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가 획득과 쟁취의 시대였다면 2만 달러 시대는 수성의 시대다. 무엇을 얻느냐보다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1만 달러 이전 시대가 제조업의 시대였다면 1만 ~ 2만 달러에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정보통신(IT)업이, 그리고 2만 달러 이후 시대에는 서비스업이 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최근 국내에서 15년간 매해 15%이상 꾸준히 성장해 온 업종이 있다. 성숙기에 든 제조업도, 격심한 버블 붕괴를 겪었던 IT업도 아니다. 그것은 보안산업이다. 보안기업은 시스템 경비, 스마트 카드, 안전상품 판매, 인경비(개인경호)업 등을 맡게 된다.

감독 겸 배우로 활약하는 헐리웃의 실력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가장 먼저 인기를 얻은 것은 60년대 황야의 무법자로 상징되는 스파게티 웨스턴 서부영화였다. 그 영화들에서 그는 떠돌이 건달 총잡이였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총을 스스로 꺼내들어야 했다.

그는 10여년 뒤인 70년대에 더티 해리 시리즈에서 권총을 든 형사로 변신했다. 도시의 범죄자를 소탕하는 냉혹한 형사로 환골탈태한 것.

90년대 중반 그는 사선에서라는 영화에서 말쑥한 양복을 차려 입은 경호원으로 다시 승격했다.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것에서 경찰에 의탁하는 시대로 바뀌었고 다시 경호원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려면 보안업체를 찾곤 한다. 그리고 그 10명 중 6명(시장점유율 60%)은 에스원을 방문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에스원의 고객(가입자 분포)은 사무실이 21%, 일반상가가 25%, 공장이 10%를 차지한다. 일반인의 예상과는 달리 금융기관은 8%, 귀금속점은 2% 수준에 그치고 일반가정(주택)이 20%를 차지해 금융기관과 귀금속점을 합한 것보다 2배나 많다. 가정은 중요한 고객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개척의 가능성도 여전히 많다.

계약건수의 증가속도도 눈부시다. 계약건수 7만5000건(1996년)에서 17만7000건(2001년)으로 10만건 늘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5년이었지만 26만8000건(2003년)으로 다시 10만이 늘어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겨우 2년이었다. 지난해 계약건수는 31만6000건, 올해 3분기 기준 계약건수는 34만4000건으로 다시 단축되고 있는 추세다.

보안시장의 성장은 2만 달러 시대의 또다른 증거인 주5일 근무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록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여가를 편안히 즐기기 위해서는 도난, 화재 등 안전에 대한 확신이 우선돼야 한다"며 "범죄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와 주5일 근무제에 따라 에스원 같은 보안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스원에 이은 보안시장의 2 ~ 3위 업체는 다국적기업 ADT캡스와 통신 공기업 KT의 자회사인 KT텔레캅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선발업체와 해외에서의 인지도와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할 경우 서로 상대의 시장을 잠식할 우려도 있지만 전체 파이가 커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보안시장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업체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사무실이나 가정의 문에 디지털 도어록을 설치한다. 열쇠와 자물쇠로 상징되는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 지문을 입력하거나 숫자등으로 암호화된 가상의 열쇠를 사용하는 것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동굴을 여는 주문 '열려라 깨'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의 디지털도어록 전문업체는 아이레보다. 아이레보는 스캔방식의 지문인식 기능을 응용하거나 강화유리문에 적합한 신제품을 출시해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레보는 세계 1위 업체기도 하다. 아이레보는 지난 2001년 이후 게이트맨이라는 디지털 도어록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배성민기자 ba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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