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환경미화원 급여 명세서가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며 누리꾼들의 입방아를 탔다. "환경미화원(3호봉) 급여 명세서에 연 지급 총액 3784만 원으로 표시…○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연봉이 3581만 원으로 조사…환경미화원 임금이 대기업 신입사원보다 높아 부러움…" 읽은 글 중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제목이다.
기본급과 각종 수당으로 채워진 이 환경 미화원의 급여 명세서에서 근로기준법에 대한 조금의 이해가 있었다면 기사의 제목은 이렇게 바뀌었을 것이다. "충격! 환경미화원 월 기본급은 81만 4000원 최저임금에도 못미쳐" 아니면 "기본급을 건설현장 보통 인부의 일급 7만 5608원을 적용하라는 정부합동지침은 뻥이오!" 이 급여 명세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50대 가장들인 환경미화원들이 한 달에 3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기위해 얼마나 혹사를 당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증거물이다.
그들은 주 6일 일을 하고 일요일 하루를 쉰다. 일요일을 빼면 추석과 설날 각 1일을 쉬고 1년 내내 일을 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종량제 봉투만을 사용하라고 조례에 정해놓고도 미화원들에게 종량제봉투는 물론이고 불법 쓰레기봉투까지 모두 수거하라 하고 음식물쓰레기는 정해진 쓰레기통이 아닌 일반 비닐봉투에 든 것까지 수거해야 한다. 매일 오물을 뒤집어쓰고 새벽 2시부터 심야노동을 한다. 대인 관계는 포기한 지 오래다. 친구들이 퇴근하는 저녁시간 그들은 출근을 위해 잠을 자야하니까 친구들 사이에 잊힌 유령같은 존재가 되었다. 대기업 신입사원들보다 임금이 높다고? 주 5일 근무에 주간 8시간만을 근무하고 각종 복지혜택과 매년 정기 임금인상과 정해진 월급 외에 해마다 지급되는 연봉의 절반 가까운 성과급, 정기승진 등이 보장되는 대기업의 신입사원들의 연봉 외 임금성 혜택들은 그들에겐 전혀 없다. 그나마 정규직이니 이 정도지 위탁 하청이나 비정규직은 일은 더 힘들고 임금은 여기에 턱도 안된다.
통계청 자료야 30%라지만 절반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극한의 노동 강도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몰리면서도 임금 격차는 물론이고 "너희들은 안 돼!"라거나 "아직 멀었어" 등의 인간적인 차별까지도 받는다. 이들에게 덮어씌우고 있는 능률이나 품질, 이직률 등 많은 문제는 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못된 제도의 굴레 탓이다. 열심히 일했을 때 그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보상과 꿈의 미래(승진이나 성과 제도)가 없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모 신문의 지상 대담에서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경제적 비용 등의 문제로 정규직화에 부정적이었던 대담자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 전 산업 300인 이상 사업장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영근로자로 직접 고용하고 직영생산직과 동일한 처우를 할 경우 첫 해에 약 5조 4169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상용직 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의 근로자 11만 6764명의 근로자를 1년 간 추가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하며 경제적 비용을 고용 문제에 대입시켰다. 그러나 그는 경상도 사투리 "갈라 묵자"라는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비정규직으로, 하청노동자로 차별받고 착취당하면서 창출해준 그 부가가치를 누가 가졌을까? 그들이 가져간 이익을 모두가 골고루 나누어 가지는 그런 꿈을 꾼다. 내가 만약 사장이라면 이것저것 빼고 남은 것 모두 나누어 주겠다. 그 대신 이것저것 빼고 모자란 것은 모두가 책임지는 조건이다. 그 회사는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다. 말단에서 사장까지 모두가 주인이니까. 우리 동네 옛말에 "주인 바른 논두렁은 땅강아지도 얄짤 없다"란 말이 있다. 봄에 논물을 가두는데 머슴이 바른 논둑은 물도 새고 무너지고 하지만 주인이 바른 논둑은 가을걷이까지 끄떡없다.
5조 4000억 원이 무서워 해마다 물새고 무너지는 논둑 바른다고 머슴만 닦달할 것인가? 아니면 그 돈 씨앗 담가놓고 식량 제하고 종자 빼고 장터에서 필요한 돈 살 나락 두고는 상머슴 꼴머슴 일꼴에 맞게 세경이라고 골고루 나눠주마할까? 앞집은 피농사지만 뒷집은 볏짐이 지게위에서 출렁출렁 누런 춤을 출거다. 수학이 아니라 산수 수준으로 묻고 싶다. 정규직화에 첫 해에만 5조 4000억의 경제적 비용이 들어간다는데 그럼 비정규직이라는 굴레에서 창출된 경제적 이익은 얼마나 되며 누구네 곳간에 쟁여 있는지 참말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