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돈줄을 잡는 세 가지 기회
▶ 상기商機란 활동이 아홉이면 이론은 하나
옛말에 이런 글이 있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요, 일의 성패는 하늘의 뜻에 달렸다(謀事在人 成事在天)” 말풀이를 하면 성공을 짐작하거나 예상하기 어려우니 모름지기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새해가 되면 1년의 신수를 본다. 이는 한해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계획(plan)의 의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계획이란 “미래에 관한 현재의 결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앞날의 일을 예견한다거나 단정하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 들어맞는다, 안 맞는다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단지 현재 어느 방향으로 나가면 좋은가,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전원 협력하여 나갈 통일된 목표를 내세우는 것이 바로 계획이다. 경영[장사]은 앞날에 대한 활동이다. 어떻게 보면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또한 미래인지도 모른다.
시절을 거슬러 장사를 한 사람 치고 가산을 온존하게 보존한 사람이 없다. 장사란 자본이 문제가 아니라 상기商機를 보는 안목과 물기物機를 생각하는 방법의 문제이다. 상기란 팔릴 만한 인심의 기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획서나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상기란 우선 활동이 9할이요, 나머지 1할이 이론이다.
왜 상기를 보는 안목에 대해 수많은 마케팅 서적에서 설명하지 않는가? 교과서대로 하면 왜 안되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사업기획서를 작성하기 위한 작성법이었지 상기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활동에 대해서는 서술하지 않는다.
흔히 기업경영을 논할 때 경영의 성과(결과)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시시콜콜 셈을 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짓은 없다. 당연 결과가 나빴다면 계획이 나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경영은 결과를 원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철저히 원가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경상비가 지나치게 많이 든다고 생각되면 우선 계획 단계에서 그러한 비용이 어느 정도 필요한가를 계산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지 이미 끝난 비용을 뒤늦게 조절한다는 것은 시간과 인건비의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상기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목적은 팔릴 가능성은 높이고 팔리지 않을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 장구경에서 정보를 얻다
무엇이 팔리는가 모를 때는 당연히 저자거리를 두루 돌아다니며 보고 들으면서 물건의 팔림새를 보는 것이 상책이다. 곧 시장동향을 현장에서 파악하라는 말이다. 누가 잘 정리된 보고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직접 거리를 보고 백화점이나 경쟁업종의 점포를 보면 총론적인 시장의 흐름을 알게 된다. 박람회, 회의, 협회 모임 어디든 좋다. 가서 보고, 확인하고 따져라. 판단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그것도 당신의 평범한 상식과 직접 발품을 파는 것에서 보고 듣고 느끼게 되는 정보는 어느 리서치 회사에 의뢰해서 얻은 가공된 정보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더 직접적이다.
월마트도 사업초기에는 K마트나 프라이스 클럽을 모방해 샘스클럽을 만들었다고 한다. 철저하게 벤치마킹하는 방법은 직접 가서 경쟁자의 매장구성, 가격대별 품목 등을 꼼꼼해 따지고, 자신의 욕구에 맞게 재창조하면 된다.
이때 ‘나도 이곳을 찾아온 손님’이라는 관점에서 사물을 봐야 한다. 경쟁자가 제품을 어떻게 시장에 내놓고 판매하는지, 손님에게 서비스나 살 기분을 나게 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비록 주인 입장에서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도 손님의 눈으로 보게 되면 짜증나는 일이다.
어느 유명한 별미집의 단골들은 단골이 된 이유가 있다. 주차장이 넓고, 대로변에 위치해 있거나, 유동인구가 많아 벌려 놓기만 해도 되는 점포들은 아니다. 입지나 상권 분석, 인테리어, 서비스, 친절 따위를 아무리 계산해도 답이 안 나오는 점포들이지만 장사가 잘 된다. 이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불만은 없는지 미리 마이너스 요인들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바로 상기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방법은 시장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이유가 된다.
오랜만에 다른 업종에 있는 친구라도 만나면 주막에서 잔술이라도 대접을 하고, 어슬렁거리며 장터 구경이라도 하라. 지금 팔림새가 좋은 것은 무엇인지,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끝도 없이 알게 된다. 그 결과 니즈란 대체 무엇인지, 감感(아이디어)을 잡게 된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잘 팔리는지 가망해볼 수 있다. 팔리는 상품(점포, 사람, 광고)에는 무엇인가 까닭이 있다. 좋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고,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다. 만약 팔릴 가망이 없다면 가차없이 변경하고 개선해야 한다. 곧 장터구경에서부터 낭패를 걸러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 결과 성공 100%의 아이디어가 기대될 수 있다.
여기에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소비자의 심리 파악을 덧붙여야 한다. 특히 여염집 아낙네를 대상으로 하는 방물장수라면 그네들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감수성을 알아야 한다. 상기를 보는 것은 잘 팔기 위한 기획이며 영업 센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이나 책략도 필요하다. 한 마디로 판매의 앞다툼에서 이긴다는 것이다.
▶ 시운時運이 잘 맞으면 뜨물에도 애가 선다
'때를 만나서는 천하도 힘을 합하더니, 운이 다하니 영웅도 어쩔 수 없구나(時來天地皆同力 去英雄不自謀)“
녹두장군의 절명시에서도 운이 나온다. 시운이 잘 맞으면 뜨물에도 애가 서는 법이고 그렇지 않으면 밀가루 장사를 하면 바람이 불고 소금장사를 하면 비가 오는 형세다.
대개 시운, 지혜 등에 얼마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이 뚜렷하게 있는데 그것은 재물을 모으는데 무엇보다도 근기勤氣와 견딜힘, 무익無益을 제거하는 지혜와 공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말도 있다.
'재물을 잘 다스리는 자는 위로는 천시(天時)를 잃지 않고 아래로는 지리(地利)를 잃지 않고, 가운데로는 인사(人事)를 잃지 않는 법이다.'
시류를 타고 기機를 잡아 순풍에 거슬리지 않는 것이 천시이며, 고객의 요구를 세세히 파악하여 그에 대응하는 창조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지리이다. 인사는 사원들의 마음을 파악하고 시너지효과를 올릴 수 있는 교육과 조직하는 데에 성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세 가지 가운데 첫 번째의 시류 혹은 천시를 잃었을 경우에는 나머지 두 가지가 갖추어져 있더라도 사업에 고전을 하거나 쇠퇴하고 만다. 이러한 시류를 파악하는 것은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장사꾼 자신이다.
장사꾼이란 바로 시류에 대한 통찰력, 때를 놓치지 않는 순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사업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대개 심기가 얕거나 배포가 없는 자일수록 자신이 판단하지 않고 남의 판단에 기대려고 한다. 특히 여론이나 전통, 습관, 전례, 규칙 등 기존의 법칙에 안이하게 의존하려고 한다. 자신을 승부수로 내걸고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 또는 미래가 연속 되어있는 시대에는 과거의 지식이란 쓸모가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지식은 현재 별다른 도움도 없이 오히려 해만 끼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한다면 '미래'에는 잣대가 없다. 미로 속을 향해 목표가 있는 지점을 미루어 짐작하고, 이 정도면 된다고 달려들 수밖에 없다.
앞만 보고 있으니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도 크지만, 그 대신 맞으면 크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앞을 보는데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앞을 바라보아야 한다.
한나라 재상인 백규가 말했듯이 장사의 비책이란 강태공의 전략이나 손자 오자와 같은 병법가의 전략과 다를 바가 없다. 정세 변화에 적응하는데는 지智, 결단의 시기에는 용勇, 남이 버리면 줍고 남이 가지려거든 주되 인 忍으로 주고 참으며 기회를 기다리는 데에는 강强이 필요하다.
따라서 솜씨 좋게 생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사람을 능숙하게 부리고 시의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재치가 있어야 한다. 만약 결단할 용기가 없는 사람, 결단을 내리고 실천에 옮겼을 때 잘 안된다고 오래 견디지 못하는 사람,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결단력이 없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 사람을 보는 안목, 상품을 보는 안목, 시장을 보는 안목
상기를 보는 안목이란 대상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보는 눈이다. 곧 사람을 보는 안목, 상품을 보는 안목, 시장을 보는 안목 이 세 가지이다. 이러한 것은 바로 유효 적절한 타이밍과 결부될 때 가망이 있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시류에 거슬러 부질없는 투자를 하고 동패들을 고생시켰는가. 시류를 알아보고 사양화해 가는 기업은 재빨리 청산을 결정하고 새로운 분야로 도약하는 것이 장사꾼의 최대 임무인 것이다.
돈벌이 전체가 하나의 흐름이며, 가장 역동적인 부분이 장사이다. 그래서 “시세란 움직이면 좋다. 다락 같이 오르는 것이 좋지만 내려도 좋다. 단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묘미가 없다”고 시세의 귀신인 장사꾼들이 공통적으로 말한다.
장사란 모름지기 어느 지방에서 모자라고 없는 산물, 귀한 물화를 흔한 지방에서 값싸게 구해 제때에 공급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물건을 움직이고 물건으로 돈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물자가 풍부해 수요를 채우게 하고 남는 시대라면 ‘물화의 이동’보다는 사람의 흐름이 더 중요하게 된다.
상기란 곧 빠른 정보를 말한다. 어느 지방에서 지금 무엇이 모자라는 지 빨리 얻어듣거나 눈으로 보고 손을 쓰는 것이 장사꾼이다. 장사란 상기를 보는 것이고 돈은 굴려야 한다.
따라서 상인에게 필요한 직감이라 곧 이윤을 알아내는 계산능력과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찬스[商機]를 장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손이 무엇을 원하는지 최대공약수를 뽑아내어 기회가 동할 만한 신제품을 어떤 시기에 어떤 가격으로 파느냐가 ‘반상盤上을 뒤엎는 착점’이 된다. 장사를 한다는 것은 결국 기회포착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지나치게 빨라서도 안 되고 너무 늑장을 부려서도 안된다.
상기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오, 앉아서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법은 없다. 이러한 기회는 어디까지나 당신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할 때 기회는 오는 것이다. 노력이 있어야 열매를 맺게 되는데 기회 포착을 정확히 하는 것은 창의적인 연구의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상기를 보기 위해서는 같은 분야의 정보 지식뿐만 아니라 가급적이면 자기 분야와는 다른 분야에도 눈길을 돌려 이질의 정보와 지식을 흡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상기란 반드시 과학적일 필요는 없다. 불가능하게 생각할 정도의 높은 목표와 꿈이 담겨 있어야 한다. 만약 바라는 바가 적다면 은행에다 저축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바로 상기를 놓치지 않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전환하려면 단지 육감만으로는 안된다. 쉬지 않고 연구하고, 열심히 정보를 분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에서의 투기는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전략보다는 투기에 의한 일확천금의 쪽이 빠른 길이라는 사고는 금물이다. 대신 ‘밑져야 본전이다’라는 말은 바로 사업의 대담성과 용단을 갖춘 비즈니스맨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다.
▶ 물기物機를 같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장사꾼들이 들 끓고 뱃사람들이 내리는 곳은 으레 시끄러운 곳이다. 장사꾼들은 돈과 싸워야 하고 뱃사람들은 그네들의 목숨을 노리는 바다와 싸우다가 돌아오면 술을 들고 기분을 내기 마련이다. 도가 지나쳐 싸움판을 벌이기도 한다.
예로부터 원산포는 고기를 다루는 곳 즉 물을 다루는 곳이어서 장바닥은 늘 진창이다. 대개 어물전이 모여있는 장터는 나막신 없이는 못 들어가는 곳이오, 날씨가 좋은 날이라도 들어왔다 하면 신 끌기도 어려웠다. 당시 머리뼈가 굵은 장사꾼 치고 원산의 객주들과 북태를 비롯한 건어물을 직접 흥정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송파의 장사치들은 물론 서울 도성 안의 좌고(坐賈)나 도가(都家)들까지 망라하였다.
원산 지방에서 잡히는 명태는 전국에서 이름이 나있던 ‘돈고기’이며 대일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였다. 대개 명태는 그해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잡히는 것을 말하는데, 정월 섣달 한 대목을 바라고 하는 장사다. 이런 명태의 시세는 섣달 정월의 수확량에 따라 정해지게 된다. 즉 초가을에 매점 매석을 해 놓은 명태가 그해 정월에 동태잡이가 시원치 않을 경우 그야말로 한몫을 잡아 재미를 보는 법이다. 이런 시세를 잘 알지 못했다간 썩어나는 것은 동태 눈깔이요, 밟히는 것은 고기다.
물건을 사고 팔 때에는 상품의 기준에서 값이 결정된다. 상품의 크기와 질과 상품이 놓인 위치와 시간에 따라 값이 결정된다.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도 크기나 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특히 같은 상품이라도 그 값을 좌우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이다.
여름에 생산된 수박이나 겨울에 온실에서 재배한 수박이나 수박이라는 본성은 같지만 가격은 차이가 있다. 그것은 시간이 값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대구의 사과 값과 서울의 사과 값의 차이는 공간의 차이이다. 시간이든 장소든 ‘옮기는 것으로 돈을 버는 것’이 장사의 원리이다. 사물의 본성보다는 어떻게 굴리느냐에 관심이 많다. 시간을 옮기고 장소를 옮긴다. 모든 재능이나 힘은 움직임 속에서 나온다. 이것이 상인의 이상이다.
무슨 사업이나 다 그렇지만 장사의 기본은 산물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 산물은 항상 그 지방에 따라 무엇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흔하기도 하고 귀하기도 했다. 장사라는 것은 농사와는 달라서 간혹 장사를 하다가 걷어치우기도 하고, 한순간도 쉴새없이 남쪽에서 장사를 마치면 곧 북방에서 시작하기도 하며, 봄에 어물을 팔다가 가을에 무명을 팔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 지방에서 어느 특산물이 어느 때에 많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익혀 둔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전쟁터에 나간 군인이 지형과 적진의 대치상황을 먼저 익히는 것과 같다. 값이 쌀 때는 주옥처럼 사들이고 물건이 귀할 때는 분토처럼 팔아치워야 한다. 즉 물자의 변동을 파악하여 물자를 움직여야 한다. 물건을 사들임에 의당 사람들이 경쟁하지 않는 것을 골라야 한다.
바로 어느 지방과 어느 시장에 어떤 산물이 어느 때쯤 많고 귀하다는 것에 따라 항상 값이 형성되는 법이다. 이것은 가격의 기초이론에 불과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그저 그런가 대수로이 보고 만다. 가격이 쌀 때사서 비쌀 때 판다는 간단한 원리조차 대개의 사람들은 반대 로 움직인다. 오히려 투자대상의 가격이 오르면 사고 싶어서 안달이고 가격이 떨어지면 못팔아서 안달하거나 쳐다보기도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가 ‘보는 것’을 다른 이는 못보고 마는 것이 아닌가. 실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과 못한 사람의 차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유능한 장사꾼이란 항상 상기를 진작부터 아는 것이지만 그것 못지 않게 물화의 추이와 형편을 먼저 보는 물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 매기(賣機)에는 민첩해져라
장사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은 항상 들판이 있으면 가로지르고, 산이 있으면 넘어가며, 바다가 있으면 가로지른다. 이렇듯 낯선 공간만을 누비고 다니며 보고 듣는 것이 많으니 자연 아는 것도 많다. 이러한 작은 체험들이 지혜를 낳는다고 한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려고 했을 때 그 군사정보를 얻어낸 것은 호상豪商으로 이름난 도정종실(島井宗室)이었다. 그는 조선의 지리와 풍습, 그리고 정사의 내막을 누구보다도 낱낱이 알고 있었다.
대개 장돌림이라면 배운 것은 없어도 보는 것이 많으니 아는 것도 많다. 온갖 시정인을 만나 흥정을 하다보면 그네들에 맞는 물화의 쓰임새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상사를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더구나 사람들의 매기를 파악할 줄도 알아야 한다.
무엇을 팔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를 감지하는 예리한 감각 즉 매기를 잡아채는 감각이 필요하다. 인간의 감각이란 운동신경과 같아서 이치를 깨닫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러한 감각을 훈련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잘 생각해도 해결이 안된다.
물기와 상기를 보기 위해 견문을 넓히고 사물의 물리(物理)를 이해해야 한다. 장돌림이 파는 것은 물화의 본값에 이문을 얹어서 파는 것만이 아니다. 신명과 정보를 덤으로 얹어 팔아야 장사는 상승작용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사꾼은 자신을 엄격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밖을 한 발이라도 나서면 자기를 관리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항상 저자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고 문제는 반드시 해결한다는 신념이 뒷심으로 받쳐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