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으로 고객마음 속 러브마크가 돼라

동아비즈니스리뷰 129 호 (2013.06.04) / 서진영필자소개

동아비즈니스리뷰 목록가기감성으로 고객마음 속 러브마크가 돼라  인쇄화면이 새창으로 열립니다.



글을 쓸 때 글쓰기의 기본인 기승전결(起承轉結)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어려울까? 기()는 처음 논의나 시상(詩想)을 연다. 승()은 상황과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간다. 전()은 결정적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클라이맥스를 한번 쳐준다. 그리고 결()은 글을 마무리한다. 모든 부분이 다 중요하지만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전()이 아닐까 싶다. 이 부분이 약하면 글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저서 <브랜드 스타를 만드는 상상 엔진 I.D.E.A.(명진출판, 2010)>에서 브랜드 스타를 만드는 4가지 단계를 히말라야 등산에 빗대어 I.D.E.A.(Identity, Differentiation, Emotion bonding, Aura)라고 정의했다. 어느 부분이 가장 어려울까? 기승전결의 사례를 추론할 때 전()에 해당되는 부분인 E라고 대답할 것 같다. 여기에서는 정체성(Identity)과 차별화(Differentiation), 감성화(Emotion bonding), 아우라(Aura) 등을 살펴본 뒤 브랜드 감성화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접근하려고 한다.


8000m의 봉우리에 가려면 4개의 캠프가 필요하다. 먼저 2000m 높이에 있는 제1캠프에서는 목표를 수립하고 로드맵을 점검한다. 이를 ‘정체성(Identity)’ 캠프라고 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이를 명문화하는 작업이 이 캠프에서 가장 중요하다. 자신만의 슬로건과 브랜드 개성, 컬러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4000m 높이에 있는 제2캠프는 ‘차별화(Differentiation)’ 캠프다. 이곳에서는 기능과 상징, 고객 경험에서 우리를 어떻게 남들과 차별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6000m 높이에 있는 제3캠프는 ‘감성화(Emotion bonding)’ 캠프다. 목표 고객과 이해 관계자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과거의 향수를 공유하며 감성적으로 유착될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감성화에 성공하면 우리는 마지막 단계에 접근할 수 있다.


8000m 높이의 마지막 제4캠프는 ‘아우라(Aura)’ 캠프다. 감동과 진정성을 자아내는 강력한 스토리와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호스피탈리티의 설계와 실행으로 드디어 아우라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또 그곳에 머물 수도 있다. 아우라가 발생하는 8000m의 히말라야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하는 최종 목적지이자 지향점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 섰을 때 브랜드는 비로소 ‘No. 1’을 넘어 ‘Only 1’의 존재가 된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진정한 브랜드 스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역시 내용을 봐도 6000m 고지인 전()이 가장 어렵다. 어떻게 브랜드를 감성화한다는 것일까? 여기에는 마음을 얻는 3가지 버튼이 필요하다. 전()으로 들어가 보자. 고객의 마음을 얻는 ‘감성화(Emotion Bonding)’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감성화에 성공한 브랜드는 정서적 교감을 통해서 고객의 마음속에 ‘러브마크(Lovemark)’로 자리를 잡게 된다. 러브마크는 세계적인 광고 에이전시인 사치&사치(Saatchi&Saatchi)의 CEO 케빈 로버츠가 만든 개념으로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연결된 브랜드, 즉 소비자에게 열렬히 사랑받는 브랜드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브랜드 감성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 감성화 단계에서는 다음 3가지 버튼이 필요하다. 3가지 버튼은 ‘향수’와 ‘재미’ ‘사랑’이다. 향수 버튼을 이루는 것들은 정과 고향, 그리움, 추억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옛 기억을 끄집어내어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재미 버튼은 희망과 치유라는 긍정심리를 따라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 사랑은 감성화를 촉진시키는 가장 열정적인 버튼이다.

악수하는 그림이다.


첫째 버튼인 향수 버튼을 누른 대표적인 마케팅 사례가 바로 영국의 도시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비틀즈를 전설로 만든 곳이다. “비틀즈가 아니었다면 리버풀은 작은 항구도시로밖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문구처럼 리버풀은 ‘세기의 그룹 비틀즈의 발상지’란 점을 도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반세기 가까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추억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이다. 리버풀에 도착하면 공항에서부터 비틀즈를 추억하게 된다. 우선 공항의 로고와 초상화를 그린 사람이 비틀즈의 멤버인 존 레논이다.


공항의 상징도 그의 명곡 ‘이매진(Imagine)’에서 따왔다. 심지어 공항의 이름도 그의 이름을 넣어 ‘존 레논 국제공항(Liverpool John Lennon Airport)’이다. 아마도 리버풀을 찾은 방문객이라면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비틀즈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내로 들어가면 ‘비틀즈투어(Magical Mystery Tour)’를 즐길 수 있다. 비틀즈투어는 비틀즈의 성지라 불리는 ‘매튜 스트리트’에서 비틀즈가 90회 공연을 기록해서 유명해진 ‘카번 클럽’까지 비틀즈의 무명시절을 포함해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여행 코스다.


‘비틀즈 스토리’ 박물관에서는 연대기별로 18개의 방을 만들어 비틀즈의 모든 것을 전시하고 있다.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비틀즈가 출연했던 영상자료와 오리지널 무대의상, 존 레논이 연주했던 피아노, 멤버들이 출연했던 영화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또 입장료를 낸 관광객들은 박물관 관람에 이어 ‘비틀즈 지도’를 갖고 멤버들의 생가를 방문하거나 카번 클럽에서 분위기를 만끽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리버풀에서는 도시 곳곳에서 비틀즈를 느낄 수 있다.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비틀즈를 테마로 삼은 호텔이 문을 열었다. 총 6개 층에 약 110개의 객실을 보유한 4성급 호텔이다. 이곳의 이름은 비틀즈가 출현했던 영화 제목을 딴 ‘하드 데이즈 나이트(Hard Day’s Night)’다. 호텔 곳곳에는 비틀즈의 역사를 알려주는 100여 종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비틀즈 마케팅은 대학으로도 이어진다. 리버풀호프대(Liverpool Hope University)에서는 비틀즈가 현대 음악사에 남긴 숱한 업적을 알리기 위해 세계 최초로 ‘비틀즈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비틀즈 석사과정은 대중음악인을 연구과제로 삼은 최초의 학위 과정이란 점에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비틀즈가 위대한 것은 그들의 음악이 위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위대함을 전설로 만든 것은 후세이며 그 진원지는 리버풀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비틀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현재 리버풀의 마케팅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감성화를 일으키는 두 번째 버튼은 ‘재미’다. “연애가 결혼보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이 역사보다 재미있는 이유와 같다.” 이 말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현실보다는 가상이 더 흥미진진하다는 뜻은 아닐까. 재미는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재미라는 양념이 없다면 인생을 무슨 맛으로 살겠는가. 무슨 일이건 재미가 있어야 과정을 즐기고 결말을 기대하게 된다. 즉,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고 감동을 주는 방법 중에서 가장 잘 통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말하는 상대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다. 말을 할 때도 흥미로운 일화를 인용하고, 적당한 농담을 섞으면 이야기가 몇 배는 더 재미있다. 평소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일단 재미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거리감이 없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휘자 금난새다. 보통 클래식은 따분하고 지루한 것의 대명사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 지휘자 금난새는 ‘재미’를 넣어 대중이 접근하기 쉽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가 진행한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는 1994∼1999년 전회 전석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클래식 음악 대중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당시에는 클래식 공연 도중 지휘자가 말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과감하게 청소년들을 위해 재미난 해설을 덧붙였다. 그것은 처음 서양식 성찬을 접한 아이들에게 포크와 칼 사용법을 가르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사례로 난해하고 권위적인 학문의 영역을 대중적으로 바꾼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을 들 수 있다. 그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코스모스(Cosmos)’의 해설자로 나서면서부터다. 그는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광대한 우주의 신비까지 까다롭고 난해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명쾌하게 전달했다. 방송 내용을 책으로 옮긴 동명의 책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칼 세이건 특유의 쇼맨십은 그가 명성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대중 강연을 통해 딱딱하고 까다로운 과학을 대중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지막 세 번째 버튼은 ‘사랑’이다. 누구도 사랑을 거부할 순 없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연애가 성가신 이유는 그것이 공범자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죄악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랑을 죄악이라고까지 몰아붙였던 그도 평생 여인들과의 사랑을 갈구했고 수없이 많은 연애시를 남겼다. 낭만적 사랑은 대중과 소비자를 도취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별히 여성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 낭만적 사랑이다.

책 '브랜드 스타를 만드는 상상엔진I.D.E.A.'의 표지이다.

명품 초콜릿 고디바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고디바는 11세기 영국 코벤트리 지방 영주의 부인이었다. 고디바는 남편인 영주에게 시민들이 과중한 세금에 시달리고 있으니 세금을 절감해달고 부탁했다. 그러자 영주가 “옷을 몽땅 벗고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소”라고 말했다. 고디바는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옷을 몽땅 벗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돌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창문에 커튼을 치고 아무도 고디바의 모습을 보지 않는 것으로 보답했다. 다행히 고디바는 머리가 길어 가릴 곳은 모두 가린 상태였다. 그런데 톰이라는 사람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몰래 고디바가 말을 타고 가는 장면을 훔쳐봤다. 톰은 결국 천벌을 받아 눈이 멀고 말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 후로 훔쳐본다는 뜻의 ‘Peeping Tom’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초콜릿 고디바의 포장지에는 벌거벗은 여인이 말을 타고 가는 그림이 매우 낭만적으로 그려져 있다. 몸과 마음이 아름다운 여인을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가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바치는 최고의 초콜릿 선물로 손색이 없다. 감성적 이미지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이렇게 가장 어렵다는 6000m 고지 전(), 브랜드 감성화를 넘어섰다. 이제 마지막 목표인 브랜드 아우라의 완성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면 된다. 이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정체성(Identity)과 자신이 어떻게 남과 다른지를 아는 차별화(Differentiation), 자신의 마음을 주변의 사람에게 잘 어필하는 감성화(Emotion bonding), 다시금 자신의 모든 것을 바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아우라(Aura)에 대해서 살펴봤다. 이 가운데서도 전()에 해당하는 브랜드 감성화의 3가지 버튼인 향수와 재미,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책()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