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Questions] "디자인을 스토리로 연결하는 게 중요… 스마트폰 이후가 무엇인지 빨리 찾아야"

  •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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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9.14 03:32

    美잡지 '창조적 인물' 2위에 선정
    삼성 스마트폰 디자인 총괄
    장동훈 무선사업부 부사장

    삼성전자 스마트폰 디자인을 총괄하는 장동훈(55·사진)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부사장은 지난 6월 미국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가 선정한 '가장 창조적인 인물' 2위에 올랐다(1위에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미국 대선을 정확히 예측한 네이트 실버씨가 선정됐다).

    이 잡지는 장 부사장의 지휘 아래 삼성전자가 '패블릿(폰+태블릿)'의 대중화를 이끈 갤럭시노트2와 지난해 아이폰을 누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 된 갤럭시 S3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IBM 직원과 이화여대 교수 등 학계와 업계를 여러 차례 오갔으며, 2006년 삼성전자 무선상품전략팀 상무보로 영입됐다. 전무를 거쳐 작년 말 부사장에 올랐다.

    장동훈·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부사장
    이명원 기자
    삼성전자에 와서 어떤 일을 했는가.

    "1년쯤 지나서 보니, 지금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표 안 나는 '집안 살림' 같았다. 집안을 키우려면 큰 그림을 그리고 투자를 해야 했다. 그래서 나중에 나올 제품을 기획하는 '선행팀'을 만들었다. 당시 개발 임원마다 성향이 다 달라서 UX(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제품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이런 것을 개선하고 체계화해 2007년부터 본격적인 일을 시작했다. 첫 작품이 2008년의 햅틱폰이었다. 소비자 관점에서 미리 기획을 해서 시나리오와 시험 제품을 만들어 보고하고, 거기에 맞춰 개발이 진행된 첫째 사례였다."

    삼성전자의 첫 스마트폰(옴니아)은 반응이 좋지 못했는데….

    "2009년 말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햅틱으로는 대응이 안 됐다. 그때 '우리 쪽에 스마트폰이 뭐 있어?' 했을 때 있었던 게 옴니아였다. 원래 아이폰 대응용으로 만들었던 게 아니고, 윈도 OS를 기반으로 PC 것을 그냥 옮겨놓은 것이었다. 햅틱의 편안함과 스마트폰의 에코 시스템을 결합하지 못했다. 모든 게 통합돼 있는 아이폰과 대응하려 했으니 힘들었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안드로이드를 OS로 선택했다. 처음에는 안드로이드가 이 정도로 잘될 줄 몰랐다. 갤럭시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의 스트레스는 말도 못했다. 내수 시장에 밀고 들어오는 상대에 맞서 싸워야 했기 때문에, 미리 여유를 가지고 준비할 수도 없었고, 당장의 것도 막으면서 전세(戰勢)를 뒤집어야 했으니까."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 회사나 우리나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다는 게 큰 숙제다. 중국 업체도 형태나 스타일은 다 쫓아왔고, UX, 완성도, 구현 기술도 거의 따라왔다. 다만 오리지널리티(고유성)가 아직 부족한데, 이것도 따라올 날이 멀지 않다. 다만 브랜드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갤럭시 S3에서 삼성전자가 크게 도약했는데, 편안함을 전달할 수 있도록 디자인 테마를 오가닉(organic)으로 잡고, 재료·공법의 한계와 싸워가며 종합적인 경험과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폰이 현재는 모바일 통신 기기 시장을 천하통일했는데, 계속 스마트폰이 주도권을 잡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컨버전스화가 더 진행되면 반대로 디버전스화할 수 있다(스마트폰 외에 다양한 디바이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스마트폰이 한동안은 가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제품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것을 빨리 찾아내고 제품화하는 게 경쟁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삼성의 능력이다."

    삼성전자의 디자이너는 몇 명이고 어떤 사람들인가?

    "디자인 조직 거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본사 건물 안에 있는데, 10여개 층을 쓰며 1000명이 넘는다. 디자인 전공이 아닌 사람도 많다. 30% 이상은 미대 이외 출신자이다. 심리학, 국문학, 작곡, 성악, 통계학, 문예창작 등 '융·복합형 조직'으로 가고 있다.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이 '안목'이다. 디자인을 스토리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된다. 패션에서도 요즘 편집숍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크리스찬 디올 같은 오리지널 숍도 있지만 분더샵이나 꼬르소꼬모는 여러 디자이너 제품 중에 컬렉션을 해서 가치를 만들어 낸다.

    갤럭시 S4도, 아이폰5도 '혁신 피로'가 쌓이고 있다.

    "처음에 맛있었던 음식도 질릴 수 있다. 그런데 고객에게 음식을 계속해서 먹게 하는 게 목표인지 아니면 고객의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목표인지에 따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가 달라질 수 있다. 스마트폰에 더 많은 첨단 기능을 넣는다고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음식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몸 전체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무엇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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