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문제 짚고 해결해야", 안성기의 이유 있는 선택

[현장] <아들의 이름으로> 언론시사회

이선필(thebasis3)

21.04.28 18:10최종업데이트21.04.28 18:10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언론시사회 현장 사진. 배우 안성기의 모습. ⓒ 엣나인필름


광주 항쟁 영화로 데뷔한 감독이 30년 만에 다시 광주를 다루고자 했고, 배우 안성기가 응답했다. 28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아들의 이름으로> 언론 시사회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은 광주 항쟁 정신이 왜 중요한지 저마다의 생각을 밝혔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사는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십 년 만에 행동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안성기와 함께 배우 윤유선이 광주 학살 피해자 가족 진희로 분했고, 박근형이 당시 책임자였던 박기준 장군 역을 맡았다.

1990년 광주 항쟁을 다룬 극영화 <부활의 노래>로 데뷔한 이정국 감독은 "그땐 영화를 막 시작할 때라 오랜 시간 데뷔작이 부끄러웠다"고 고백부터 했다. 당시 전체 분량 중 25분이 편집돼 개봉했고 결국 흥행에 실패했던 그는 "30년 만에 광주 이야기를 다시 꺼냈는데 새로운 데뷔작으로 뵙는다"며 "그간 광주 이야길 하지 않다가 10년 전부터 수많은 증언록을 읽으며 다큐멘터리, 단편 작업을 했고, 이참에 트라우마를 다룬 현재 관점에서 광주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 흐르는 정신은 동서양의 오랜 철학자의 말들이었다. 이정국 감독은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다', '악행의 고백은 선행의 시작'이라는 소크레테스의 말과 장자의 '상선약수'라는 명언을 바탕으로 영화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보면 큰 사건의 책임자들이 반성하는 경우가 드문데 그걸 짚고 싶었고, 가해자들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예산이 많지 않아 배우들의 출연료를 많이 못 주는 상황이었는데 안성기 선배님이 시나리오를 받고 다음날 연락을 주셨다. (출연료가 적어도) 괜찮다, 한번 해보자고 하셨는데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아들의 이름으로>가 지난해 개봉하려다 코로나 19로 밀린 사실을 전하며 "이제라도 개봉하게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영화엔 전문 배우뿐 아니라 일반 광주 시민들도 대거 참여해 연기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안성기는 "데뷔한 이후 이렇게 많은 일반인 분들과 같이 연기한 건 처음"이라며 "예산이 많지 않음에도 시민분들이 식당이나 병원 등 주요 장소를 제공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배우로서 광주 항쟁 정신을 담으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안성기는 "약 40년 전 사건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서 보겠지만 많은 분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 아픔과 고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에 어떻게든 짚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언론시사회 현장 사진. 왼쪽부터 이정국 감독, 배우 윤유선, 안성기, 이세은. ⓒ 엣나인필름

 
윤유선 또한 촬영에 크게 도움을 준 광주 시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밝혔다. "많은 분들이 그 아픔을 겪고도 물처럼 자연에 순응하듯 밝게 살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더 정도 많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큰 것 같다"며 윤유선은 "부끄럽지만 광주 항쟁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최근 미얀마 뉴스를 보면서 광주가 사실 그런 상황이었는데 심지어 오해까지 하고 있었다. 연기자로서 죄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간담회 말미 이정국 감독은 광주라는 지역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5.18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어 데뷔작을 광주 영화로 했는데 이번에 촬영하면서 다시금 광주의 정시을 느꼈다"며 이 감독은 "젊은 세대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역사를 잘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성기는 "여전히 광주 문제는 이어지고 있고 어떻게든 짚고 해결해야 한다"며 "반드시 기성세대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젊은 층도 그 몫을 가져가야 한다"고 속생각을 드러냈다. 

윤유선 또한 "좀 더 우리가 서로를 알고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길 바란다. 기성세대가 미처 해결 못 한 역사를 알아가면서 함께 해결해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오는 5월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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