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로 돌아온 클래식 `본드걸`
크로스오버 현악4중주 그룹 `본드` 7년만에 음반 발표
데뷔 때 짧은 치마 입고 연주 논란
결혼 또는 임신중…원숙미 물씬
기사입력 2011.09.28 17:03:15 | 최종수정 2011.09.28 17: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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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현악4중주 "본드"가 7년 만에 음반을 내고 돌아왔다. 왼쪽부터 비올리스트 엘스페스 핸슨, 제1바이올리니스트 타니아 데이비스, 첼리스트 게이이 웨스터호프, 제2바이올리니스트 에오스 채터.

11년 전 섹시한 `본드걸` 4명이 클래식 음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영국과 호주 명문 음대를 졸업한 여인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전자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를 연주해 논란이 됐다. 현악4중주 그룹 `본드`가 추구한 음악은 크로스오버.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섞은 장르로, 음반 400만장을 팔았다. 그 후 이들을 모방한 밴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본드`가 7년 만에 새 음반 `플레이(Play)`(유니버설뮤직 발매)를 냈다. 며칠 전 서울 매리어트호텔에서 그들을 만났다. 여전히 예뻤고 활기찼다.

그런데 첼리스트 게이-이 웨스터호프(38)가 안 보였다. 임신 중이라 못 왔다고 한다. 제1 바이올리니스트 타니아 데이비스(36)는 갑자기 "아기 젖 줄 시간"이라며 호텔방으로 달려갔다. 아이가 셋이라고 했다. 제2 바이올리니스트 에오스 채터(35)도 결혼했고, 비올리스트 엘스페스 핸슨(25)은 약혼한 상태였다. 외모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들 삶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년 동안 그룹을 유지한 비결이 궁금했다.

채터는 "우리는 좋은 친구고 서로 존경한다"며 "문제가 생기면 직설적으로 말을 해서 해결한다. 속에 담아두면 더 화근이 된다"고 답했다. 핸슨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밴드를 꼭 유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활동을 다변화했다. 영화 `미스터 빈`의 로완 앳킨슨이 주연한 영화 `조니 잉글리시(Johnny English)`와 `XXX :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State of the Union)` 등에 출연했고 영화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11년 동안 이들과 유사한 4중주단이 많이 나왔다. 어떻게 그들을 물리치고 지존 자리를 지켰을까.

채터는 "음악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며 "우리가 처음 크로스오버를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해줘서 고맙고, 다른 밴드들에게 기회를 줘서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핸슨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우리와 비슷한 그룹들이 생겼다"며 흐믓해했다.

물론 그룹에 위기도 있었다. 3년 전에 제1 바이올리니스트 헤일리 에커가 떠났다. 비올리스트였던 데이비스가 제1 바이올린을 맡고 비올라 연주자 핸슨이 영입됐다. 모유 수유를 마치고 다시 나타난 데이비스는 "에커가 결혼해서 홍콩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이별했다. 그곳에서 아이 낳고 잘살고 있다"고 말했다.

채터는 "초창기에 너무 많은 스케줄을 따라가다 보니 많아 지쳤고 그룹이 흔들렸다"며 "하지만 청중과 함께 공연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되면서 잘 극복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네 번째 정규 음반 `플레이`는 극단적인 선택이 담겨 있다. 클래식 음악에서 팝과 록, 인도 음악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우선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과 겨울 1악장을 연주했다. 2009년 자동차 회사 푸조 측 의뢰로 `사계` 전곡을 연주한 게 이번 음반 수록곡으로 이어졌다.

팝가수 레이디 가가 히트곡과 록 밴드 `롤링 스톤스` 히트곡 `라스트 타임(Last Time)`, 팝 그룹 `블랙아이드 피스`의 `펌프 잇(Pump It)` 연주도 강렬하고 경쾌하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통해 유명해진 인도 작곡가 A R 라흐만의 `자이 호(Jai Ho)`는 음반에 이국적 정취를 더해줬다.

진지하면서도 가벼운 음반에 대해 데이비스는 "원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음악을 좋아한다"며 "다양한 장르로 대중을 놀래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밴드를 11년 동안 유지해온 이들이 어떤 음악을 추구할까. 데이비스는 "변화다.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우리 목표"라며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채터는 "밴드로서 진화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며 "11년 동안 밴드로 활동하는 이유가 변할 게 많아서"라고 말했다.

핸슨은 "최고 모습을 보여주고 즐기고 싶다"며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11년 동안 음악 수준도 잘 지켜왔지만 몸매도 잘 유지해왔다. 그 비결을 물었다. 채터는 "탄수화물을 잘 안 먹고 음식 조절을 한다, 공원에서 강아지 산책시킨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데이비스는 "모유 수유 중이라 몸매 관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김치 삼각김밥 포장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11년 동안 50개국에서 투어를 해온 이들은 6년 만에 서울에 왔다. 모두 "날씨와 사람이 정말 좋다"고 입을 모았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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