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에서 토요일에 내보낸 '구글 이런게 신의 직장'이라는 뉴스를 보고 많은 국민들이 구글이란 회사에 대해 달리 볼 것 같다. ("동영상 보기")

신의 직장을 검색해 보면 3대가 공덕을 쌓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곳이란다. 삼성전자 등 일류 대기업을 말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공기업 등 고연봉에 고용이 보장되고 직원 복지가 좋은 이른바 '신(神)이 내려준 직장'으로 지극히 한국적 정서에서 만들어진 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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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대해서는 삼성전자를 외면하고 구글에 입사한 한 지인에게 부모님이 "너 바보냐? 무슨 듣보잡 회사에 취직했냐?"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였다니... 우리 나라에서 IT 종사자를 제외하고 구글이란 회사를 잘 아는 사람들은 드물것이다.

하지만,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구글에 대해 공중파 뉴스에서 팩트에 근거하지 않는 '신의 직장' 운운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몇 가지를 짚어 보면...

인재 유출에 몸살 않는 중
우선 구글이 경제난 속에서도 연봉을 10% 올려준것은 경쟁 회사로 인재가 유출되고 있는 요인이 가장 크다. 특히,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은 구글에서 인재를 유치하는 수단으로 스톡옵션으로 유혹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임원과 직원들이 이들 회사로 이직했다.

몇 해 전만 해도 구글은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력을 빼갔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어 인력 유출을 고민하고 한다.

게다가 Microsoft로 되돌아 가는 직원들도 있고, 인수 후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실리콘 밸리의 인재 전쟁은 치열하고, 구글 직원들은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회사가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공짜 점심이 필수인 이유
구글의 대표적인 특징이 공짜 점심과 회사 곳곳에 무료 스낵바와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마운틴뷰에 오피스에 세번 정도 가봤는데, 가보면 왜 공짜 점심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우선 주위 1마일 안에 식당이 하나도 없다. 간식꺼리라도 사볼라치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무료 세탁 시설, 무료 마사지샵 등은 (복지 예산=저렴한 관리비용)으로 처리 가능하다. 솔직히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만명 오피스를 만든다면 그 비용은 상상 초월...

특히, 구글 사내 식당에 가보면 각 대륙별로 음식을 모아놓은 코너와 특식 코너가 있는데, 세번 모두 아시아 코너에서 밥을 먹어봤지만 종류는 늘 똑같았다. 직원들이 특식 코너에 줄을 서는 이유가 있었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맨날 똑같은 밥을 먹을 수는 없잖은가?)

Daum의 제주 오피스도 공짜 점심이고 음료수 무한 리필인데 거의 비슷한 이유이다. 주변에 편의점 하나도 없으니 간식으로 떡볶이라도 먹을라치면 시내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그러니, 사무실을 나서면 먹을거 천지인 서울 시내 직장인들은 구글을 부러워할 필요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맨날 노는 건지 맨날 일하는 건지?
구글 직원들은 일하고 싶을 때 일한다고 한다. 근무시간 중 직원들이 여기저기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고 일을 하는 건지 게임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고 한다.

유연한 근로 환경은 생산성에도 매우 중요한 건 사실이다. 국내 포털들 중에도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늘 랩탑과 아이폰을 들고 산다는 건 역으로 늘 업무 환경에 노출된다는 이야기이다. 구글의 경우, 샌프란시스코나 산호세 등지에서 출퇴근 하는 모든 셔틀에 WI-FI가 설치되어 있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구글 내부의 치열한 경쟁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쓴 20% 프로젝트, 성공의 조건이라는 글을 참고해도 좋다.

학력이 더 중요한 곳?
마지막으로 한국 직원이 "구글이 사람을 뽑을 때 기존의 학력이나 배경보다는 창의적으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그걸 중요시"한다는 인터뷰에서는 약간 썩소가 나온다. 입사 지원서 확인 시 학력을 블라인드 처리 하지 않는 시스템을 가진 회사가 아닌 이상 이 말은 거의 거짓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한 5년 전에 "구글의 약점은 무엇일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불문율 같은 공식이 있다.

Google에서 취업 인터뷰를 하려고 해도 아이비리그 스쿨이나 MIT·스탠퍼드·칼텍·카네기 멜론 대학 같은 미국의 쟁쟁한 대학의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 브린과 페이지에게는 경력보다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가 더 중요하다. 즉, 경험보다 두뇌 파워에 더 가치를 둔다. “소수의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학벌사회라는 비난도 있다…. [사이버 제국의 거인들 ⑮] ‘Google’ 공동 개발자 페이지&브린, 검색엔진의 신화 창출한 실리콘밸리의 두 천재, 이종천 월간중앙
소위 Google caste system이라는 것은 연봉이나 지위에 그치지 않고, 다방면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자 위주 사회다 보니 디자이너나 마케터가 원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싶어도 실험 결과를 제출 해야 한다. 웹 디자인 구루인 Doug Bowman도 비슷한 이유로 퇴사하기도 했다.

직원수가 늘어다 보니 캠퍼스 중심 근처에는 주로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주변으로 타 직군들이 이동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여서 식당에 밥먹으로 오는 것도 힘들다는 소문도 있다. 구글은 직원들이 블로깅이나 대외 활동을 애플 만큼이나 제약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이 글은 세계 최고의 직장인 구글을 깎아 내리거나 매도할 목적이 아니다. 그저 돈 많이 받고 편하게 평생 고용을 보장받는 한국식 '신의 직장'에 어울리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구글은 신의 직장이 아니라 경쟁과 워크홀릭만 살아남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의 보상이 이루어지는 수요와 공급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여느 직장과 다르지 않다.

이 글은 그간 경험과 블로그 미디어등 에 나타난 구글 외부인의 관점에서 쓴 글이며, 구글 내부인들이 이런 글에 일반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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