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불안] ② 노후자금 얼마 필요하나
웰빙 추세 따라 목표치 갈수록 높아져… "10억은 필요" 과다 추정도
"50세부부 60세까지 3억 재산 모으면 서울서 보통의 노후생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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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으로 얼마가 필요한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노후자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누구나 편안하고 여유있는 노후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노(老)테크가 유행어가 된 지 오래이고 웰빙을 추구하는 사회추세를 반영해 금융 관련 업계가 내놓고 있는 노후자금 추정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필요 노후자금은 개인별로 다르다. 현재의 소득 및 재산 상태와 장래 수익, 은퇴후 기대 생활수준, 거주지역, 물가 상승률, 투자 수익률, 연금수준 등에 따라 다양하다. 나아가서는 부부의 건강상태, 자녀출가 여부, 부동산 동향 등도 고려사항이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다 보니 노후자금을 분석, 추산하는 주체에 따라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3억원이면 된다고 하는가 하면 7억원을 넘어 10억원 이상은 필요하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심지어는 `풍족한 노후생활'을 내세워 수십억원대의 노후자금이 필요하다는 추산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노후자금 목표치가 치솟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 노후자금으로 10억 필요?

대한은퇴자협회(KARP)는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에 노후자금으로 10억원은 필요하다는 식의 이야기가 시도때도 없이 나오고 있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이라고 말한다. 은퇴문제 NGO(비정부기구)인 이 협회는 "은퇴자금 10억원은 5%의 이자만 따져도 월 417만원을, 그것도 원금엔 손도 안대고 이자만 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비판한다.

협회는 국내 한 생명보험 회사가 풍요로운 은퇴자금으로 연간 5천594만원(월 466만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데 대해 지난 해 10월 "월 466만원은 좋은 직장에나 근무하고 있어야 될 수입"이라며 골프치고 1년에 해외에 두 번씩 나가고 가사 도우미로 생활하는 은퇴생활이 상식적이냐고 묻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최근 우리사회에 억, 억의 은퇴자금 숫자가 난무하고 있는 것은 상업적 목적을 띤 일부 금융관련 업계의 기회주의적인 노후자금 계산 탓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후자금 규모가 비현실적으로 부풀려졌을 때의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노후 불안감 확산으로 현재의 소비를 줄여 노후에 대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소비침체와 소비심리의 하향 평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04년 4분기 소비자 태도 조사에 따르면조사 대상(1천 가구)의 86.3%가 노후대비를 위해 현재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소득이많을수록 이러한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후불안이 중산층 이상마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돈으로 점철되는 은퇴문화

이와 함께 소수의 상류층에게나 가능한 노후자금 계산때문에 은퇴 문화가 돈이나 해외여행 같은 물질적인 가치관으로 점철되거나,대다수 보통사람들을 '되는대로 살지'하는 자포자기식 좌절로 몰고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명 증가 등으로 노후 대비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거꾸로 노후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보통사람에게 필요한 노후자금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노후 생활비는 크게 `기초 생활비'와 `여유 생활비'로 나누어 추산할 수 있다. 기초 생활비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기본적인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용으로 생계비, 교양 오락비, 교통 통신비, 주거비, 의료비 등이 포함된다.

여유 생활비는 노후를 보다 윤택하게 보내기 위한 비용으로, 여가 생활비, 경조사비, 긴급 예비자금, 장기 간병비, 자녀결혼 자금 등이 해당된다. 기초 생활비가 각자의 생활수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여유 생활비는 생활수준에 크게 좌우된다.

노후 기초생활 자금은 쉽게는 최저 생계비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2인 가구 최저 생계비는 월 73만4천412원. 지금 60세의 동갑내기 부부가80세까지 같이 산다고 할 때 필요한 기초생활 자금은 1억7천600여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은퇴후의 가구당 생활비를 은퇴전 생활비의 70% 미만으로 보고 있다.

자녀들이 독립하고 난 부부만의 생활과, 나이가 들면 돈 쓸 곳과 씀씀이가 줄어드는점 등을 감안해서다.

그러면 현재 50세인 평균적인 생활수준의 동갑내기 부부가 60세에 은퇴한다고 할 때 얼마의 노후자금을 은퇴 시점에서 준비하면 노후 걱정을 덜 수 있을까.

◇ "3억원 준비하면 서울서 평균수준의 노후생활"

LG경제연구원은 은퇴 시점에서 3억1천만원(부부 2인 가구 기준)의 노후자금이 준비되면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드는 서울에서 궁색하지 않은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해 2월 냈다. 이 보고서는 중산ㆍ서민층이 60세에 은퇴한 후 `평균 수준'의 노후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월 평균 생활비를 서울은 154만원, 시나 광역시는 130만원, 군 지역은 97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생활비를 토대로 분석한 노후자금 규모는 군지역 거주민의 경우 1억4천만원, 시 거주민은 2억4천만원, 서울 시민은 3억1천만원. 연간 물가 상승률 3%, 가구당 월 50만원의 완전노령연금을 받는 것 등을 가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살고 있는 중류층 정도의 50세 부부가 앞으로 60세까지 3억1천만원의 재산을 모은 뒤 은퇴후 일자리 소득없이 매달 154만원을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재산은 금리 4%의 상품에 넣고 살아가면 통상 남편보다 6-7년 더 사는 아내가 사망할 때 재산이 제로가 된다. 아내가 혼자 사는 시기의 생활비는 남편 생존시 생활비의 60%로 잡았다.

평균수준의 노후생활에서 나아가 부부가 함께 매달 한 번 음악회나 영화관에 가고 1년에 한 번 건강검진과 해외 여행을 하며 건강유지를 위해 피트니스 클럽에 다니고 차량을 유지하는 수준의 `여유생활'을 하는 데는 월 107만-162만원(서울지역 기준)의 지출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만약 현재 50세의 부부가 이러한 여유 생활비로 매달 100만원을 쓰는 `품위있는노후' 생활을 하기 위해 60세 은퇴시점에서 확보해야 할 자금은 군 지역이 2억6천만원, 시 지역이 4억2천만원, 서울 지역이 5억4천만원. 여유 생활비로 이보다 많은 150만원을 쓰는 `풍족한 노후'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군 지역 3억5천만원, 시 지역 5억4천만원, 서울 6억9천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철용 연구위원은 "구매력있는 상류층을 겨냥한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으로 노후자금 설계가 골프, 해외여행, 중형차, 파출부 등으로 상징되는웰빙형 생활패턴을 전제로 이뤄지면서 노후자금 규모가 전반적으로 과다하게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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