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와 소프트뱅크의 트위터 처세술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트위터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손마사요시 회장.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확보한 트위터리안은 바로 손마사요시(孫正義: 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입니다. 4일 현재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127만2000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재일한국인 3세 출신인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창립해 일본 IT업계의 최고 기업으로 이끈 주인공으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손 회장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무력감에 빠진 일본에서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제시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일본 기업인 중 가장 많은 기부액수인 10억엔을 내서 몸소 노블리스 오불리제를 실천하고 원자력을 대신할 태양열 발전에 투자하는 등 남다른 행보로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손 회장의 팬들이 늘면서 그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담긴 트위터도 흥하고 있는 것입니다.

손 회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트위터를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본 혐한우익들이 “일본에서 꺼져라” 등 막말을 남겨도 “어디로 가면 돼?”라고 응수하는 등 거의 모든 트윗에 간단하게나마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답하고 있습니다.

손마사요시 회장의 트위터. 재일한국인 출신인 손 회장은 혐한우익들의 막말 공격에도 재치 있게 대응한다.

일본 IT업계를 이끄는 주인공으로서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과의 소통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손 회장의 독특한 트위터 처세술이 소프트뱅크 전체 사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지며 화제입니다.

인터넷매체 닛케이트렌디넷(nikkei TRENDYnet)은 최근 비즈니스로 활용되는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의 트위터에 대한 분석 기사를 2회에 걸쳐 실었습니다. 손 회장이 트위터리안과 의사소통에 적극적인 것처럼 소프트뱅크도 업무개선에 트위터를 이용한다는 내용입니다.

매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만여명의 사원에게 트위터 사용을 권장해 이미 상당수가 비즈니스 차원에서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다는데요. 특히 휴대전화 통신사업체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고객지원 부문에서 트위터 이용자의 투고 내용을 매일 검색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고객지원 관련 분서에선 ‘소프트뱅크’나 ‘전파’ 등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관련된 수백 개의 키워드를 미리 마련해놓고 수시로 이들을 검색해 트윗을 수집합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불만이라도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다는 취지입니다.

소프트뱅크의 고객지원 서비스 트위터인 SBcare.

이렇게 수집된 트윗은 하루 2차례에 걸쳐 회사 내 각 부서로 통보돼 내용을 공유합니다. 예를 들면 “전파가 잘 안 터진다”는 불만이 검색되면 기술부서에, “매장 직원의 태도가 불만”이라는 내용이 나오면 영업부서와 해당 대리점에 전달되는 식입니다.

심지어 회사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이나 사원들이 기분 나빠할 것 같은 트윗도 여과 없이 전해진다는데요. 손 회장이 일본 혐한우익들의 찌질한 막말도 그냥 무시하지 않고 재치 있게 대응하는 것처럼, 고객의 비난과 폄하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소프트뱅크의 트위터 비즈니스 처세술에 대해 회사 내부에선 “회사 전체적으로 업무 진행이 빨라졌다”며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객의 생각을 수시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업무 개선도 그만큼 빨라진다는 설명입니다.

소프트뱅크도 트위터를 업무에 활용하기 이전엔 이용자의 불만과 의견은 전화 상담센터를 통해 일괄적으로 수집한 뒤 보고서로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검토된 뒤 형식에 맞게 정리한 보고서엔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기지 않았다는데요.

SBcare의 실제 상담 내역. 고객의 질문에 응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불만 내용을 검색해 먼저 트윗을 날리는 적극적인 서비스로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다.

보고서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업무 개선에 반영하는 속도도 느렸고 전화 상담센터에 연락하지 않는 소극적인 고객들의 불만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트위터를 활용하며 모두 해결했다는 것입니다.

소프트뱅크 사원들도 처음엔 지나치게 생생한 트위터 불만과 의견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적인 트윗이 업무 개선에는 더 효과적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회사 전체적으로 사원들이 트위터 확인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또 고객의 불만과 의견을 참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손 회장이 그런 것처럼 사원들도 직접 이런 고객에게 리트윗을 하며 소통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소프트뱅크는 ‘SBCare’라는 계정으로 트위터 고객지원 서비스를 진행 중인데요. 사원 10명이 하루 약 300~500건의 트윗을 하면서 고객들의 질문과 불만에 답변을 하는 서비스입니다. 트위터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가 따로 마련된 셈입니다.

팔로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손마사요시 회장과 고객의 불만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소프트뱅크의 트위터엔 공통점이 있다.

또 여기서 더 나아가 검색을 통해 소프트뱅크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발견되면 SBcare 계정으로 해당 트위터리안에게 “어려움이 있으십니까?”라는 트윗을 먼저 날리기도 합니다. 회사 내에선 이 같은 서비스가 ‘액티브 서포트’라고 불린다는데요.

별 생각 없이 개인 트위터에 불만을 적은 이용자로선 예상치 못하게 소프트뱅크 측에서 직접 연락이 오면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막상 상담이 끝난 뒤엔 “고맙다”며 만족하는 고객이 많다고 합니다.

소프트뱅크의 ‘액티브 서포트’에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이폰 사용법을 모르겠다”는 고객의 트윗이 검색되면 담당자가 상세하게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또 “전파가 잘 안 터진다”는 불만이 있으면 고객에게 위치를 물어 기술부서에 전달합니다.

특히 전파 수신 불만은 회사 차원에서도 소중한 정보가 됩니다. 전화상담만으로는 불편을 느낀 고객이 해당 지역을 벗어난 뒤엔 그냥 넘겨버리고 접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트위터에선 곧바로 “현재 어디에 계십니까?”라고 물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마사요시 회장의 트위터엔 그의 가치관, 세계관이 잘 반영돼 있다. 트위터에 적극적인 리더의 자세는 그가 이끄는 소프트뱅크에도 그대로 전달돼 비즈니스에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 ‘액티브 서포트’의 이 같은 질문에 응답해주는 트위터리안은 약 80%에 이른다고 합니다. 소프트뱅크로선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전파가 잘 터지지 않는 장소에 대한 소중한 정보원으로 활용하며 서비스 품질 향상과 개선에 도움이 되는 셈입니다.

이 같은 트위터 처세술의 또 다른 강점은 고객의 사소한 불만을 신속하게 해결해 법적대응 등 더 강력한 단계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쌓여 폭발하고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는 최악의 사태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소프트뱅크의 남다른 트위터 처세술 배경엔 아마도 일본 최고의 트위터리안으로 꼽히는 손정의 회장이 있을 듯한데요. 개인과 회사라는 차이는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소프트뱅크의 트위터 활용 방식은 손 회장의 트위터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역시 앞을 내다볼 줄 아는 리더가 이끄는 회사는 시대를 앞서 나가며 치열한 비즈니스 경쟁에서도 톱을 차지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느 조직에서나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와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죠.

사실상 독과점 체제가 유지되며 배가 부를 대로 부른 한국 통신사도 소프트뱅크의 트위터 고객 서비스 자세를 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쓰는 모 통신사의 경우, 서비스 불만 상담 때문에 전화할 때마다 불친절로 무장한 상담원 때문에 불쾌했던 경험이 너무 많거든요.

통신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트위터를 홍보에 활용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불만과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먼저 트윗을 날리며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는 회사가 과연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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