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600조원 시장…중국 대들보로 떠오른 공유경제

  • 박용범,이덕주 기자
  • 입력 : 2017.07.18 17:29:02   수정 : 2017.07.18 17: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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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중국이 전 세계 공유경제 산업의 블랙홀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차량·교통 분야 공유경제시장은 2038억위안(약 34조3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성장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한 시민이 세계 최대 차량공유회사인 디디추싱 서비스를 이용해 거리에서 차를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 = 디디추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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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최고 화제가 된 두 사람이 있다.

중국 자전거 공유업체 1위와 2위를 다투는 오포(ofo)와 모바이크(Mobike) 창업자인 다이웨이와 후웨이웨이가 나란히 사진에 찍혔기 때문이다. 중국 다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중국 행사(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사진을 찍은 것이 두 회사의 합병설로 와전되면서 관심이 집중된 것.

후웨이웨이 모바이크 총재는 다음날 다롄에서 매일경제 취재진과 만나 "함께 만났던 한 인사가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자고 해서 찍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두 회사가 얼마나 중국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모바이크와 오포의 주요 투자사는 각각 텐센트와 알리바바다. 중국 내 100여 개 도시에서 일일 이용 건수가 두 회사 모두 수천만 건에 달할 정도로 자전거 공유 사업이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모바이크는 창업 2년도 안돼 기업가치가 2조원에 달하고 있다.

중국 공유경제를 상징하는 전위부대는 '중국판 우버'라는 디디추싱이다.

이제 '중국판 우버'라는 수식어는 잘못됐다는 말이 나온다.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디디추싱이 우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차량 공유기업이 됐고, 우버보다 더 큰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한 해에만 디디추싱 이용 건수는 14억건을 기록했다. 우버가 10억건에 도달하는 데 6년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그 성장세를 절감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이 같은 현상을 감안해 중국이 세계 공유경제시장을 선도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3월 발표된 중국 정부의 '중국공유경제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유경제시장 규모는 2015년 1조6978억위안(약 283조5300억원)을 기록했으며 5년 동안 매년 4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에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 2025년에는 20%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전체 공유경제시장 규모는 2016년에만 3조4520억위안(약 576조4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성장했다.

거래 금액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것은 금융이다. 투자자와 대출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P2P(peer to peer) 인터넷 대출시장 규모만 2조640억위안(약 344조6900억원)에 달했다.

다음으로 생활서비스 분야가 7233억위안(약 120조7911억원)으로 두 번째로 컸다. 디디추싱, 오포, 모바이크 같은 교통·차량 분야는 2038억위안(약 34조346억원)으로 규모는 작았지만 성장세가 빨랐다.

지난해 중국 내 공유경제산업 이용자는 6억명으로 전년 대비 1억명 증가했으며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585만개로 전년 대비 85만개나 증가했다고 중국 정부는 발표했다.

공유하는 것은 자전거와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우산, 농구공, 콘크리트 믹서까지 공유하는 사업모델이 나오고 있다. 농구코트 옆 자판기에서 시간당 0.3달러로 농구공을 빌리는 식이다. 중국에서는 명품 가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공유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공유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세계경제포럼은 제일 먼저 모바일 결제를 꼽았다. 중국에만 휴대전화 사용자가 9억8000만명인데 이를 통한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어 있다. 알리페이나 위챗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QR코드로 소비자들은 결제와 이체 등을 쉽게 할 수 있다. 2016년 중국 모바일 결제 사용자는 1억9500만명으로 미국의 3700만명보다 월등히 많다.

두 번째로 도시에 집중된 중국의 인구구조도 공유경제를 키우는 요소로 꼽혔다. 중국은 행정구역 기준으로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도시가 13개에 달하며 이런 도시 집중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공유경제 기업들에는 막대한 돈이 쏠리고 있다. 모바이크와 오포의 주요 투자사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주요 대기업들과 벤처캐피털들이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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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유경제발전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공유경제 부문에 금융자금이 1710억위안 투입돼 전년 대비 130%나 증가했다. 특히, 교통·차량 서비스 분야에 700억위안이 쏠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많았다.

하지만 인프라스트럭처나 금융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의 육성 의지였다.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인 공유경제 산업에서 정부가 규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3월 공유경제 발전을 중앙정부의 중요한 정책 기조로 내세웠다. 공유경제 산업의 가파른 성장이 중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 세계적인 공유경제 기업들이 미국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서 공유경제가 다양한 신사업 모델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리 총리는 지난 6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텐센트의 메신저 위챗 사례를 소개하면서 "처음 위챗이 생겼을 때 곳곳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우리는 반대의 목소리를 견뎌내고 일단 한 번 보고 나서 규범화하기로 했다"면서 "옛날식으로 규제했더라면 아마 오늘날의 위챗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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