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간 줄서서 '득템'·인터넷 해외직구..찜한 것만 산다

매일경제|입력2013.11.25 17:13|수정2013.11.25 19:19

◆ 스마트 쇼퍼가 뜬다 ◆

"29일 블랙프라이데이에 캐나다구스 공동 구매하실 분 찾아요." "새벽 6시부터 강남점에서 히트텍을 반값에 판다네요. 신랑 내의 사러 새벽 5시부터 줄서려고요." 스폿성 할인행사 게시글에 붙은 댓글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글들이다.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품질 좋고 이름 있는 상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려는 '스마트 쇼퍼'들이 부상하면서 지난 22일 새벽에 있었던 유니클로 히트텍 반값할인행사를 비롯해 이마트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한 캐나다 구스 세일, 이자벨마랑 협업(컬래버레이션) 컬렉션 등 할인행사가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지난 14일 서울 명동 H&M 눈스퀘어점 매장에서 이자벨마랑 협업(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구입하기 위해 수백 명이 운집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전날 저녁부터 모여든 사람들은 10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사진 제공=H&M>

◆ 쓸 때는 똑똑하게 쓴다 불황 탓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는 한편,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려는 트렌드 역시 확산되고 있다. 이 역시 불황의 한 단면이지만 무조건 지출을 줄이려는 트렌드와도 대비되는 현상이다.

합리적인 가치소비를 하는 영민한 소비자를 지칭하는 이른바 스마트 쇼퍼는 무조건 소비를 줄이거나 무조건 싼 것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알뜰족과는 다르다. 이들은 브랜드 로열티가 높고,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하며, 유아ㆍ아동용품을 실속 있게 구입하려는 20대 젊은 층과 20~30대 중반 젊은 엄마들이 주류를 이룬다.

스마트 쇼퍼는 상품에 대한 정보력으로 무장해 품질이 좋으면 조금 더 비싸도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다.

유아용품 판매장에서도 스마트쇼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와 젊은 주부들은 다른 소비는 줄여도 아이에게 입힐 옷과 장난감만은 좋은 것을 구입하기 위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카페 등 SNS에서 정보를 얻어 할인행사를 탐색한다.

◆ 30만원에 사서 2배에 되팔아 스마트 쇼퍼의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정보력이다. 스마트 쇼퍼는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인터넷, SNS 등 멀티채널을 십분 활용해 할인기회를 잡는다.

인터넷 디지털기기로 무장한 이들의 쇼핑영역은 대한민국이 좁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쇼핑한다. 고가의 해외브랜드나 국내에는 유통되지 않는 제품을 비교적 싼값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29일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온라인을 통한 직접구매나 구매대행사이트를 이용해 동일상품을 80~90% 할인가에 구매한다. 배송비를 더하더라도 보통 반값 이상 저렴하게 구매하는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회사원 김지은 씨(29)는 "상품구입목록을 만들어놓고 미리 온라인서치를 한 후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나, 복싱데이(크리스마스 다음날) 등 대박할인 쇼핑시즌에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다"고 말했다.

일부 세일헌터들 중에는 초특가 한정판매 상품을 구입해 온라인 중고사이트에 값을 올려 판매하기도 한다. 얼마 전 이자벨마랑 협업 컬렉션에서 한정판매로 20만~30만원에 구입한 상품을 중고쇼핑몰에 60만원에 판매하는 사례도 있었다.

◆ 불황과 정보 대중화로 확산

이들 스마트 쇼퍼를 공략하기 위해 옥션과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들도 해외 쇼핑코너를 속속 확대하고 있다. 옥션 측은 "오픈 이후 매출이 매달 20~3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마트 쇼퍼는 불황의 장기화와 정보채널의 대중화로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유통업계가 저가전략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는 "고가브랜드 할인행사는 전형적인 불황마케팅인데 할인행사가 장기화하면 가격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약해지고 기업이 상품전략을 세우는 데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저가할인전략의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주영 기자 / 이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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