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적게 내는 맞춤형 첨단주택 주택시장에 ‘메이드 바이 재팬’ 열풍

입력 : 2014.07.03 06:00

일본주택이 몰려온다

일본은 서구식 단독주택 시공 역사가 우리보다 길다. 우리보다 도시화와 베이비붐 세대 출현을 먼저 경험한 일본은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걱정해 고층아파트보다는 소형 맨션(저층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으로 주택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에 지난 2011년 도호쿠(東北) 지방을 강타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전기료가 오르면서 열효율이 높은 친환경주택 개발에 관련 기업들이 전력을 기울인 것도 기술력 확보에 도움이 됐다. 국내에 들어서고 있는 일본 주택들을 살펴봤다. 

올 초 국내 모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대형주택건설사 미사와홈 측 관계자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난해 미사와홈이 개발한 솔라맥스(Solar Max) 시리즈를 한국에 들여오는 것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솔라맥스는 태양광으로 집안 내 전력을 100% 조달하는 친환경 주택이다. 미사와홈은 현재 목조주택용 솔라맥스 히라야(Hiraya)와 철골조주택용 솔라맥스 하이브리드(Hybrid) 두 가지를 판매 중이다. 기존 태양광 주택들이 시공업체와 발전설비업체 간 기술제휴가 원활하지 않아 에너지 효율이 높지 않았던 것과 달리, 미사와홈의 솔라맥스는 태양광 설비로 모은 전력이 집안 구석구석에 전달되도록 설계돼 있어 비싼 전기료에 부담을 느끼는 일본인들 사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사와홈은 이 주택을 현재 자사 인터넷 사이트 ‘미사와 웹 다이렉트(MISAWA Web Direct)’에서 판매 중이다. 미사와홈은 솔라맥스를 통해 확보한 전기를 관할지역 전력회사에 되팔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용인 동백지구에 들어선 미사와홈 주택.
용인 동백지구에 들어선 미사와홈 주택.

일본 대형 주택업체 한국시장 ‘노크’

국내에서는 최근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부동산 시장이 수년째 냉각기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단독주택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 단독주택이 50~60대의 전유물이었다면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수요층은 40대다. 특히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40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단독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주택업체들이 주목하는 시장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일본주택업체가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사례는 지난 1997년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내 세키스이하우스가 한 채만 지은 단독주택이 꼽힌다. 3.3㎡당 시공비(땅값+건축비)가 1000만원인 이 주택은 건축주가 직접 세키스이하우스에 설계, 시공을 의뢰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키스이하우스는 일본 대형주택 메이커로, 화학 분야에서 발군의 기술력을 보유한 세키스이화학의 계열사다. 철골주택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세키스이하우스는 용인 동백지구 단독주택 외, 현재 성남시 판교신도시 내 단독주택 3채를 추가로 공급했다.

또 다른 주택업체 미사와홈도 국내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일본 목조주택 1위 기업인 미사와홈은 자동차 회사 도요타그룹이 대주주로 있다. 지난 2010년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 미코하우스와의 제휴를 통해 한국에 진출한 미사와홈이 지금까지 펼친 전략은 ‘선주문 후시공’ 방식이었다. ‘주문 시공방식’이다보니 미사와홈 등 일본 주택 메이커들이 선보인 주택들은 하나같이 시공비가 3.3㎡당 1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가령 미사와홈이 지난 2010년 한 채만 선보인 용인 동백지구 단독주택은 3.3㎡당 시공비가 1200만원이 넘는다. 이 집은 지붕 위에 설치한 집광판에서 전기를 생산하며, 집안 내 작은 연못과 다다미방과 같은 일본풍 주거양식을 집안 곳곳 넣어 국내 주택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 밖에도 미사와홈은 경기도 안성시, 하남시 등지에 각각 198㎡(60평), 181㎡(55평) 규모의 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을 공급했다.

그러나 최근 단독주택 열풍에 힘입어 미사와홈은 적극적인 물량 공세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국내 주택개발업체 사이와홈을 통해 국내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정 이도기획 대표는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단독주택 시장에서 일본 주택건설사들이 공략할 신축 시장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지 않지만 고성능 주택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만 충족시킨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단독주택도 아파트처럼 브랜드 문화가 생길 경우 일본 업체들의 경쟁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사와홈이 경기도 안성에 지은 단독주택.
미사와홈이 경기도 안성에 지은 단독주택.

	일본 주택업체는 주택 시공시 창문을 많이 설치해 자연채광과 열효율을 높이고 있다.
일본 주택업체는 주택 시공시 창문을 많이 설치해 자연채광과 열효율을 높이고 있다.

	스미토모임업이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지은 단독주택.
스미토모임업이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지은 단독주택.

초스피드로 모듈형 주택 시공

또 다른 시공업체 타카시마주택은 아예 주거단지 개발에 나선 상태다. 현재 타카시마주택은 국내 주택 시공업체 D&D그룹과 손잡고 인천 영종도에 전용면적 165~198㎡(50~60평) 규모 단독주택 27가구를 오는 8월 분양할 계획이다. 이 밖에 타카시마주택은 영종도 주택과는 별도로 제주도 내 전용면적 148㎡(45평) 규모로 단독주택 27가구를 지을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일본 주택의 강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시공 기술에 있어서 일본이 우리보다 크게 앞서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를 난방용도로 활용하는 데 있어 일본 업체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8년 홋카이도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린 세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에게 세키스이하우스가 개발한 ‘탄소제로주택’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당시 세키스이하우스는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 전량을 자체 조달한다는 점을 집중 부각해 확실한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또 시공기술도 다양하다. 시공기술이 다양하다는 점은 그만큼 보유 설계 기술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국내에 지어지는 주택들은 상당수가 공업화(工業化)주택으로 불리는 ‘모듈형(주택의 벽, 기둥을 자유롭게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형태)’이다. 일본 공업화주택은 정밀한 설계를 바탕으로 공장에서 거의 모든 자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이를 짜맞추는 일만 진행한다. 경우에 따라 5일 만에 실내 인테리어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집을 짓는다고 해도 터파기부터 완공까지 2개월이 넘지 않는다.

시공기술도 회사별로 특화돼 있어 미사와홈은 벽체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는 강력본드로 붙이는 ‘패널라이징 목구조주택’ 분야에서 일본 최고 기술을 자랑한다. 이 밖에도 미사와홈은 지난 1957년 제정된 일본 최대 디자인제도 ‘굿디자인’에서 업계 유일하게 1990년 이후 24년 연속 수상할 정도로 디자인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일본의 남극과학기지 쇼와(昭和)기지의 상당수 건물을 지은 기업답게 난방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반면 타카시마주택은 같은 목조주택을 지으면서도 벽체와 기둥, 기둥과 기둥을 금속으로 이어 구조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에 강점이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태풍, 해일 등 기상이변이 주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구조체 내구성이 주택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반면 두 회사와 달리 세키스이하우스는 철골조로 집을 짓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내진(耐震)설계에 있어서도 일본 주택기술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다. 가령 타카시마주택의 주택 브랜드 ‘MJ우드’는 시공 전 토지 내력을 파악한 후 최적의 기초와 지반 공사를 하고난 후에야 비로소 구조 공사에 들어간다. 기초 부분과 토대 사이에 환기 통로를 만들어 그 사이 습기가 차는 것을 막는 것도 특징이다.

또 구조체마다 고강도 고무 내진 댐퍼(진동에너지를 흡수하는 장치)를 달아 땅이 흔들릴 때 집이 자연스럽게 좌우로 움직이도록 설계한다. 이 때문에 웬만한 충격의 지진이 강타해도 집이 송두리째 무너질 가능성이 낮다.

	1. 스미토모임업 쓰쿠바 연구소에 설치된 친환경주택 료온보하우스.  
2. 미사와홈의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 단독주택 2층 모습.
1. 스미토모임업 쓰쿠바 연구소에 설치된 친환경주택 료온보하우스. 2. 미사와홈의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 단독주택 2층 모습.

하자 부문 이견 보여 철수하기도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를 주택 설계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점도 최근 주거 트렌드와 잘 맞아 떨어진다. 현재 신축 주택의 에너지 절감률에 있어 일본은 평균 90%에 육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키스이하우스는 거의 모든 신축주택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관련 시스템 분야에서 일본 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사와홈도 캐치프레이즈 ‘나무를 심듯 집을 짓는다’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탄소제로주택을 짓고 있다. 김학서 D&D 대표는 “일본주택업체들은 시공에 쓰인 자재를 일일이 기록한 스펙북(Spec-book)을 입주 후 건축주에게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설계 단계에서는 건축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되 일단 공사에 들어가면 건축주의 현장 방문을 최소화시켜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일본식 주택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최첨단 정보기술(IT)이 가미되면서 일본 주택 기술은 한층 진화하고 있다. 가령, 용인 동백지구 내 지어진 세키스이하우스는 대문, 외벽, 울타리 곳곳에 센서를 장착해 외부인 침입 시 주요 출입구와 창문에 자동으로 방범 셔터가 설치된다.

하지만 일본 주택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분야에 국내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하자보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주택자재 업체 관계자는 “50평(165㎡) 이상 대형으로 집을 지으면서 관련 자재를 전량 일본에서 들여올 경우 규모만 컨테이너 20개 분량이며, 물류비용도 1억원 정도나 들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인테리어 자재의 경우 한국산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판교신도시 등지에 단독주택을 지은 일본주택 메이커 S사는 최근 합작 파트너인 한국 기업과 하자보수 부분에 이견을 보여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다.

임대 관리사업 진출하는 일본기업

레오팔레스21·다이와리빙 합작법인 설립

수익형 임대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1~2년 사이 일본 주택 관리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KT의 부동산 관련 자회사 KT에스테이트는 지난 2012년 말 임대주택 관리 규모 기준 5위에 해당하는 다이와리빙과 손잡고 임대주택 관리 전문회사 KD리빙을 설립했다. 지난 2012년 계열사인 프로퍼티매니지먼트(PM)회사 다이와리빙매니지먼트와 다이와리빙, 다이와리빙에스테이트가 통합돼 설립된 다이와리빙은 대형 주택건설사 다이와하우스 계열사다. KD리빙은 현재 분당선 한티역 부근에 들어선 도시형생활주택 50가구를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이 회사 서정욱 과장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규정하는 등 건물 관리에서 일본 업체들이 가진 노하우가 상당하다”면서 “KT가 보유한 부동산을 도시형생활주택, 소형 오피스텔 등 임대주택 상품으로 개발하는 데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전문 관리회사인 우리관리도 지난 2012년 11월 일본 최대 임대주택 관리회사 레오팔레스21과 함께 합작회사 ‘우리레오PMC’를 세워 다수의 중소형 임대주택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 단독주택 전문가 사와이홈 이창헌 본부장

일본 단독주택 전문가 사와이홈 이창헌 본부장

“태양광 전기로 집에서 전기차 충전해요”

“1996년 친구들과 일본으로 여행을 갔는데 숙소 부근에서 한창 집짓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숙소를 나선 오전에는 분명 벽체를 세우고 있었는데 시내를 둘러보고 돌아오니 새집이 눈 깜짝할 사이 들어서, 어느새 지붕을 올리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일본 공업화주택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창현 사이와홈 본부장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일본 주택 전문가다. 미코하우스 재직 시절 미사와홈의 용인 동백지구 단독주택을 국내에 선보인 것도 이 본부장이었다. 또 지난 2011년 코엑스에서 열린 건축박람회에서 전용면적 181㎡(55평)짜리 단독주택을 불과 이틀 만에 지어 업계 종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본부장은 일본 주택의 장점에 대해 높은 에너지 효율을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 적용됐다는 서울미래형주택의 열효율이 60%대에 불과한 반면, 일본 상위권 주택업체들이 지은 집은 평균 90%에 육박한다”면서 “설계 자체가 완벽하다보니 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자재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선보일 인천 영종도 ‘자연도가’는 일본 타카시마주택이 시공에 나서며, 설계에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 집 역시 최근 지어지는 일본 주택처럼 태양광에서 에너지를 조달한다. 쓰고 남은 전력은 전기차 충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설비도 갖출 예정이다. 아울러 다다미(일본 전통식 바닥재)방과 한국식 대청마루를 동시에 집어넣고, 일본 단독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닥저장고’도 설치할 계획이다.

/이코노미조선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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