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로'…거대한 변화 물결 '4차 산업혁명'

[신년기획-4차 산업혁명 시대]지능형 공장·제품 탄생…기존 삶 방식 근본 변화…AI 등 세계경제 부활 기대…일자리 500만개 증발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입력 : 2017.01.01 06:01|조회 : 1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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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켜지고 시끄러운 TV 소리에 눈을 뜬 직장인 김 차장은 '도움이 로봇'이 만든 토스트와 커피로 간단한 아침을 마치고 문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자동으로 조명이 꺼졌다.

스마트 키를 들고 차에 다가가니 문이 열렸고, 착석하니 자동으로 시동이 걸렸다. 목적지로 말하니 자율주행차가 운전을 시작했다. 그 사이 김 차장은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손 하나 까딱 않고 메일을 체크했다. "오늘의 뉴스"라고 말하니 뉴스 채널이 잡혔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스마트폰을 통해 미국 거래처에서 문서가 들어왔다. '한글로 읽기'를 누르니 바로 번역됐고, 답장은 말로 하니 바로 저장돼 전달됐다. 퇴근 길에는 상점에 들러 앱을 터치하고 들어가 우유·음료수·과일 등을 담아 계산 없이 매장을 빠져나왔다. 1분이 지나자 스마트폰으로 구매 품목 비용이 이메일로 들어왔다.

10년 후 '4차 산업혁명'을 토대로 상상해 본 김 차장의 일상이다. 10여 년 전 만해도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이뤄질 법 한 일들이 이제 실생활 속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2016년 1월 포럼 총회에서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인류 역사를 바꾼 혁명은 새로운 에너지 등장과 생산수단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18세기 후 총 3차례의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현재 4번째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1차 혁명이 '증기'를 이용한 '기계화'(1784년), 2차 혁명이 '전기'를 이용한 '대량 생산'(1870년), 3차 산업혁명이 '반도체'를 이용한 '자동화'(1969년)였다면, 4차 혁명은 '소프트 파워'를 통한 '지능형 공장과 제품의 탄생'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3차 혁명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3차 혁명이 생산과 소비, 유통 등 전체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정도였다면, 4차 혁명에서는 획기적인 기술융합으로 생산 방식은 물론 제품 자체가 지능을 갖게 됐다. 지금껏 경험했던 디지털화와는 차원이 다른 만큼 기존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뜬구름 잡는 얘기로만 여겼던 4차 산업혁명은 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통해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인간지능의 극치라는 바둑 9단도 인공지능로봇(AI) 앞에서 쩔쩔맸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남아 있을 거라는 믿음이 깨졌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이 같은 인공지능로봇 외에도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물리시스템(CPS), 스마트자동차, 3D프린터, 드론, 나노기술 등이 있다. 김 차장의 일상에도 이 같은 기술이 녹아 있다. '도움이 로봇'은 '인공지능로봇'이고,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물인터넷'이다. 기계와 컴퓨터들이 소통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은 스마트공장의 핵심기술인 '사이버물리시스템', 자율주행차는 '스마트 자동차'다.

10년 후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현재 혁명이 진행 중인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만보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마트워치'가 대신하고 있다. 걸음 거리 뿐 아니라 심박수, 칼로리 소모량까지 측정해주고 이를 스마트폰에 자동 저장해준다. 만보기에 센서, 와이파이, 소프트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보험사는 이 데이터 기록을 보고 꾸준히 운동한 사람에게는 보험료를 깎아 주기도 한다.

아마존은 컴퓨터 시각 센서와 생체인식 센서, 딥러닝 기술 등 AI 기술을 이용, 계산원과 기다리는 줄을 없앤 상점(아마존고)을 내년 초부터 2020년까지 약 2000개 매장을 미국 전역에서 오픈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을 특정 짓는 중요 단어 중 하나가 '고객 맞춤형 서비스'다. '고객이 왕'이라지만, 지금껏 실질적인 왕은 공급자였다. 지능이 없어 고객을 제대로 파악 못한 기업들은 제품을 대량 생산한 후 이를 '사가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제품과 제조공정 시스템이 모두 지능화되면 소비자가 왕이 되는 시대가 열린다.

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 되고 있는 저성장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인공지능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4년 41조 달러에 달하고, 사물인터넷·스마트 자동차·빅데이터 등의 신규산업들이 세계경제를 부활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시장 선점을 위해 세계적인 기업들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체의 상징인 GE는 2020년까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반대로 소프트웨어 회사인 애플과 구글은 자동차를 만든다고 했다. 제조기업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제조업에 뛰어들고 있다.

제조·생산직과 사무·행정직의 단순 노동력을 기계와 컴퓨터가 대체하면서 실업률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보스포럼 '미래고용보고서'는 2020년까지 기존 일자리 중 710만 개가 사라지고 200만 개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슈밥 교수는 "장기적으로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는 민주주의에 매우 심각한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늦기 전에 국가적 차원의 미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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