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심리학] 리더는 실현 불가능해도 `통큰` 미래가치 제시해야
현재의 기술과 재료로부터 숨은 가치 발견할수 있기에 꼭 실현 못해도 큰 그림 필요
기사입력 2016.10.21 0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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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라면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많이들 리더가 제시하는 미래 가치의 이른바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질문한다. 실현 가능하지도 않은 미래를 자꾸 이야기하면서 허풍이나 과장이 심한 리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실제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래 가치는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라 하더라도 커야만 한다. 왜 그런지가 아래와 같은 연구들을 통해 분명해진다.

아서 마크먼(Arthur B Markman) 텍사스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 `혁신의 도구(Tools for Innovation)`에서 자주 언급하는 실험 내용이다. 같은 능력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A부터 C까지 세 그룹으로 나눈다. 같은 재료를 주고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보라고 한다. 그런데 말의 간격과 순서가 달라짐에 따라 모든 그룹에 같은 재료를 주었는데도 각 그룹이 내놓는 발명품의 창의 및 혁신 정도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그 과정을 알아보자.

A그룹 사람들에게는 재료를 주고 이렇게 말한다. "이 재료 중 10개를 골라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라." 이러면 사람들은 무난한 재료를 골라 무난한 것을 만들어낸다. 당연히 창의나 혁신은 찾아보기 힘든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B그룹 사람들에게는 "이 재료 중 마음에 드는 것 10개를 골라라"고 말한 뒤 다 고르고 난 뒤에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다소 당황해한다. 하지만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좀 더 새롭고 기발한 것들을 내놓는다. C그룹 사람들은 더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재료를 아직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람들에게는 먼저 무엇을 발명하고 싶은가를 이야기하게 한다.

당연히 앞선 두 그룹보다는 별의별 이야기를 다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다 들은 뒤 진행자가 그 아이디어가 적힌 쪽지들을 모자 안에 넣고 섞은 뒤 다시 나눠준다. 그러니 자신이 받은 그 엄청난 발명품들을 보면 사람들은 낄낄거린다. "아. 이게 가능하겠어?"라고 말이다. 그 순간 진행자가 이렇게 말한다. "이 재료 중 10개를 골라서 당신이 받은 쪽지에 적힌 발명품을 완성하시오"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아연실색한다. 그런데 이제 재미있는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10개를 고르는 방식에 확연한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C그룹 사람들은 자기 앞에 놓인 재료들을 쉽게 고르지 못한다.

쪽지에 적힌 그 엄청난 발명품들을 생각하니 재료 하나하나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보지 못했거나 놓치는 것이 있을까 싶어 재료 하나하나에 관심을 두고 보기 시작한다. A그룹과 B그룹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행동들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훨씬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다. 반드시 그 쪽지에 적힌 것을 완성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리더의 미래 가치는 꽤 커야 한다. 그것을 꼭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게 커야만 폴로어들은 자신들이 가진 현재의 기술들과 재료들이 지닌 숨은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왜 그리 우주라는 미래 가치에 집착하는지 이제 슬슬 감이 오기 시작한다. 자신이 우주를 이야기하면 이제 폴로어들이 하늘을 나는 무언가를 보기 시작하지 않겠는가. 자신들이 가진 재료와 기술들을 색다르게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리더의 큰 미래 가치는 지금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건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새롭게 보기 위해서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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