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0일자 중앙일보에 “암 전이의 중요 통로 경락, 실체 드러났다”는 기사가 났던 것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한의계 일각에서는 눈으로 프리모시스템 연구가 이만큼 진행되었다는 데에 놀라움을 표현했고, 또 다른 이들은 프리모시스템과 경락이 도대체 무슨 관계냐며 일종의 불쾌함을 표현하였다.
필자는 현재 경희대 한의대 병리학교실에서 연구조교로 일하고 있으며, 동시에 서울대 융합기술원 나노프리모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서 프리모시스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프리모시스템(Primo Vascular System, PVS)은 혈관계 림프계와 같이 전신에 분포하는 순환계로 생각된다. 프리모시스템은 림프계통과 마찬가지로 프리모관, 프리모노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리모관 안에는 림프액에 상당하는 프리모액이 유통하고 있으며, 프리모노드에서는 산알이 생성되어 프리모액에 함유되어 프리모시스템을 돌아다닌다. 산알은 프리모시스템 기능에 가장 중요한 인자인데, 세포 및 조직재생을 하는 핵심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프리모시스템은 1960년대 평양의대 생리학교실 김봉한 교수의 논문 5편을 통해 ‘봉한계통/경락계통’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김봉한 교수는 당시 경락을 연구하고 있었으며, 족삼리 전침이 대장 운동성 변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한 결과가 그의 논문 제1편 ‘경락 실태에 관한 연구’에 실려있기도 하다. 그는 경락의 실체를 찾는 연구를 진행한 끝에 경락이 지나는 위치의 피하에서 관을, 경혈 위치의 피하에서 작은 덩어리를 발견하였고, 이를 봉한관(프리모관), 봉한소체(프리모노드)라 이름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현미경 사진으로 함께 보고하고 있다.
이 계통은 3년 후 발표한 3번째 논문 ‘경락체계’에서 피부에서 발견한 표층봉한관 및 표층봉한소체 이외에도 혈관 내, 뇌척수, 장기표면 등에서 봉한계통을 발견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발표하였다. 그리고 봉한계통은 크롬친화성, 호은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포일겐 반응 양성의 과립과 아드레날린 반응 양성 과립들을 함유하고 있다는 등의 다른 유사계통이나 해부학적 구조물과의 구별점을 명시하였다. 이러한 특징과 봉한계통의 특이적인 해부조직학적 특징을 근거로 피부의 경락경혈의 위치에서 발견한 봉한관과 혈관 내, 뇌척수, 장기표면 등에서 발견한 봉한관이 같은 조직이라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연구과정을 통해 김봉한 교수는 전신에 촘촘히 분포하는 봉한계통을 경락계통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연구방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지 않고 봉한관을 발견했던 주요 염색약을 기재하지 않아 이 연구는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재현되지 못하였고, 결국 역사 속으로 잊혀지게 되었다.
2002년 서울대 소광섭 교수로부터 프리모시스템은 다시 연구되었으며, 만 10년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는 크게 각종 분야의 새로운 기술들을 융합하여 김봉한 교수의 연구결과를 재현하는 것과 김봉한 교수가 밝혀내지 못하였던 프리모시스템의 특성을 규명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지난 10년간 혈관 속, 장기표면, 뇌, 림프관 속 등에서 프리모시스템이 발견된 바 있으나, 피부에서는 김봉한 교수의 연구결과를 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누군가가 필자에게 프리모시스템이 경락이냐고 물었을 때 김봉한 교수가 그러했듯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김봉한 교수의 연구결과가 옳음이 증명되고 있음을 본다면,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건대 언젠간 프리모시스템과 경락계통이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