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투혼 … 대형 변속기어… “지성, 지성!” 맨체스터가 들썩 [중앙일보]

지난달 30일(한국시간) FC 바르셀로나(스페인)를 꺾고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끈 박지성(27·사진)에 대한 찬사가 끝이 없다.
맨체스터 지역신문과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초인적인 노력’ ‘거대한 변속기어’ 등의 표현을 써가며 박지성의 플레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준결승전을 승리로 이끈 박지성은 이튿날인 1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캐링턴 연습구장으로 향했다. 전날 치열한 경기를 치른 동료들과 가벼운 회복훈련으로 무거운 몸을 풀었다.
훈련이 끝난 뒤 박지성은 런던 외곽의 한 한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전날 승리한 덕분인지 피곤한 기색 없이 얼굴이 무척 밝아 보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박지성은 지역신문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를 펼쳐 들었다. 그에 대한 칭찬 일색의 기사였다. ‘평점 9점의 팀 내 최고 활약’이라는 내용도 기분 좋았지만 “박지성이 레즈(맨유)의 행진에 수완을 발휘했다(Park rise to occasion as Reds march on)”고 쓴 헤드라인이 더욱 강렬했다.
대중 일간지 데일리 온 선데이 역시 맨유 승리와 관련한 기사가 가득했다. 칼럼니스트 제이미 레드냅이 쓴 기사 중에 박지성에 관한 대목이 흥미로웠다. “(골을 넣은) 폴 스콜스가 바르셀로나전의 승리를 이끈 주역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밤 가장 거대한 변속기어(the biggest shift)는 스콜스의 동료 박지성이었다. 이 한국인은 올드 트래퍼드에서 무려 63%의 볼 점유율을 보인 적들을 무력화하기 위해 7.4마일(약 12㎞)을 내달렸다.
한 사람만의 능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박지성의 ‘초인간적인 노력(super-human efforts)이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신문을 보면서도 박지성은 담담했다. 그는 “여기까지 왔는데 우승해야죠. 다친 곳도 없고 컨디션도 좋아요”라며 씽긋 웃었다.
식당 주인이 영양보충을 하라며 그에게 장어 두 마리를 서비스로 내줬다. 평소 좋아하는 돼지고기 볶음과 김치찌개로 식사를 마친 박지성은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박지성과 헤어진 기자는 맨체스터 중심가의 셀프리지 백화점을 찾았다.
백화점 앞에서 만난 중년의 제임스 맥거번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뛸 당시 챔피언스리그 AC밀란(이탈리아)전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을 기억한다. 역시 그는 유럽에서 통했다”며 “솔직히 큰 경기에 약한 호날두에게는 실망했다”고 나름의 분석을 늘어놓았다.
다른 시민은 “어제 정말 박(지성)은 훌륭했다. 박의 태클이 언제 그렇게 늘었느냐”며 계속 말을 걸어왔다.


맨체스터=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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