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막고 전기 만드는 ‘스마트 유리’ 개발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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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생산은 최근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 의 등장으로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제 페로브스카이트는 단순히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서 커튼효과까지 낸다.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해 만든 창문이 날씨가 추우면 햇빛을 통과하고, 더운 여름이면 창문을 어둡게 만들면서 햇빛을 차단하는 것이다. 동시에 전기도 생산한다.

2개의 연구팀이 페로브스카이트를 입힌 유리창이 기온에 따라 색깔이 변할 뿐 아니라 솔라셀처럼 전기를 생산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새로운 기술은 언젠가는 햇빛을 차단해 건물을 시원하게 할 뿐 아니라 전기도 생산할 것이다.

커튼 역할도 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유리창이 나올 전망이다. ⓒ Pixabay

커튼 역할도 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유리창이 나올 전망이다. ⓒ Pixabay

물론 햇빛을 받으면 어두워지는 ‘스마트 윈도우’는 수 십년 동안 사용되어왔다. 보잉787 드림라이너 여객기는 어두워지는 유리창을 끼웠다. 그러나 스마트 윈도우는 비용이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햇빛차단 효과가 일정하지 않아 크게 보급되지는 않았다.

페로브스카이트를 응용해 만든 유리창은 스마트 윈도우와 솔라 윈도우의 기능을 동시에 갖는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특별한 결정구조를 갖고 있어서 이를 이용해 만든 태양전지는 햇빛을 전기로 만들어주는 기능이 매우 탁월하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중 가장 높은 효율은 22%나 되는데 이는 가장 효율이 높은 실리콘 태양전지의 25%에 근접한 효율이다.

과학자들은 페로브스카이트의 구성 물질을 바꿔줌으로써 유리창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다. 게다가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현재의 솔라전지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번에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화학자인 페이동 양(Peidong Yang) 교수는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신의 연구팀이 세슘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유리창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세슘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유리창은 바깥 기온이 올라가면 유리창이 어두워지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새 유리창은 메틸아민(methylamine)을 사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한 연구팀은 메틸아민을 혼합한 페로브스카이트 유리창을 발표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약점을 드러냈다.

양 교수팀은 메틸아민 대신 세슘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유리창을 개발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햇빛차단 효과를 내면서도 전기를 생산하는 이상적인 유리창이 나타난 것이다.

아직 연구 초창기여서 100°C 이상으로 가열되기 전에는 투명한 유리가 불투명하게 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나, 실험실에서는 이미 50°C–60°C에서도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같은 성분에서 다른 결정 구조 보이는 특이한 상변이 이용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의 상변이를 조사하던 중 이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양 박사는 “무기할로겐 화합물 페로브스카이트는 아주 흥미로운 상전이 화학현상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기온을 바꾸거나 약간의 수증기를 주입하면 페로브스카이트의 결정 구조가 다른 구조로 바뀐다”고 말했다.

이렇게 물질의 결정구조가 바뀌면서 투명하던 것이 불투명하게 변한다. 양 교수는 “같은 물질성분이지만 전혀 다른 결정구조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같이 물질 성분이 같은데도 불구하고 외부 조건에 따라 결정구조가 바뀌는 현상이 연구팀의 커다란 흥미를 끌었다. 이는 지금까지 존재하는 전통적인 반도체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건물 유리가 모두 전기를 생산한다면? ⓒ Pixabay

건물 유리가 모두 전기를 생산한다면? ⓒ Pixabay

연구팀이 처음부터 이런 유리창을 개발하려던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전이를 조사하고 있었으며, 유기-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의 안전성을 개선하려고 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이 물질에는 메틸아민 계열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메틸아민을 세슘으로 바꾸려고 시도했다.

메틸아민을 세슘으로 바꾸면 화학적 안정성은 놀랍게 향상됐지만, 불행히도 상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열을 가하면 낮은 온도상(T phase)으로 변했으니 후퇴한 것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같은 특이한 현상을 이용해서 열에 따라 변하는 새로운 유리창 개발로 이어졌다.

이런 특성을  빌딩 유리나 자동차 유리에 적용하면, 햇빛을 차단하면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에너지부 산하 콜로라도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는 페로브스카이트를 기반으로 솔라 유리창을 만들었는데, 기온이 60°C를 넘으면 투명한 유리창이 어두워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메틸아민(methylamine)이라는 유기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페로브스카이트를 사용했다. 기온이 따듯할 때 메틸아민은 기화해서 페로브스카이트에서 달아나는데 이때 페로브스카이트는 어두워지면서 햇빛을 차단한다.

그러다가 해가 떨어지거나 겨울철 같이 기온이 낮아져서 열기가 떨어지면 메틸아민 기포는 페로브스카이트 속으로 다시 들어감으로서, 페로브스카이트는 다시 한 번 투명해진다. 따듯할 때 페로브스카이트는 최고 에너지의 11.3%를 전기로 바꿔준다.

그러나 이 연구는 단점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태양전지의 효율이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는 것이다. 아마도  메틸아민이 충분히 페로브스카이트로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큰 관심을 끄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새로운 기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다른 기사 보기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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