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방영된 sbs 뉴스 '현장 리포트'의 한 장면(사진=방송화면 촬영).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스테로이드제를 무분별하게 조제·판매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 9일 방영된 SBS 뉴스 '현장 리포트'는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어 약사 임의로 약을 조제하는 것이 허용된 의약 분업 예외 지역의 일부 약국에서 환자가 직접 가지 않아도 스테로이드 약을 쉽게 지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어머니 때문에 왔다'는 손님의 말을 들은 약국 직원이 '일단 5일분만 드릴게요'라며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을 내어주는 장면이 나왔다.

방송은 "특히 부산 기장군, 충남 아산에 있는 일부 의약분업 예외 지역 약국은 국내 시판되는 스테로이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 "정부의 전산 시스템으로는 어떤 약이 팔리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고, 확인해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아 스테로이드 남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약국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유도 스테로이드제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에 위치한 A약국은 무릎과 허리 통증에 잘 듣는 약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런데 환자들의 약을 살펴보니 무릎 토증으로 온 환자나 운동하다 발바닥을 다친 환자나 모두 조제받은 약이 똑같았다. 환자의 상태와 무관하게 스테로이드제가 공통으로 처방된 것.

방송은 '초진은 하루 세번 8일 치, 재진은 하루 세번 한 달치씩 스테로이드를 처방해 준다'는 인근 병원 의사의 말과 함께 "스테로이드가 염증을 순식간에 없애 통증을 누그러뜨리지만 뼈의 괴사·골다공증·근육 손실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며 스테로이드제 남용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방송을 본 의사들은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의 한 의사는 "엎어지면 코 닿는 곳마다 병의원이 넘쳐나는데 의약분업 예외지역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사는 "방송에 나온 영등포 약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악명'을 떨치던 곳"이라며 "이번 기회에 해당 약국과 인근 병원과의 밀착관계를 파헤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