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 부탁에 돈도 안받고 하룻밤새 좀비PC 1500대 동원?
경찰 수사 풀리지 않는 의문점
세계일보|
입력 2011.12.06 19:48
|수정 2011.12.06 19:50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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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10월 25일 오후 11시 사업차 필리핀에 있던 정보기술(IT)업체 대표 강모씨(25)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지는 서울 강남의 B 룸살롱. 발신자 표시에 '공○○ 형님'이란 이름이 떴다. '공 형님'은 강씨에게 느닷없이 "선거관리위원회박원순 시장 후보 홈페이지를 공격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씨는 평소 믿던 사람의 부탁이라 즉각 행동에 나섰다. 직원 2명을 동원해 26일 새벽 1시에 시험공격을 하고, 오전 6시쯤 본격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해당 서버는 2시간 반 동안 마비됐고, 최근에 바뀐 선관위 투표소 검색이 불가능해졌다. 젊은 층이 투표장에 몰리는 시간대였다.

공씨와 강씨는 밤 사이 무려 29차례나 전화를 주고받았다. 강씨와 함께 룸살롱에 동석한 박희태 국회의장의 의전비서 김모씨, K 전 의원의 비서 출신 박모씨, 검찰수사관 출신의 리조트 사업가 김모씨, 변호사 김모씨, 의사 이모씨는 "공씨가 전화를 하러 방을 들락날락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좀비 PC만 1500대 동원… 계획적 공격의 증거?


수사 당국이 6일까지 밝혀낸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의 전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공명심에 불탄 일개 비서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로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전 계획과 선관위 내부 공모자 연루 여부,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의심을 살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보이기 때문이다.

공격에 사용된 좀비 PC(악성 코드에 감염돼 해커 뜻대로 움직이는 컴퓨터)는 경찰 추정에 따르면 1500여대. 경찰은 애초 200여대로 발표했다가 며칠 뒤 정정했다. IT 전문가들은 좀비 PC 1500대를 동원하려면 실제로 감염시킨 PC 수는 그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한다. 안철수연구소 시큐리티대응센터 김지훈 팀장은 "일반 PC를 좀비 PC로 만들고, 계속 유지하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범행에 투입된 시간 역시 불어난다. 이만 한 규모로 디도스 공격을 하려면 최소 수개월은 걸린다는 게 IT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찰은 "강씨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좀비 PC로 경쟁 도박 사이트를 공격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선관위 내부공모·자금거래도 의혹


일부에서는 디도스 공격이 벌어진 당일의 홈페이지 상태를 근거로 선관위 직원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디도스 공격을 받으면 홈페이지 전체가 마비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투표소 안내자료가 저장된 곳만 불통이 됐다. 한 IT 전문가는 "외부에서는 서버 어디에 어떤 자료가 저장돼 있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면서 "내부공모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문용식 인터넷소통위원장도 "길어야 15∼20분이면 디도스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데도 2시간 넘게 장애가 지속된 일은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내부 소행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공격 흔적이 기록된 로그파일을 공개하는 것은 법률상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강씨는 "순전히 공씨와의 친분관계에 따라 디도스 공격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간단한 쇼핑몰 공격조차 수백만원이 드는데, 큰 위험이 따르는 정부기관 홈페이지 공격에 조건 없이 나섰을 해커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전이 오갔다면 월수입 200만원에 불과한 공씨가 돈을 냈을리는 없고, 실제로 뒷돈을 댄 실체가 있을 거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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