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직후∼현재’ 우주 탄생과정 비밀 풀린다

■ 힉스 입자 발견 의미동아일보|입력2012.07.05 03:24|수정2012.07.05 08:26

[동아일보]

전 세계 과학계는 힉스 입자의 존재가 확실시되자 흥분에 휩싸였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지인 시넷(CNET)은 4일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점에 빗대 "오늘은 과학계의 독립기념일"이라며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설치된 두 검출기(ATLAS, CMS)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힉스의 질량이 약 125∼126GeV(기가전자볼트·1GeV는 10억 eV)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물리학계에서 힉스 입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한 영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수소 원자 125개를 더한 질량과 비슷하다.





힉스의 흔적을 잡아낸 아틀라스(ATLAS) 검출기. 힉스가 광자 2개(점선)로 붕괴되는 모습이다. CERN 제공

힉스 입자가 존재할 확률은 99.99994%다. 300만 번의 실험에서 한 번 정도 오류가 발생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CERN 측이 "힉스가 존재할 확률이 99.7%"라며 "힉스의 존재를 얘기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힉스 발견이 확실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CERN의 지난해 발표가 '외계인(힉스 입자)'이 지나간 흔적을 발견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포착한 것에 해당한다"고 비유했다. 한국은 박 교수를 포함해 30여 명의 연구진을 CERN에 파견해 실험에 참여했다.

힉스의 존재에 전 세계가 들뜬 이유는 현대 물리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쌓아 온 체계가 옳다는 점을 인정하는 첫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강영 건국대 물리학부 연구교수는 "힉스가 존재한다면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이 자연계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의미"라면서 "힉스의 발견으로 현대물리학의 뼈대로 불리는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물리학자들은 자연계를 구성하는 물질을 쪼개고 쪼개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 12개(쿼크 6개, 렙톤 6개)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힘)은 4개의 매개입자(게이지 입자)를 통해 이뤄진다고 보고 자연계의 현상을 설명해 왔다. 여기에는 17번째 입자인 힉스도 필요하다. 이 17개 입자가 세상의 모든 물질과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만든다는 게 표준 모형의 핵심 개념이다.

지금까지 표준 모형을 구성하는 입자들은 힉스를 제외하고 모두 발견됐다. 힉스가 존재하지 않으면 표준 모형이 성립할 수 없다. 입자들이 힉스와 상호 작용하는 정도에 따라 질량이 결정된다는 게 표준 모형의 전제인데, 힉스가 없으면 입자들이 질량을 가질 방법이 없어진다. 질량이 없어지면 물질이 서로 힘을 주고받을 수 없다. 가령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질량이 다른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긴다는 것인데 이런 법칙이 성립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표준 모형이 옳다면 힉스 입자는 있어야 하며, 힉스 입자가 없거나 예측과 다르다면 표준 모형이 바뀌거나 폐기하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 물리학자들이 반세기 가까이 끈질기게 힉스를 찾아 헤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힉스는 빅뱅(우주 대폭발) 직후 우주의 탄생 과정을 알아내는 열쇠도 쥐고 있다. 이 교수는 "힉스가 존재하면 빅뱅 직후인 1조 분의 1초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우주 탄생 과정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CERN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하반기 추가 실험을 진행한 뒤 12월 힉스의 존재를 최종 판가름할 계획이다.

:: 힉스 ::

자연계를 이루는 기본입자 12개(쿼크 6개, 렙톤 6개)와 이들 사이의 힘을 매개하는 입자(게이지 입자) 4개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17번째 입자. 지금까지 관측할 수 없었고 태초의 순간에만 잠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돼 '신의 입자'로 불려 왔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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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과학계는 힉스 입자의 존재가 확실시되자 흥분에 휩싸였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지인 시넷(CNET)은 4일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점에 빗대 "오늘은 과학계의 독립기념일"이라며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설치된 두 검출기(ATLAS, CMS)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힉스의 질량이 약 125∼126GeV(기가전자볼트·1GeV는 10억 eV)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물리학계에서 힉스 입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한 영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수소 원자 125개를 더한 질량과 비슷하다.





힉스의 흔적을 잡아낸 아틀라스(ATLAS) 검출기. 힉스가 광자 2개(점선)로 붕괴되는 모습이다. CERN 제공

힉스 입자가 존재할 확률은 99.99994%다. 300만 번의 실험에서 한 번 정도 오류가 발생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CERN 측이 "힉스가 존재할 확률이 99.7%"라며 "힉스의 존재를 얘기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힉스 발견이 확실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CERN의 지난해 발표가 '외계인(힉스 입자)'이 지나간 흔적을 발견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포착한 것에 해당한다"고 비유했다. 한국은 박 교수를 포함해 30여 명의 연구진을 CERN에 파견해 실험에 참여했다.

힉스의 존재에 전 세계가 들뜬 이유는 현대 물리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쌓아 온 체계가 옳다는 점을 인정하는 첫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강영 건국대 물리학부 연구교수는 "힉스가 존재한다면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이 자연계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의미"라면서 "힉스의 발견으로 현대물리학의 뼈대로 불리는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물리학자들은 자연계를 구성하는 물질을 쪼개고 쪼개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 12개(쿼크 6개, 렙톤 6개)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힘)은 4개의 매개입자(게이지 입자)를 통해 이뤄진다고 보고 자연계의 현상을 설명해 왔다. 여기에는 17번째 입자인 힉스도 필요하다. 이 17개 입자가 세상의 모든 물질과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만든다는 게 표준 모형의 핵심 개념이다.

지금까지 표준 모형을 구성하는 입자들은 힉스를 제외하고 모두 발견됐다. 힉스가 존재하지 않으면 표준 모형이 성립할 수 없다. 입자들이 힉스와 상호 작용하는 정도에 따라 질량이 결정된다는 게 표준 모형의 전제인데, 힉스가 없으면 입자들이 질량을 가질 방법이 없어진다. 질량이 없어지면 물질이 서로 힘을 주고받을 수 없다. 가령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질량이 다른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긴다는 것인데 이런 법칙이 성립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표준 모형이 옳다면 힉스 입자는 있어야 하며, 힉스 입자가 없거나 예측과 다르다면 표준 모형이 바뀌거나 폐기하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 물리학자들이 반세기 가까이 끈질기게 힉스를 찾아 헤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힉스는 빅뱅(우주 대폭발) 직후 우주의 탄생 과정을 알아내는 열쇠도 쥐고 있다. 이 교수는 "힉스가 존재하면 빅뱅 직후인 1조 분의 1초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우주 탄생 과정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CERN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하반기 추가 실험을 진행한 뒤 12월 힉스의 존재를 최종 판가름할 계획이다.

:: 힉스 ::

자연계를 이루는 기본입자 12개(쿼크 6개, 렙톤 6개)와 이들 사이의 힘을 매개하는 입자(게이지 입자) 4개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17번째 입자. 지금까지 관측할 수 없었고 태초의 순간에만 잠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돼 '신의 입자'로 불려 왔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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