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발표, 그래도 풀리지 않은 의문
신출귀몰 잠수함 공격… TOD 동영상 공개 안 하는 이유 뭘까
2010년 05월 20일 (목) 19:04:14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민군합동조사단이 20일 조사발표에서 결정적 근거라며 공개한 어뢰 추진체는 민간 쌍끌이 어선이 인양한 것으로 프로펠러와 추진후부, 샤프트, 모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사단은 북한의 수출용 팜플렛에 들어있는 도면과 비교한 결과 중어뢰인 'CHT-02D'와 크기나 형태 등이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조사단 윤덕용 단장은 "특히 추진후부 내부의 '1번'이라는 한글 표기가 북한제 어뢰라는 걸 입증해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의문을 남긴다.

첫 번째 의문.
군은 왜 열상감지장치(TOD)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을까.

군은 이날도 TOD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천안함 침몰 순간의 동영상이 없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말"이라면서 "지난 3월29일 모처에서 합동참모본부의 정보참모부장 산하 정보분석처에 소속된 A 대령 등 관계자들과 합참의 작전참모부 산하 정보작전처에서 B 대령을 비롯한 관계자들 동영상을 봤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도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건 왜 9시2분과 9시23분에 천안함을 찍은 동영상이 있는데 하필이면 사고시점의 동영상이 없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TOD 임무를 맡았던 전역병들은 TOD 동영상은 촬영대상이 처음 발견돼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녹화하게 돼 있다고 주장한다. 군은 사고 직후부터 촬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만약 그랬다면 영창감이라는 게 전역병들의 이야기다.

▲ 천안함의 민군합동조사단의 윤종성 중장이 북한어뢰의 설계도면과 지난 15일 인양했다는 증거물을 비교시연하고 있다. 인터넷공동취재단.

무슨 이유에서인지 군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항적과 교신기록도 군사기밀이 아니다. 군은 2002년 연평해전 직후 교신기록 등을 즉각 공개했던 것과 비교하면 군이 이런 기초적인 정보조처 공개를 꺼리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조사단에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조사위원들에게도 아무런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신 대표는 "모든 조사가 9시22분 이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의문.
없다던 물기둥이 갑자기 생겼다.

없다던 물기둥이 갑자기 생겨난 것도 의문이다. 천안함 생존장병들은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아무도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버블제트형 폭발일 경우 100m 이상 물기둥이 치솟았을 거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물기둥을 본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 옆으로 퍼지는 물기둥도 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는데 생존장병들은 대부분 물 한 방울 묻지 않은 채 구조됐다.

그러나 이날 조사단은 "백령도 초병이 해상에서 높이 약 100m, 폭이 20∼30m의 하얀 섬광기둥을 발견했다고 진술했고 천안함의 좌현 견시병이 폭발과 동시에 넘어진 상태에서 얼굴물방울이 튀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진술이 나온 셈이다. 조사단은 또 "생존자들이 천안함을 탈출할 때 좌현 외벽 부분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 물이 고여서 발목이 빠졌다는 진술을 했다"고도 밝혔다.

군은 계속해서 말을 바꿔왔다. 폭발의 흔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버블제트형 어뢰라고 언론에 흘렸다. 전문가들은 버블제트형 어뢰는 미국 밖에 없다고 지적하자 근접신관을 장착한 직주 어뢰의 버블제트형 폭발이라고 말을 바꿨다. 천안함의 침몰 시간도 계속 바뀌었고 없다던 TOD 영상이 새로 나오기도 했다. 최원일 함장은 구조되자 마자 생존장병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라고 지시하는 등 무엇인가를 숨기려 한다는 인상을 줬다.

세 번째 의문.
가스터빈실에서 폭발 흔적 발견됐나.

군이 가스터빈실을 인양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린 건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였다. 이 대표는 18일 국회 토론회에서 "알고 지내는 이쪽 업계 관계자가 가스터빈실 인양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자 국방부가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조사단은 어뢰가 가스터빈실 밑 좌현 3m 지점에서 폭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가스터빈실이 결정적인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군은 가스터빈실을 인양하기도 전에 서둘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어뢰 추진체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천안함 함체에서는 폭발의 징후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이른바 스모킹 건을 입증하려면 가스터빈실에서 파공과 화약의 흔적이 다수 발견돼야 한다. 이종인 대표는 CBS와 인터뷰에서 "가스터빈실을 인양해서 육안으로 보면 사고 원인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어뢰 추진체만 발견됐을 뿐 그 어뢰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인지 연결시킬 단서가 부족한 상황이다. 버블제트형 폭발이라고는 하지만 3m 거리에서 어뢰가 폭발했는데 화상환자가 한명도 없고 화약냄새조차도 맡지 못했다는 것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조사단은 "가스터빈실을 조사결과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까지 조사만으로 충분히 사고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언론에 공개된 천안함 함체에서는 폭발의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절단면에서는 전선 피복이 뜯겨진 채 드러나 있었고 철판은 여러 방향으로 찢어진 형태였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등이 지적한 것처럼 한쪽 방향으로 강한 힘이 작용한 흔적이나 짓이긴 듯한 자국도 없었다. 두께 1.15cm의 얇은 철판에서는 아무런 파공도 없었다. 군이 천막펜스를 쳐놓아서 함미 좌현의 긁힌 자국은 확인되지 않았다.

네 번째 의문.
어떻게 침투해서 어떻게 도주했을까.

조사단은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300톤 미만)이 공해의 수중을 통해 외곽에서 우회해 잠입한 뒤 야간에 사고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천안함을 타격하고 신속히 현장을 이탈해서 잠입했던 경로로 되돌아갔다"고 발표했다. 만약 이런 공격이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신출귀몰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다. 한겨레는 조사단 발표 직후 온라인 톱 기사로 "합조단 발표대로라면 북한 잠수정은 '홍길동 잠수정'"이라는 제목을 내걸기도 했다.

조사단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한 잠수정은 어떻게 천안함의 이동경로를 정확히 알고 잠복해 있다가 한방의 어뢰로 정확히 천안함을 두 동강 냈을까. 인양작업도 어려울 정도로 이 지역의 빠른 물살과 험난한 지형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잠복해 있을 경우는 발각되지 않을 수 있지만 공격 이후 전속력으로 도주할 때는 음파탐지기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의 잠수정 공격이 맞다면 NLL(북방한계선) 이남 약 15.5km 지점까지 잠입했을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사고 당일 대청도 남쪽 해상에 고속정과 속초함 등이 있었는데도 모항평택 2함대 사령부도 천안함과 그 주변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도 적의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군 관계자들은 군 형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섯 번째 의문.
잠수정 뿐만 아니라 모선까지 따라왔다는데.

조사단은 "서해의 북한 해군기지에서 일부 소형 잠수함정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이 천안함 공격 2~3일 전에 서해 해군기지를 이탈했다 공격 2~3일 뒤 기지로 복귀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최소 5일 이상 항해를 했다는 이야기인데 이 경우 연료 부족 때문에 잠수정을 지원하는 모선이 동행해야 한다. 군 역시 이날 발표에서 모선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 소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연어급 잠수정은 5일 이상 항해할 연료를 실을 수도 없고 내부에 폭탄을 싣는 것도 불가능하다"면서 "모선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그렇다면 북한 잠수정이 침투해 어뢰를 발사한 뒤 도망가는 것조차 못 잡고 잠수정 뿐 아니라 지원하는 모선까지 다 놓쳤다는 것인데 앞뒤가 너무 안 맞는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기지를 이탈해서 잠항이 시작되면 현재까지 개발된 세계 어느 나라의 기술로도 분명하게 추적하는 것이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대잠 초계함이나 대잠 헬기무용지물이란 말일까. 사고 직후 군의 대응은 더욱 많은 의문을 남긴다. 인근에 있던 해군 고속정과 속초함 등이 출동했고 대잠 링스헬기까지 급파됐는데도 날아가는 새떼를 향해 함포를 쏘았을 뿐 적의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 윤 중장은 또한 수거물의 추진후부 내부에는 (매직으로 쓰인) '1번'이라는 한글 표기를 들어 "이것이 바로 북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사진-인터넷공동취재단.

여섯 번째 의문.
'1번'이 결정적 증거가 되나.

조사단이 결정적 증거라고 내세운 어뢰 추진체와 '1번' 표시도 석연치 않다. 2개월 가까이 바다 속에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유성매직으로 쓴 듯한 글씨가 너무 선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의 어뢰 공격이 맞다면 왜 이 글씨를 지우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북한에서 '번'이라는 용어를 잘 쓰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TNT 250kg의 중어뢰가 폭발했는데 추진체와 후부, 스크류 등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일곱 번째 의문.
북한 검열단 파견 요구 어떻게 받아들일까.

북한은 조사단의 발표를 전면 반박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천안호의 침몰을 우리와 연계돼 있다고 선포한 만큼 그에 대한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조선 현지에 파견할 것"이라며 "함선 침몰이 우리와 연계돼 있다는 물증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무슨 제재에 대해서도 그 즉시 전면전쟁을 포함한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전상태고 정전관리를 하기 위해 유엔사 정전위가 편성돼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건이 북한과 어떻게 연루됐냐는 정전위서 판단할 문제"라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북한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알려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고 거부할 경우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다. 향후 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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