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 “내 롤모델은 모-벵-과”

한겨레 | 입력 2011.06.21 17:00 | 수정 2011.06.21 17:50

 

 




[한겨레] 가나평가전은 70점, 앞으로 90점·100점 진화할 것


"브라질월드컵 8강 목표…축구인생 건 무대될것"


(* 모: 조제 모리뉴, 벵: 아르센 벵거 , 과: 페프 과르디올라)

조광래(57) 축구대표팀 감독은 훈련이든 실전이든 선수들을 매섭게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어슬렁거리거나 움추리는 꼴은 참지 못한다. "빠른 경기운영=선수 선발기준 1순위"라는 축구철학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생각의 속도, 패스, 움직임 등 모든 게 빨라야 한다." 축구의 재미를 깨친 팬들도 상식처럼 안다.

불같은 강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 장·단점을 일일이 분석한 뒤 A4 용지에 빽빽이 적어 개개인에게 배포한다.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시디(CD)에 담아 보내주기도 한다. 뒷짐만 지고 있지 않고 열정적으로 독려하고 다그치고, 연구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카리스마 조' 앞에서 꼼짝 못한다.

지난해 7월21일 연세대와 국가대표팀 동기 허정무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이래 A매치 9승4무1패(24골, 11실점). 고만고만한 선수에, 소집 기간도 짧은 상태에서도 쉽게 지지 않는 한국팀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지난 3일(세르비아)과 7일(가나) 평가전에서도 모두 2-1 짜릿한 승리를 견인해냈다.

9월 시작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 통과는 최대 과제. 대표선수 점검과 새 선수 발굴을 위해 K리그 현장을 찾느라 바쁜 조 감독에게 대표팀 평가와 월드컵 본선 목표를 들어봤다.

■ 선수구성은 거의 완료

최근 두차례 평가전에서 강한 압박, 빠른 공수전환, 화끈한 골결정력을 보여준 현 대표팀 멤버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그동안 60점 정도였는데, 가나와의 평가전을 보면 70점 정도는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비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아시아 지역예선을 거치면서 90점, 100점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

조 감독은 "아시아 예선에 나갈 선수의 구성의 거의 다 완성됐다"고 했다. "그 선수들로, 단일팀 이미지로 지속적으로 갈 것이다. 축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그렇지만 젊은 선수 발굴은 계속된다. "아시아 예선에 앞서 8월10일 일본과 평가전을 남겨놓고 있다. 그때 해외파들이 다 들어오기는 어렵다. K리그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확인하고 선발하는 작업에 올인할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 한명 정도만 눈여겨 봐둔 선수가 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선수다."

■ 수비수는 영리해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조직력에 허점을 보인 포백에 대해 조 감독은 "상대가 미드필드를 안 거치고 단번에 최전방 공격수(아사모아 기안)에 공을 찔러줬을 때, 수비 밸런스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선수들이 깨달은 것이 좋은 경험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대일 수비에는 큰 문제가 없고 조직력도 좋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수비 진용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을 내렸다. "오른쪽 풀백 차두리(31·셀틱)는 남아공월드컵 때보다 수비력 좋아졌다. 과거에는 타이밍 무시하고 빼앗으려 했는데…. 자기 스피드 살릴 줄도 알고, 공격 타이밍도 조절할 줄 안다. 원래 스토퍼(중앙수비)인 왼쪽풀백 김영권(21·오미야 아르디자)도 수비력이 좋다. 일대일에서 쉽게 안 뚫린다. 센터링도 좋다. 황재원(30·수원 삼성)도 경험이 많고 기술이 좋아 언제든지 중앙수비로 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홍정호(22·제주 유나이티드)와 김영권은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조 감독은 "수비수는 체격조건이나 체력보다 영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중앙수비로 이재성(23·울산 현대)를 눈여겨 보고 있다. "장신(1m87)치고는 몸밸런스와 스피드가 있다. 헤딩력도 갖췄다. 대표팀 경력이 없지만 스토퍼로 활용 가능하다." 이상덕(25·대구FC)에 대해서도 "큰키(1m87)에 비해 영리하고 샤프하다. 공중볼에 강하고 공격력까지 갖췄다"며 주전 중앙수비 이정수(31·알사드)의 대타로 키울 뜻을 비쳤다.

■ 고정 스트라이커? 옛날식 발상

"공격에서는 스트라이커의 특출한 능력보다는 문전에서의 (협업과) 패싱게임 중요하다. '고정 스트라이커' 개념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조 감독은 "한국 축구가 지난 30~40년간 선수 개인의 문전처리가 나쁘다고만 얘기해왔다"며 이 점을 특히 강조했다.

"공격수면 누구든 (상대 문전) 가운데로 들어가 골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진영에서 세밀한 패싱게임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득점할 여유가 생긴다. 가나와의 평가전 때도 미드필드에서의 패스 줄이고 상대 문전에 가서 패싱게임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득점력이 높아진 것은 세밀한 패스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프로감독을 하면서 수도 없이 강조한 부문이다."

■ 반쪽 선수는 필요 없어

"어떤 선수든 다 같이 공격하고 다 같이 수비하는 식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축구의 세계화를 내건 조 감독은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대표팀의 패싱게임을 모델로 삼았다. 그가 구사하는 4-1-2-3 포메이션도 FC바르셀로나(4-3-3)와 흡사하다. "나는 감독으로서 조제 모리뉴(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도전감과 성취욕, 아르센 벵거(아스널) 감독의 변화와 혁신, 페프 과르디올라(FC바르셀로나) 감독의 점유율축구와 세밀한 패싱게임을 접목한 축구 등 세가지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벵거 감독에 대해서는 "젊은 선수를 많이 기용하고, 기술 있는 선수들 모아 색다른 팀컬러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8강 목표가 전부는 아니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8강 진출이 목표다. 경기력을 세계수준으로 만들어 그렇게 하겠다. 그런 내용적인 변화 없이 4강, 8강을 강조하는 것은 허황된 꿈이다." 그는 "브라질월드컵은 축구인생의 모든 것을 건 무대다. 축구인생의 마지막 꽃이 될 것 같다"며 "상대와 대등한 상태에서 8강에 가는 강한 대표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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