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시진핑, 대립 벗어나 '협력의 G2시대' 여나

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
1972년 닉슨·마오쩌둥 양국관계 정상화 길 연 후
“획기적 사건 될 것” 기대 커
시진핑, 전임자들과 달리 국제 문제에 자신감 강해
양국, 이해폭 넓혀 현안 논의
세계일보|입력2013.06.07 20:24|수정2013.06.07 23:23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7∼8일(현지시간) 열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초석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기존의 긴장과 대립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호혜 평등의 새로운 G2(주요 2개국) 시대를 열어갈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는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국가주석이 미·중 관계 정상화 길을 연 이후 오바마·시진핑 회담이 가장 획기적인 역사적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미국 측은 시 주석이 전임자들에 비해 국제 문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점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인다. 장쩌민 전 주석은 취임 이후 미국을 방문하기까지 4년이 걸렸고, 후진타오 전 주석은 3년을 기다렸다. 그러나 시 주석은 취임 100일이 안 돼 방미 길에 올랐다. 이는 시 주석이 과거 중국 지도자들과 달리 미국과 함께 국제 현안을 풀어가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미국 측 해석이다.

두 정상은 핵심 현안 중 하나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이해 폭을 넓히고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북한이 남북 대화를 전격 제의하고, 한국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남북 당국자 간 회담이 추진되는 점도 두 정상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은 다만 북한이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태도를 밝히지 않아 남북 대화가 북핵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이 6일 브리핑에서 "이번 일이 남북 간 문제일 뿐이고, 다른 모든 이슈와 엮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서니랜즈는 회담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이번에 두 정상이 사전 각본 없이 자유롭게 만나지만 양측 정부 대표단 규모는 500명이 넘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오전 백악관을 출발해 새너제이와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뒤 오후 3시쯤 팜스스프링스 공항에 도착해 회담 장소로 직행한다.

시 주석도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후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7일 오후 5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 서니랜즈에서 1차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은 오후 8시부터 셔츠 차림으로 보좌진과 함께 실무만찬을 한다. 양국 정상은 8일 오전 다시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간다. 백악관 측은 이번 회담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점을 고려해 두 정상이 참여하는 간단한 기자회견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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