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IT기업 "은행 비켜"… 모바일로 송금·대출중개까지
개인자산 실시간 조정…거래수수료 싸고 간편
한해 수십개 핀테크기업 쏟아지는데 한국은 全無
기사입력 2014.08.19 17:46:11 | 최종수정 2014.08.20 00: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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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테크 금융혁명 / 핀테크가 변화시키는 금융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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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에 사는 이민국 직원 라파엘 산체스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BNP파리바 `Mes Comptes(나의 계좌)` 애플리케이션(앱)을 먼저 켠다. 이 앱은 산체스 씨 소비계획 및 패턴 등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정보가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시각화해 제공하며 현 재정상태를 날씨에 비유해 보여준다. 그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Mes Comptes`가 권하는 대로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을 신청했다.

집을 나서는 그의 지갑 속엔 여러 장의 신용카드 대신 50달러 주고 구입한 단 한 장의 카드만 들어있다. 코인사가 개발한 이 카드 안에는 최대 8장의 다른 카드정보가 들어가 있다. 버튼 하나로 카드를 택할 수 있으며, 보안모드로 변경해 기능을 정지시킬 수도 있다. 스마트폰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스마트폰에 알림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잃어버릴 걱정도 적다.

출근길 신호 대기 중에는 온라인 은행 `심플` 앱을 켰다. `여유자금(Safe to Spend)` 항목 클릭 후 입금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수표 한 장을 꺼내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입금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산체스 씨는 최근 대학원 학자금 마련을 위해 렌딩클럽에 접속했다. 그는 `개인융자`를 통해 3만5000달러를 오프라인 금융회사보다 약 30% 싼 이자에 빌렸다.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은 개인 간 금융대출(Peer to Peer Lending)이기 때문에 저렴한 것이다.

잠들기 전에는 침대에 누워 위핏(Wipit)사가 만든 `부스트모바일` 전자지갑으로 멕시코에 사는 어머니 카멜라에게 용돈 300달러를 보냈다. 불과 30초 안팎의 시간이 걸렸고 송금 수수료는 없었다.

산체스 씨의 다양한 금융활동은 모두 온라인 및 모바일 환경에서 이뤄졌다. 오프라인 은행 점포를 방문하거나 증권사 자산관리사(PB)를 만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은행ㆍ증권사를 찾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뱅킹과 결제뿐만 아니라 개인자산관리도 이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금융라이프는 허구가 아닌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 중심에 정보기술(IT) 기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Fintech) 기업이 있다. 뱅킹ㆍ대출ㆍ결제수단ㆍ개인자산관리ㆍ보안 등 전 금융 영역에 핀테크가 침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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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업이 제시하는 미래 금융생활은 매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한 차례씩 열리는 금융기술 콘퍼런스인 피노베이트(Finovate)를 통해 느낄 수 있다. 매번 60여 개 핀테크 기업이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혹은 상용화된 신기술을 들고 피노베이트를 찾는다.

온버짓은 신용카드 및 은행계좌를 모바일 앱과 연동해 예산을 짜준다. 사용자 소비패턴 분석에 불과 30초밖에 안 걸리며 6개월에 한 번씩 카테고리별 예산 조정도 가능하다.

퀴스크(QUISK)와 위핏은 현금의 디지털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휴대전화로 전 세계 누구에게나 모든 종류의 화폐를 보내거나 결제할 수 있다. 놀라운 건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금융회사 개입이 없기 때문에 송금ㆍ결제 수수료는 없거나 싸다.

영향력 있는 핀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한 민트닷컴, 렌딩클럽, 엠파운드리 등이 모두 피노베이트를 통해 데뷔했다. 버나드 문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스 공동창업자는 "금융기술업체의 대두는 작년부터 본격화됐고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기존 금융회사 및 인프라스트럭처에 침투하려는 대형 핀테크 기업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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