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사업에 IT를 결합하니 새 세상이 열렸다

  • 상하이=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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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9.03 03:05

    중국 1위 음식 배달 업체 어러머 장쉬하오 CEO
    하루 주문 500만건… 배달 경로 시스템 개발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 길거리에서는 파랑, 노랑, 빨강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이 전동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스쿠터 뒷좌석에는 같은 색깔의 큼지막한 배달 가방이 실려 있다. 이들은 음식 배달 업체 어러머(餓了麽·파랑), 메이퇀 와이마이(美團外賣·노랑), 바이두 와이마이(百度外賣·빨강)의 배달원이다. 사무실이 밀집한 도심과 주택이 늘어선 골목을 누비며 음식을 배달한다.

    배달 사업에 IT를 결합하니 새 세상이 열렸다
    음식 배달은 현재 중국에서 아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다. 데이터 분석 업체 어낼리시스 인터내셔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458억위안(약 7조65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2018년에는 시장이 2450억위안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음식 배달 시장은 어러머와 메이퇀 와이마이, 바이두 와이마이가 장악하고 있다. 3사의 점유율 합이 83%에 이른다. 이 중 1위 업체는 '배고프니?'라는 뜻을 가진 어러머(5월 기준 점유율 37.5%)다.

    어러머를 창업한 장쉬하오(張旭豪·31) 최고경영자(CEO)는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에 다니던 2008년 기숙사에서 동기들과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음식 배달 사업을 떠올렸다. 한참 게임하다 보면 배가 고픈데, 기숙사에서 캠퍼스 밖 식당까지 거리가 멀어 밥을 먹으러 가기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학교 안까지 배달해주는 식당은 없었다. 장 CEO는 직접 배달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처음엔 학생들에게서 전화로 배달 주문을 받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어러머가 고용한 배달원이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배달해줬다. 배달을 하지 않았던 음식점들이 차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화 주문 방식으로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장 CEO는 2009년 인터넷 홈페이지(www.ele.me)를 만들고 온라인 음식 배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중국 700여 도시의 음식점 50만곳 이상이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총가입자 7000만명 중 실제로 주문하는 월간 실사용자 수가 1746만명에 달한다. 하루 주문 건수는 500만건 이상으로,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 차량 공유 앱 디디추싱(滴滴出行)에 이어 중국에서 일일 거래 건수가 셋째로 많다. 일일 주문 금액은 1억6000만위안(약 267억원) 수준이다.

    음식 배달 분야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오투오) 플랫폼 산업의 기본인 만큼, 중국 3대 인터넷 기업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어러머는 올해 4월 알리바바와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앤트파이낸셜에서 12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받았다. 이를 포함해 창업 이후 텐센트, 세쿼이아캐피털, 징둥상청(京東商城·JD.com) 등에서 총 23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점유율 2위인 메이퇀 와이마이를 보유한 메이퇀 디앤핑은 올해 1월 텐센트 등에서 33억달러를, 점유율 3위인 바이두 와이마이도 올해 3억달러 이상 투자금을 추가 유치했다.

    최근 상하이에 있는 어러머 본사에서 장 CEO를 만났다. 그는 로비에 전시해둔 검은색 스쿠터를 보여주며 "2008년 음식 배달을 처음 시작할 때 내가 탔던 오토바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1위 음식 배달 업체 어러머 장쉬하오 CEO
    ―창업 후 단기간에 음식 배달 업계의 선두가 된 비결은 뭔가.

    "회사를 시작하면서 애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애플은 2007년 첫 아이폰을 출시하며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하나에 집중해야 경쟁력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업의 기본은 배달이다. 어떻게 해야 배달 시간을 줄여 최대한 빨리 배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우리 사업은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와 음식점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소비자는 배달이 빨리 오길 원하고 식당은 배달 시간을 단축해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할 수 있기를 원한다. 배달 경로를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다. 한 번에 여러 식당에 들러 음식을 픽업해 배달해야 하는 배달원은 이 시스템을 통해 이동 경로를 효율적으로 짤 수 있다."

    ―어러머만의 특별한 경쟁력처럼 들리지는 않는데.

    "단순히 식당을 대신해 배달만 했다면 회사가 이렇게 크지 못했을 것이다. 2009년 온라인 주문 방식으로 바꾼 이후 정보기술(IT)을 사업에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던 시기라 빨리 움직여야 했다. 현재 회사 내 기술 개발 인력만 1000명이 넘는다. 2010년 음식점에서 받던 배달 수수료를 없애고 온라인 식당 관리 시스템 '나포스(Napos)'를 도입한 후에는 데이터 축적과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팀을 별도로 만들었다. 엔지니어 30명이 이곳에서 일한다. 우선 배달원의 평소 배달 경로를 바탕으로 언제라도 30분 이내에 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은 주문 후 목적지까지 배달하는 데 평균 34분이 걸린다. 경쟁이 치열한 배달 시장에선 단 1분도 아주 큰 차이다."

    ―식당이 내는 수수료를 없앴다고 했는데, 수익 구조가 궁금하다.

    "초기에는 식당에서 주문 건당 음식값의 5~8%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았다. 그런데 우리와 제휴해 배달 고객을 끌어들인 음식점들이 어느 순간부터 수수료 체계에 불만을 표하기 시작했다. 탈퇴하는 곳도 생겨났다. 돈 버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하고 나포스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식당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주문을 받고 회계 정산 등 식당 운영 전반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매출 데이터가 쌓이면 언제 어떤 음식이 잘 팔리는지를 분석해 메뉴 개발에도 활용한다. 연간 사용료는 4500위안이다. 이 방식으로 바꾼 후 그전까지 우리 사업 모델을 따라 했던 소형 업체가 많이 사라졌다."

    ―음식 배달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경쟁이 과열됐다는 지적도 있다.

    "음식 배달 산업에서도 기술과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젠 후발 주자들이 어러머의 사업 모델을 모방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경쟁사는 메이퇀과 바이두 정도다. 규모 면에선 어러머보다 훨씬 큰 경쟁자이긴 하지만, 경쟁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 알리바바가 어러머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O2O 산업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O2O 산업은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을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 안에서 제공하는 큰 시장이다. 두 회사가 함께 생태계를 키워갈 것이다."

    ―주 소비자층은 누구인가.

    "크게 대학생과 사무직 근로자이다.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대학생은 중요한 고객군이다. 중국 대학은 캠퍼스가 넓고 학생들이 대부분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음식 배달 수요가 많다. 학생 시절부터 우리 서비스를 쓰게 해야 이들이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충성 고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어러머의 대학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사무직 회사원은 주문 빈도가 높고 주문 건당 가격대도 높기 때문에 음식 배달 시장에서 큰손으로 불린다. 특히 소비력이 큰 20~30대 회사원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많이 한다."

    ―중국 관영 CCTV가 어러머 제휴 식당들의 위생 불량 문제를 제기하는 등 식품 안전 관련 사고가 잦은데.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도시마다 규제나 규정이 다르고 음식점의 관행이 달라 운영 과정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매일 수많은 식당이 문을 닫고 또 새로운 식당이 생겨나는 과정에서 일일이 위생 상태를 확인하는 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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