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7일쯤 유럽연합(EU)과 FTA 협상을 시작하고, 뒤이어 중국 일본 등과도 FTA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FTA 협상을 타결한 미국에 EU, 중국, 일본과 우리나라를 합친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세계의 76%에 육박한다.(* 아래 표 참조)
이들 거대 경제권과 FTA가 성사되면 한국은 세계 3대 경제권(북미, 유럽, 동북아)을 아우르는 글로벌 'FTA 허브'로 부상하게 된다.
8일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초 EU와의 FTA 1차 협상을 서울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
한국와 EU는 이후 스위스 제네바와 서울을 오가며 연내 4차례 이상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EU는 미국에 비해 민감분야가 적어 빠르면 연내 협상이 타결 될 가능성도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EU는 미국과 달리 FTA에서 폭넓은 개방 예외를 인정하기 때문에 한층 부담이 적다"며 "EU의 농산물 수출 물량도 미미해 협상이 비교적 순조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 돼지고기, 화장품, 법률 분야 등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한국 측에 자동차와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철폐 등 추가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 화장품에 대한 안정성 검사 등 비관세 장벽 완화, 법률시장의 조속한 개방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GDP는 약 13조5000억달러(2005년)로, 미국(12조5000억달러)을 웃돌았다. 우리나라의 FTA 추진 대상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와 별도로 중국, 일본과의 FTA 논의도 한·미 FTA를 계기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시라이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FTA 산·관·학 공동회의'에서 "한국과의 FTA라면 눈 감고라도 달려가겠다"며 한·중 FTA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일본 관방장관도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직후인 지난 3일 "언제든 한국과 FTA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의 2005년 GDP는 각각 4조6000억달러, 2조2000억달러. 미국에 이어 EU, 중국, 일본 등과 순차적으로 FTA를 체결할 경우 한국(8000억달러)은 최소한 33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자유무역지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는 전세계 GDP(44조4000억달러)의 무려 75.7%를 차지하는 규모다. 칠레 싱가포르 등 기존 FTA 체결국들을 제외하고도 그렇다.
다만 중국, 일본과의 FTA가 성사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FTA의 초민감분야인 농업에서 일본은 한국에, 우리나라는 중국에 각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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