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복지천국 美 Google 본사를 가다

기사입력 2007-12-18 03:01:00 기사수정 2009-09-26 00:18:53

《온갖 놀이기구가 여기저기에 설치돼 있다. 회사 건물 내부 인테리어는 빨강 노랑 파랑으로 예쁘게 단장돼 있다. 회사 내 어디에서도 직원이 자리에 앉아 심각하게 자료를 들여다보는 것은 거의 볼 수 없다. 오히려 삼삼오오 모여서 웃고 떠들며 대화하는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떠오른 구글(Google).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인 구글 본사를 찾았을 때 기자는 이곳이 다른 인터넷 기업을 벌벌 떨게 만드는 기업의 중심부인지 의심했다. 일터라기보다 놀이터에 가까웠다. 얼마 전 방문했던 미국의 초등학교와 흡사한 분위기였다.》

○ ‘구글은 직원이 만족하는 회사’

실리콘밸리에서 구글은 ‘직원을 만족시켜 주는 회사’로 통한다. 주가가 크게 올라 직원의 3분의 1이 백만장자가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복지 수요를 꿰뚫어 보고 즉각 시행하는 직원 만족 경영 때문이다.

3, 4층짜리 건물이 몇 개씩 옹기종기 모여 있는 회사에는 7개의 구내식당 클러스터가 마련돼 있다.

홍보담당 제이 낸커로 씨를 만난 ‘찰리’라는 구내식당에는 멕시코 음식, 동서양 퓨전 음식, 햄버거, 이탈리아 음식 등이 고루 갖춰져 있었다. 과일 및 샐러드 바는 웬만한 식당보다 정갈해 보였다.

모든 사무실에서 45m(50야드) 이내에 간이 음료대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에스프레소, 유기농 재료로 만든 주스가 항상 제공된다. 안내를 받아 이동하다 냉동고를 직접 열어 봤다. 주방에서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이 담겨 있었다. 회사가 고용한 주방 인력만 100명이 넘는다.

‘43 사무동’ 1층에 위치한 체력단련장에는 고급 트레드밀(러닝머신) 등의 시설이 완비돼 있다. 근무시간 중 어느 때라도 이용이 가능하다.

구글이 이렇게 먹고 마시는 데 쓰는 예산은 지난해에 620만 달러(약 58억 원).

기업문화담당 임원인 스테이시 설리번 씨는 “사내에서 무료로 식사와 음료를 제공해 1인당 1년에 5000달러쯤 식료품 비용을 절약한다”고 말했다.

설리번 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회의실에 자리 잡았을 때 누군가 방금 전까지 멕시코 음식을 먹으며 점심 회의를 한 듯 음식 냄새가 여전했다.

회의실에서 식사하며 하는 회의에 대해 “불편해 하는 이가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격의 없는 대화에서 창의와 팀워크가 나온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도 사무실로 데려올 수 있는데, 이쯤이야…”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구글이 돈이 넘쳐나 그런다”며 복지혜택을 곱지 않게 보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설리번 씨는 “직원이 단 50명이던 1999년에도 첫 전속 요리사를 고용했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일은 구글의 기업전략과 정확히 일치하는 일”이라고 했다.

○ 복지도 회사 전략

구글이 사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에는 직원들의 시간 절약 및 소통 확대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직원들이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차를 타고 5∼10분은 이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동→주차→메뉴 선정→귀사로 이어지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회사 내 식당 마련 외에도 구글이 제공하는 다른 복지도 직원들이 개인 잡일을 하면서 소모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세탁물 수거 대행, 미용사의 정기적 회사 방문, 구내 체력단련장 및 마사지실 설치, 통근용 셔틀버스 운행, 이동형 치과버스의 정기 방문 등등.

설리번 씨는 또 “구글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마케팅 전문가, 회사 안내원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면서 밥을 먹으며 회사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이런 기회를 통해 기업문화를 공유하고 서로 간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구글에는 임원 전용식당도 없다. 최고경영자(CEO)도 똑같이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옆에 있는 신입사원과 대화하며 구글의 경영철학을 나눈다고 한다.

○ 구글의 모토는 ‘착하게 살자’

요즘 구글은 “최고 두뇌를 싹쓸이 한다”고 다른 기업의 볼멘소리를 듣고 있다. 그런 만큼 구글의 최종 인터뷰 과정에서 묻는 질문이 다르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2004년 옮겨온 한국계 크리스틴 홍 씨는 “구글의 최종 면접에 오는 지원자는 똑똑한 건 기본이다. 그러나 인터뷰는 실력 이외에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따진다. 인생을 즐기고, 긍정적이고, 따뜻한 성품을 따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구글의 기업 모토는 “Don't be evil(선하게 살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좇느라 ‘즐기며 일하면서 새로운 인터넷 산업을 이끈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훼손하지 말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최고 수준의 프로그래머라도 내성적인 성격 탓에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실력파는 구글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구글 본사 방문 취재를 마치고 나오면서 갑자기 “구글이 제공하는 점심이나 복지 등은 공짜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종업원들은 1인당 한 해 약 5000달러의 식음료 비용을 절약한다. 하지만 회사는 그 비용을 쓰면서 직원들이 개인 용무로 써야 할 시간을 연간 수백 시간 줄여 줬다.

이처럼 절약된 시간 덕분에 직원들의 만족도와 업무 효율이 높아져 그 효과는 회사로 돌아왔다. 서로가 만족하는 ‘유쾌한 공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리콘밸리=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구글 개요:

설립시기: 1998년

매출: 106억 달러(2006년 말)

순이익: 30억7000만 달러(2006년 말)

시가총액: 170억3000만 달러(2006년 말)

직원 수: 1만5916명(2007년 9월 말)

자회사: 유튜브(동영상), 더블클릭(인터넷 광고)

구호: Don't be evil(선하게 살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

기업 이름 연원: 수학 용어인 구골(googol·10의 100제곱, 즉 1 다음에 0이 100개 붙어 있는 숫자)의 철자를 변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