ‘재미(Fun)’다.

발전된 멀티터치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고 노력하는 것도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재미와 흥미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그 시작점으로 교육 분야를 선택했다. 일부에서 아이카이스트를 교육 솔루션 기업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카이스트의 교육솔루션 ‘스마트스쿨’은 스쿨박스, 키즈박스, 유니박스 등 소프트웨어와 터치 플레이(정전용량 터치 스크린), 전자 칠판, 태블릿 PC 등 하드웨어를 결합시킨 미래형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선생님이 터치 패널이 깔린 칠판에 교재를 띠우고, 판서(板書)하면, 이 모든 내용이 아이들 책상에 장착된 터치 화면에 그대로 나타난다.

김 대표는 “흔히 IT하면 디지털(Digital)기술부터 떠올리는데, 우리가 만드는 기술은 기존 아날로그(Analogue)가 가진 감동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카이스트의 교육 솔루션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UX)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김 대표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수백 명의 학생들을 관찰했고, 여기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냈다. 지난 7월말 현재 스마트 스쿨은 세종시를 비롯해 전국 초, 중, 고 320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중국, 일본, 몽골 등 10여 개 국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10월 수출돼 최근 개교한 중국 광둥(廣東)성 컨테이너 교실도 화제다.

“도시로 몰려든 농민공들로 인해, 현재 중국은 주요 도시마다 교육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교 하나를 짓는 데 우리 돈으로 보통 10억원 정도 드나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여기에 최첨단 스마트 스쿨 기술을 깔았어요. 비록 컨테이너지만 에어컨도 깔고 화장실까지 갖췄죠. 모든 전기는 태양열 발전이구요. 이렇게 교실을 꾸몄는데도 비슷한 규모의 학생을 수용하는 데 6억원 밖에 들지 않으니, 교육 인프라 문제가 심각한 중국 지방정부로선 놀랄 수밖에요.”

컨테이너 교실은 현재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후원으로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에 1000여개 정도 지어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아이카이스트는 올해 들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 1억 달러 정도를 수출하였다. 지난해 총 수출액은 6000만 달러다. 

국내 판매를 늘리기 위해 우리은행과 함께 금융 상품도 마련했다. 주 타깃층은 중소형 사설학원이다. EBS, 시공미디어, 대교 등과는 콘텐츠 사용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 생활형 OS 솔루션 기업을 꿈꾸는 아이카이스트의 다음 목표는 의료 분야다. 저전력 바이오 플라즈마(Plasma)를 활용해 피부 재생을 촉진시키는 치료 기기는 올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무선 충전 방식의 시스템 개발도 준비 중이다.   


▒ 김성진 대표는…
1984년 충북 음성 생, 2009년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2008년 휴모션 설립, 2011년~현재 아이카이스트 대표

글: 송창섭 기자 (realsong@gmil.com)
사진: 염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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